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e코노믹 = 이혜진 기자 | 오늘 새벽 6시 30분쯔음, 트럼프 대통령이 SNS를 통해 이란과의 합의가 완료됐다고 직접 공개했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행료 없이 개방하고, 미 해군의 봉쇄 조치도 즉각 해제한다는 내용이다. 비슷한 시간 파키스탄 샤리프 총리도 "양측이 레바논을 포함한 모든 전선에서 군사작전의 즉각적이고 영구적인 종료를 선언했다"고 알렸다. 공식 서명식은 19일 스위스에서 열릴 예정이다.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전쟁이 106일 만에 끝났다. 다만 이번 합의는 완전한 종전이 아니라 60일간의 조건부 휴전과 후속 핵협상을 위한 양해각서(MOU) 체결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여전히 남아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은 이미 반응했다
오늘 오전 브렌트유 8월물은 배럴당 83달러대로 4% 하락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81달러선까지 떨어졌다. 유럽 천연가스 선물 가격도 5% 넘게 하락했다.
전 세계 원유와 LNG 물동량의 약 20%가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이 넉 달간 봉쇄됐다가 재개방 수순에 들어간 직후의 반응이다. 원유와 LNG 수입의 상당 부분을 중동에 의존하는 한국·일본·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은 에너지 수급 불안 완화를 기대하고 있다. 해운업계도 급등했던 운임과 보험료 부담이 완화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호르무즈에 갇혔던 한국 선박 24척
오늘 기준 호르무즈 해협 안쪽에 발이 묶여 있는 한국 선박은 24척, 한국인은 137명이다. 이미 첫 사례가 나왔다. HMM의 초대형 원유운반선 '유니버설 위너'호가 지난 10일 해협을 빠져나와 원유 하역을 위해 울산 앞바다에 도착했다.
종전 서명이 19일 완료되고 해협 재개방이 현실화하면 나머지 23척의 이동 준비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모든 선박이 곧바로 빠져나오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많다. 이란 의회 국가안보외교위원회가 지난 4월 승인한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이란의 주권 확립법' 초안에는 선박 통행 허가와 항로 지정, 통행료 부과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전쟁 기간 해협 통과 선박을 심사·통제해온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이 통제권을 완전히 내려놓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무엇이 정상화되고, 무엇이 남는가
에너지 가격 하락은 한국 경제 전반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5월 소비자물가 3.1%를 끌어올린 핵심 요인이 석유류 24.2% 급등이었다. 유가가 80달러대로 내려오면 물가 상승 압력의 가장 큰 축 하나가 완화된다. 7월 16일 금통위에서의 기준금리 인상 논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다.
수출 물류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HMM이 부산으로 본사를 이전하며 추진했던 북극항로 구상의 배경이 호르무즈 해협의 높은 의존도였다. 호르무즈가 정상화되면 북극항로의 단기적 긴급성은 줄어들 수 있지만, 정부가 추진해온 항로 다변화 전략 자체의 방향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특정 항로에 대한 의존도가 국가 경제 리스크라는 인식은 이번 전쟁으로 이미 굳어졌다.
5월 고용동향에서 제조업 취업자가 7년 3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감소한 배경에도 중동 전쟁에 따른 유가 상승과 원자재 비용 부담이 있었다. 에너지 비용이 정상화되면 제조업 현장의 비용 압박도 일부 완화될 수 있다.
다만, 60일이라는 시한
이번 합의가 '완전한 종전'이 아니라는 점은 중요하다. 60일 조건부 휴전과 후속 핵협상을 위한 MOU라는 형식이다. 막판까지 변수도 있었다. 이스라엘의 베이루트 공습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는 보도가 나왔을 정도로, 합의 직전까지 충돌 가능성이 남아 있었다.
이란 핵 프로그램에 대한 후속 협상이 60일 안에 어떻게 진행되느냐가 다음 분수령이다. 협상이 순조롭게 이어지면 유가 안정화가 구조적으로 자리잡을 수 있지만, 60일 이내 협상이 결렬되면 시장은 다시 불확실성 국면으로 돌아갈 수 있다.
오늘 시장의 즉각적인 하락 반응은 '불확실성 해소'에 대한 안도다. 그러나 한국 경제가 완전히 안심하기에는, 19일 서명식과 그 이후 60일이 더 지나봐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