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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이슈story] 호르무즈 이어 홍해까지…'유가 100달러' 공포가 다시 온다

투데이e코노믹 = 이혜진 기자 | 세계 원유 수송의 두 동맥이 동시에 조여들고 있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후티 반군이 미국·사우디아라비아와 맺은 휴전을 깨면서 대체 수송로였던 홍해마저 위기에 놓였다. 국제유가는 이번 주 들어서만 12% 안팎 뛰었고, 시장에서는 배럴당 100달러 재돌파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불과 나흘 전 3년 6개월 만의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 한국 경제에는 물가와 환율, 물류비를 한꺼번에 자극할 수 있는 악재다.

 

휴전 깨진 홍해, '플랜B'가 사라진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홍해다. 지난 4월 미국의 호르무즈 봉쇄 선언과 이란의 역봉쇄 대치 이후, 사우디 등 걸프 산유국들은 홍해 연안 얀부 터미널로 이어지는 동서 파이프라인을 통해 수출 물량을 우회시키며 버텨왔다. 시장이 유가 100달러 선에서 그나마 균형을 찾을 수 있었던 것도 이 우회로 덕이 컸다.

 

그런데 그 우회로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란 지도부는 미국이 자국 전력 인프라를 공격할 경우에 대비해 후티 반군에 홍해 원유 수송로를 봉쇄할 준비를 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18일 "이란과 '저항의 축'이 적에게 잊을 수 없는 교훈을 줄 것"이라며 후티의 공세를 시사했다. 실제 미국은 지난달 체결된 양해각서(MOU)로 교전이 중단된 이후 처음으로 이란 남부 해안 지역에 대규모 공습을 재개했고, 이란도 인접국 미군 기지를 겨냥한 미사일·드론 공격으로 맞서면서 휴전은 사실상 무너진 상태다.

 

숫자로 보면 위협의 크기가 선명해진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쟁 전 전 세계 석유 공급의 약 20%를 담당했고, 후티가 장악한 홍해의 바브 알 만데브 해협은 해상 원유 수송의 약 10%를 차지한다. 알자지라는 두 해협이 모두 폐쇄되면 전 세계 석유·가스 공급량의 4분의 1이 차단된다고 분석했다. 팀 워터러 KCM트레이드 수석 시장전략가는 "홍해가 또 다른 주요 공급 차질 지역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글로벌 원유 시장 전망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며 지정학적 위험이 유가에 위험 프리미엄을 계속 얹고 있다고 진단했다.

 

유가는 즉각 반응했다. 브렌트유 선물은 지난주 한때 배럴당 84.93달러까지 오르며 3주 연속 주간 상승세를 기록했고,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79달러 선을 회복했다. 지난 2월 말 분쟁 발발 직후 110달러를 넘었다가 6월 임시 평화 합의로 안정을 찾아가던 유가가, 두 달 만에 다시 상승 궤도에 올라탄 것이다.

 

한국에는 '삼중 청구서'

 

한국은 이 사태의 직격권에 있다. 첫 번째 청구서는 수입 비용이다. 원유 수입 대부분을 중동에 의존하는 구조에서, 이미 지난 6월 원유 수입액은 물량이 10% 줄었음에도 단가 상승 탓에 50% 넘게 불어났다. 유가가 100달러를 재돌파하면 이 부담은 더 커진다.

 

두 번째는 물류다. 홍해는 원유만이 아니라 한국 수출품이 유럽으로 가는 핵심 항로다. 호르무즈 봉쇄 이후 한국 유조선 15척이 홍해를 통과해온 것으로 파악되는데, 이 길마저 막히면 아프리카 남단 우회가 불가피하다. 운항 거리와 보험료가 급증하면서 해운 운임발 비용 인상이 수출 기업 전반으로 번질 수 있다. 2023년 말 후티의 홍해 공격 당시 컨테이너선 대부분이 희망봉으로 우회하며 운임이 치솟았던 장면이 재연될 수 있다는 얘기다.

 

세 번째이자 가장 무거운 청구서는 물가와 금리다.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2%로 3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한국은행은 지난 16일 이를 근거로 기준금리를 2.75%로 인상하며 "물가상승률이 상당 기간 목표 수준을 상회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가 상승은 수입물가를 거쳐 소비자물가를 밀어 올리는 가장 직접적인 경로다. 여기에 1500원 안팎의 고환율까지 겹치면 '달러로 비싸진 기름을 비싼 환율로 사 오는' 이중 부담이 된다. 유가발 물가 압력이 커질수록 한은의 추가 금리 인상 시계도 빨라질 수 있고, 이는 대출자의 이자 부담으로 되돌아온다.

 

협상 '진전' 소식도…양방향 변동성 국면

 

다만 판이 파국으로만 치닫는 것은 아니다. 이란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은 20일 스위스에서 열린 미국과의 평화 협상에서 "주요 진전"이 있었다고 밝혔다. 강대강 무력 대치와 물밑 협상이 동시에 굴러가는 형국이라, 협상 타결 소식이 나오면 유가가 급락할 수 있는 양방향 변동성 국면인 셈이다. 실제 유가는 이번 분쟁 기간 내내 봉쇄 뉴스에 급등하고 협상 뉴스에 급락하는 롤러코스터를 반복해왔다.

 

결국 관건은 두 해협의 통제권을 둘러싼 미국과 이란의 담판이다. 협상이 타결되면 유가는 빠르게 안정되겠지만, 홍해 봉쇄가 현실화되면 100달러는 저항선이 아니라 통과점이 될 수 있다. 지난주 긴축의 첫발을 뗀 한국 경제로서는, 중동에서 날아올 다음 뉴스가 하반기 물가와 금리 경로를 좌우할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