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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이슈story] 수출 877억에 물가 3.1%, 한국 경제가 두 갈래로 달린다

투데이e코노믹 = 우혜정 기자 | 지난 1일과 2일, 이틀 연속으로 숫자가 나왔다. 1일엔 산업통상부가 5월 수출입 동향을 발표했다. 수출 877억 5000만 달러, 전년 대비 53.2% 증가. 월간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이고 3개월 연속 800억 달러를 넘어선 것도 사상 처음이다. 2일엔 국가데이터처가 5월 소비자물가를 발표했다. 전년 동월 대비 3.1% 상승. 2024년 3월 이후 2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수출과 물가가 동시에 역대급으로 치솟았다.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같은 주에 나란히 도착했다. 그리고 두 숫자의 배경에는 공통된 원인이 있다. 중동 전쟁이다.

 

반도체 하나가 전체 수출의 42%를 끌었다

 

5월 수출을 끌어올린 엔진은 반도체였다. 반도체 수출액은 371억 6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69.4% 폭증했다. 전체 수출액의 약 42%를 반도체 하나가 차지한다. 3개월 연속 300억 달러를 넘겼고, 14개월 연속 해당 월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이어갔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설비투자 확대가 메모리 고정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수출 단가가 급등한 결과다. D램 수출은 전년 대비 369.8% 늘었다. 낸드도 206.8% 증가했다. 컴퓨터 수출은 AI 서버용 SSD 수요 증가로 290.7% 급증했다.

 

일평균 수출도 42억 8000만 달러로 처음 40억 달러를 넘어섰다. 무역수지는 269억 5000만 달러 흑자, 시장 전망치 242억 달러를 크게 웃돌았다. 수출 증가율 53.2%는 1984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반면 자동차 수출은 5.9% 감소했다. 조업일수 감소, 국내 화재로 인한 부품 공급 차질, 중동 전쟁에 따른 물류 차질이 겹쳤다.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수출은 늘었지만 내연기관차가 끌어내렸다. 수출 전체가 좋아도 품목별 명암은 갈린다.

 

물가를 0.92%포인트 끌어올린 기름값

 

2일 발표된 5월 소비자물가 3.1%의 주범은 석유류다. 석유류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24.2% 급등했다. 2022년 7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초기 이후 3년 10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이다. 석유류 상승만으로 전체 물가를 0.92%포인트 끌어올렸다.

 

품목별로 보면 경유가 33.3% 뛰었고 휘발유는 23.1%, 등유는 21.7% 올랐다. 국제항공료는 33.5% 상승해 1995년 통계 집계 이래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유류할증료 인상과 5월 연휴 여행 수요가 겹친 결과다. 해외단체여행비도 26.3%, 렌터카는 25.7% 올랐다.

 

올해 소비자물가 흐름을 보면 방향이 분명하다. 1~2월 2.0%, 3월 2.2%, 4월 2.6%, 5월 3.1%. 넉 달 연속 가팔라지고 있다. 근원물가(식료품·에너지 제외)도 2.5%, 생활물가는 3.3% 올랐다. 공급 충격이 시작됐지만 수요 측 압력도 함께 커지고 있다는 신호다.

 

두 숫자가 만드는 딜레마

 

877억 수출과 3.1% 물가. 이 두 숫자는 한국 경제의 현재를 가장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수출은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지속되면서 무역수지 흑자 규모가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이 수출 호조의 열매가 내수로 얼마나 퍼지고 있느냐는 다른 문제다. 반도체 수출이 전체의 42%를 차지하는 구조에서 수출 증가가 골고루 체감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물가는 반대 방향에서 압박한다. 중동 전쟁 장기화로 유가가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한 석유류 물가 상방 압력은 쉽게 꺾이지 않는다. 국가데이터처는 "당분간 3%대 물가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서민 체감 물가인 생활물가가 3.3%라는 건 장을 보고, 주유소에 들르고, 여행을 가는 사람들이 직접 느끼는 부담이 그만큼 커졌다는 뜻이다.

 

7월 16일 금통위가 다시 주목받는다

 

이 두 숫자는 통화정책으로 이어진다. 5월 28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2.50%로 동결하면서도 점도표 21개 중 19개가 인상을 가리켰다. 당시 한국은행이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을 2.7%로 제시했는데, 5월 실제 물가가 3.1%로 그 전망을 이미 넘어섰다.

 

인상 소수의견을 냈던 유상대 부총재와 장용성 위원이 즉시 올리자고 한 근거가 이 흐름이었다. 물가가 3%를 넘어선 지금, 7월 16일 금통위에서의 인상 논의는 더 강해질 수밖에 없다.

 

수출은 역대 최대, 물가는 2년 만의 최고. 한국 경제가 두 개의 속도로 달리고 있다. 어떤 속도를 더 무겁게 볼 것인가. 그 판단이 7월 금통위 결정을 만들고, 하반기 경제 흐름을 결정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