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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오픈채팅 불법촬영물 사전필터링 ‘검열’ 논란…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불법촬영물 식별 및 게재제한 조치 오늘부터 시작
'필요한 조치' VS '사적 검열' 의견 맞붙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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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e코노믹 = 우혜정 기자] ‘N번방 방지법’으로 불리는 전기통신사업법 및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후속조치로 10일부터 카카오톡 오픈채팅에 불법촬영물 필터링 기능이 적용됐다. 이를 두고 필요한 조치라는 의견과 ‘검열’이라는 의견이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카카오톡 공지사항에 따르면, 이날부터 오픈채팅 그룹채팅방에 대해 불법촬영물 등의 유통방지 및 이용자 보호를 위한 기술적‧관리적 조치가 적용됐다. 동영상 및 움직이는 이미지(gif), 압축파일에 대해 불법촬영물의 식별 및 전송 제한이 이뤄진다.

 

더불어 불법촬영물의 유통에 대한 사전 경고 조치, 불법촬영물 등의 기술적 조치에 대한 로그기록의 보관이 시행된다.

 

이같은 기술은 일반채팅과 1:1 오픈채팅방에서는 적용되지 않는다. 카카오는 “이용자의 프라이버시 보호를 우선하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불법촬영물 등에 대한 관계 법령 준수 및 이용자 보호를 위해 불특정 다수가 참여할 수 있는 채팅서비스인 ‘오픈채팅 그룹채팅방’에 대해 법령상의 조치를 적용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필터링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영상물을 인공지능(AI) 기술로 분석한 뒤 정부가 모은 불법촬영물 데이터베이스와 비교해 불법 여부를 식별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찬성 입장 "오픈채팅은 공개된 공간...사적 검열 아니다"

 

온라인 커뮤니티 상에서는 이미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다. 불법촬영물을 막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조치라는 입장과 과도한 검열이라는 입장이 맞선다.

 

익명을 요구한 대학생 이모씨(23)는 “학과 공지 때문에 오픈채팅방에 들어가 있는데 뜬금없이 이상한 사람이 들어와서 성인사이트를 마구 올려놓고 갈 때가 있다. 이런 부분을 생각해보면 오픈채팅방은 사적인 공간이라기보다는 누구한테나 오픈되어 있는 커뮤니티와 성격이 비슷한 것 같다”면서 “적절한 필터링이 필요하다. (이번 조치가) 프라이버시를 침해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직장인 임모씨(30)씨는 “몇몇 오픈채팅방에서도 불법촬영물을 비롯한 음란물의 공유가 이뤄진다고 알고 있다. 막을 필요가 있다”면서 “사람이 일일이 들여다보는 게 아니라 AI를 통해 알고리즘으로 걸러내는 방식이면 대형 포털에서 이미 진행하고 있는 필터링이랑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방송통신위원회 측은 지난해 5월 “디지털성범죄물 유통방지 의무 강화 법안은 사적 검열의 우려가 없다”면서 “유통방지 의무는 ‘일반에게 공개되어 유통되는 정보’를 대상으로 부과되어야 한다는 것이 법안과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밝힌 바 있다. 카톡, 이메일, 문자메시지 등에서 벌어지는 사적인 대화는 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의미다.

 

 

 

반대 입장 "사적 검열로 이어질 수 있다...국내 기업 역차별도 우려"

 

불만을 제기하는 측은 이번 규제가 사적 검열로 이어질까 우려한다. 직장인 박모씨(43)는 “오픈채팅방에 들어가 있지는 않지만, 오픈채팅방을 카카오가 시스템을 통해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것은 결국 내 사적인 카카오톡방도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것이라는 기분이 들어 굉장히 꺼려진다”고 말했다.

 

대학생 김모씨(26)도 “지금은 오픈채팅방이 대상이지만 나중에 사적 영역으로 넘어온다고 하면 어떻게 막겠느냐”면서 “정작 N번방 사건은 텔레그램에서 일어났는데 텔레그램이나 디스코드같은 해외채널은 못 막는 게 실효성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필터링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뽐뿌’에서는 오픈채팅방에 고양이 사진을 보냈는데도 불구하고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방심위에서 불법촬영물 등으로 심의‧의결한 정보에 해당하는지 검토 중입니다’라는 문구가 떴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0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음란물의 유통을 차단하고자하는 의도는 충분히 공감이 간다. 그러나 오픈채팅방에서 사진이나 영상까지도 사전 필터링을 거친다고 한다면 위축 효과 등에 의해 표현의 자유가 심각하게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게시자의 사진이나 영상을 사람이 직접 보고 일일이 필터링하는 것이 아니라 기계의 알고리즘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표현의 자유가 극도로 침해되는 것은 아니지만, 무엇인가에 의해 필터링된다는 사실 자체만 가지고도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게 된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텔레그램이나 틱톡 등 국내 기업들과 경쟁하는 (해외의) SNS 서비스들도 있다. 국내 포털과 SNS서비스에 대해서만 과도한 규제를 하게 되면 과거 ‘사이버 망명’ 등과 같은 형태로 이용자들이 이탈할 수 있고, 결국 역차별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