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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일반/과학

삼성전자, 2분기 영업이익 89조 '역대급'…그런데 주가는 왜 떨어졌나

투데이e코노믹 = 유서진 기자 | 삼성전자가 또 한 번 기록을 갈아치웠다. 삼성전자는 7일 연결 기준 2분기 잠정실적으로 매출 171조원, 영업이익 89조4000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매출은 전 분기 대비 27.74%, 전년 동기 대비 129.31%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전 분기 대비 56.21%, 전년 동기 대비 1810.26% 급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분기 기준 사상 최대 기록이다.

 

숫자의 무게를 실감하려면 비교 대상이 필요하다. 이번 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43조6011억원의 약 2배 수준이다. 석 달 만에 지난해 1년 치의 두 배를 벌어들인 셈이다. 범위를 넓히면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의 합산 영업이익도 뛰어넘었다. 글로벌 무대에서도 엔비디아나 애플의 분기 최대 영업이익 기록을 모두 갈아치웠으며, 이를 넘어서는 기록은 사우디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가 우크라이나 전쟁 시기인 2022년 2분기에 올린 132조원 정도가 남아 있을 뿐이다.

 

여기에 숨은 숫자가 하나 더 있다. 이번 영업이익은 성과급 지급을 위한 충당금 약 17조원이 제외된 수치로, 이를 포함하면 사실상 106조원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직원 성과급을 쌓고도 89조원이 남았다는 얘기다.

 

실적의 엔진은 이번에도 반도체

 

이번 실적은 AI 서버 투자 확대에 따른 메모리 수요 증가와 D램·낸드 평균판매가격(ASP) 상승, HBM 판매 확대가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잠정실적 특성상 사업부문별 실적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증권가에서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이 전사 영업이익의 대부분을 차지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시점도 절묘했다. 이번 실적은 메타발 AI 투자 둔화 논란 이후 처음 공개된 반도체 기업의 실적이라는 점에서 시장의 관심이 쏠렸다. 메타가 남는 컴퓨팅 자원을 활용한 클라우드 사업 진출 계획을 내놓으면서 빅테크의 AI 투자가 둔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최근 코스피를 짓눌러온 '반도체 정점론'에 대해 삼성전자가 실적이라는 가장 확실한 언어로 답한 모양새다. 다만 완제품 사업 부문은 반도체 등 부품 가격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이 계속되면서 상대적으로 부진한 실적을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메모리 가격 급등이 반도체 사업에는 축포, 스마트폰과 가전에는 원가 청구서로 작용하는 양면성이 이번 분기에도 이어졌다.

 

역대급 성적표에도 주가는 급락

 

정작 시장의 반응은 차가웠다. 실적 발표 직후 삼성전자는 장 초반 5% 넘게 하락했고, SK하이닉스도 동반 약세를 보이며 반도체주 전반의 투자심리가 위축됐다. 오전 10시 기준 삼성전자 주가는 전장 대비 6.13% 내린 29만8500원까지 밀렸다.

 

표면적으로는 컨센서스를 웃돈 실적인데 왜 팔았을까. 눈높이의 문제다. 최근 메모리 슈퍼사이클과 HBM 수요 확대 기대가 커지면서 일부에서는 영업이익이 90조~100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까지 제기됐기 때문에, 증권가에서는 이번 실적을 사실상 '기대 대비 어닝 미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실적 개선이 이미 수개월 전부터 예상됐고, 주가 역시 최근 큰 폭으로 상승하며 기대감을 상당 부분 반영해 왔다고 분석했다.

 

사실 이런 패턴은 처음이 아니다. 2024년 2분기부터 2026년 1분기까지 여덟 차례 실적 발표 가운데 발표 당일 주가가 하락한 경우가 세 차례였고, 영업이익이 전 분기 대비 두 배 이상 늘었던 2025년 3분기에도 발표 당일 주가는 1.82% 하락했다. 실적이 아무리 좋아도 시장의 기대를 '압도'하지 못하면 차익실현의 빌미가 되는, 삼성전자 특유의 발표일 징크스가 반복된 셈이다.

 

증권가 "조정은 매수 기회"…남은 변수는

 

하락에도 불구하고 증권가의 시각은 오히려 강세 쪽이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공간 제약으로 인해 메모리 공급은 최소 내년 4분기까지 수요 증가 속도를 따라잡기에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메모리 업황은 사이클상 아직 중반에도 미치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이종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2026년과 2027년 영업이익을 각각 372조원, 565조원으로 추정하면서 "분기 100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이 1년 이상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주주환원도 하반기 관전 포인트로 부상했다. 손인준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에는 메모리 업체 간 주주환원 경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라며 삼성전자가 연간 잉여현금흐름(FCF)의 50%를 자사주 소각 중심으로 활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목표주가도 줄줄이 올라가는 중이다. 최고 목표주가는 노무라증권이 제시한 67만원으로, 전날 종가 기준 상승 여력이 110%에 달하며, 한국투자증권과 신한투자증권은 59만원, 한화투자증권과 상상인증권은 58만원을 제시했다.

 

시선은 이제 이달 말로 향한다. 향후 공개될 확정 실적과 콘퍼런스콜에서 하반기 사업 전망이 얼마나 긍정적으로 제시되는지가 주가의 다음 방향성을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 DS 부문의 실제 수익성, HBM 매출 기여도, 장기공급계약(LTA) 구체화 여부가 확인되는 순간, 89조원이라는 숫자가 정점이었는지 통과점이었는지도 함께 드러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