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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1인가구 800만 시대, '예·적금'에서 '주식'으로 돈이 움직인다

KB금융 '2026 한국 1인가구 보고서'… 10명 중 6명은 N잡, 소비는 계획적으로

투데이e코노믹 = 우혜정 기자 | 혼자 사는 삶이 더 이상 예외가 아니다. 국내 1인가구는 804만 5천 가구로 전체 가구의 36.1%를 차지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세 집 건너 한 집이 1인가구인 셈이다. KB금융그룹이 19일 발간한 '2026 한국 1인가구 보고서'는 이렇게 보편화된 1인가구의 일상과 금융생활을 들여다봤다.

 

보고서는 2017년 첫 발간 이후 올해로 일곱 번째다. 이번 조사는 지난 2월 25일부터 3월 23일까지 서울을 비롯한 전국 주요 도시에서 6개월 이상 혼자 살며 독립적으로 경제활동을 하는 만 25~59세 남녀 2천 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혼자가 편하다"… 만족도 73.5%로 상승세

 

조사 결과에서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만족도다. 1인가구의 현재 삶에 대한 만족도는 73.5%로 2024년보다 2.3%포인트 올랐고, 1인 생활을 계속하겠다는 응답도 58.3%에 달했다. 부문별로는 공간·환경(79.5%)과 여가생활(74.8%)에서 만족도가 높았고, 인간관계(62.4%), 경제력(51.4%)이 뒤를 이었다.

 

혼자 사는 이유는 단순했다. 응답자의 61.4%가 '혼자 사는 것이 편해서'라고 답했다. 다만 그늘도 있다. 현재의 걱정거리로는 경제적 안정(24.0%)을, 미래의 불안 요인으로는 건강(25.7%)을 가장 많이 꼽았다. 자율성을 누리는 만큼 혼자 감당해야 할 취약성도 함께 안고 있다는 얘기다.

 

라이프스타일 측면에서도 1인가구는 혼자만의 시간을 적극적으로 선택하고 있었다. 여가를 혼자 즐기고 싶다는 응답이 52.2%로, '반반'(30.0%)이나 '타인과 함께'(17.8%)를 크게 앞섰다. 식생활에서는 새롭고 다양한 음식을 시도하거나 비싸더라도 건강에 좋은 프리미엄 제품을 찾는 등 2년 사이 질적인 변화가 나타났다.

 

증시 활황에 올라탄 1인가구… 대출로 투자도

 

금융생활에서는 뚜렷한 '머니 무브'가 관찰됐다. 안전자산에서 투자자산으로 자금이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1인가구의 금융자산 포트폴리오에서 예·적금 비중은 28.3%로 2년 전보다 7.8%포인트 줄었다. 반면 주식·ETF는 21.1%로 6.1%포인트, 가상자산은 3.5%로 1.3%포인트 늘었다.

 

투자 열기는 대출 활용으로도 이어졌다. 대출 보유자 가운데 대출을 통해 금융상품에 투자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34.0%로, 2024년(28.8%)보다 5.2%포인트 높아졌다. KB금융은 올해 주식시장이 전례 없는 상승 흐름을 이어가는 가운데 1인가구의 자금이 안전자산을 벗어나 투자자산으로 적극 이동한 결과로 해석했다.

 

N잡은 생계 아닌 '미래 대비'

 

올해 보고서가 주목한 첫 번째 이슈는 직업 트렌드다. 본업 외에 부수입 활동을 하는 이른바 'N잡' 참여율은 59.6%로 나타났다. 2022년 42.0%에서 17.6%포인트나 뛴 수치다. 1인가구 10명 중 6명이 두 개 이상의 일을 병행하고 있는 셈이다.

 

주목할 점은 N잡의 성격이다. 시작 계기가 '자발적인 이유'라는 응답이 79.5%였고, 주된 동기도 '여유·비상자금 마련'(40.4%)이 가장 많았다. 절박한 생계형이라기보다 미래에 대비하는 성격이 강하다는 의미다. 보고서는 N잡을 여러 개 꾸려가는 1인가구일수록 결혼, 노후, 자기계발, 자산관리 전반에서 더 능동적이고 자신감 있는 태도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즉흥 소비는 옛말… '계획'과 '가성비'가 우선

 

소비 성향에서는 계획성과 실용성이 두드러졌다. 계획적으로 소비한다는 응답(47.2%)이 즉흥적 소비(24.1%)의 두 배 가까이 됐고, 실속과 가성비를 우선한다는 응답도 55.4%로 품질·완성도 우선(16.2%)을 크게 웃돌았다. 브랜드나 신뢰(19.0%)보다는 주관적 취향(51.1%)을 따르는 경향도 뚜렷했다.

 

이런 흐름은 의식주와 여가 전 영역에서 일관되게 나타났지만, 세부 판단 기준은 영역마다 달랐다. 옷을 살 때는 활동성과 편안함을, 식품은 가격을, 주거는 비용 대비 효율성과 환경·시설을, 여가는 자신의 취향을 가장 중요하게 따졌다.

 

KB금융 경영연구소는 "1인가구는 더 이상 특정 세대에 국한된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누구나 생애 어느 시점에 마주할 수 있는 삶의 한 형태"라며 "이번 보고서가 1인가구의 실제 삶을 이해하는 기초 자료로 활용되어 다양한 서비스 설계와 공공·민간의 정책적 논의에 보탬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보고서 전문은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