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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한화 삼형제 나란히 승진…'수석부회장' 김동관, 승계 마지막 퍼즐 맞췄다

투데이e코노믹 = 이혜진 기자 | 한화그룹이 30일 김동관 부회장을 수석부회장으로,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을 부회장으로, 김동선 한화비전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는 인사를 발표했다. 시행일은 8월 1일이다.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이 같은 날 나란히 직급을 올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재계에서는 이번 인사를 한화 3세 승계 구도가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진입했다는 신호로 읽는다.

 

'수석부회장'이라는 직함의 무게

 

주목할 대목은 김동관 부회장에게 부여된 '수석부회장'이라는 직함이다. 국내 주요 그룹에서 수석부회장은 총수 승계 직전 단계에 놓인 후계자에게 부여돼 온 자리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2018년 수석부회장을 거쳐 2년 뒤 회장에 오른 전례가 대표적이다. 김동관 수석부회장이 2022년부터 그룹 경영을 실질적으로 총괄해 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승진은 새 역할을 부여했다기보다 이미 굳어진 위상을 공식화한 성격이 짙다.

 

명분도 충분히 쌓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오션을 축으로 한 방산·조선 부문은 최근 수년간 그룹 성장을 견인했고, 미국 필리조선소 인수와 이른바 'MASGA' 협력 구도로 미 함정 시장이라는 새 무대까지 열었다. 한화는 올해 상반기 기준 공정자산 149조원대로 롯데를 제치고 재계 5위에 올라섰는데, 2002년 6위 진입 이후 24년 만의 순위 상승이다. 후계자의 승진에 실적이라는 근거가 붙은 셈이다.

 

지난해 김승연 회장이 보유 중이던 ㈜한화 지분의 절반을 세 아들에게 증여하면서 소유 측면의 승계는 이미 큰 고비를 넘었다. 이번 인사로 경영 측면의 승계까지 정리되면서, 남은 것은 회장 취임이라는 형식적 절차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더 선명해진 삼형제 분할 구도

 

이번 인사는 삼형제의 사업 영역 구분도 한층 뚜렷하게 만들었다. 김동관 수석부회장은 방산·해양·우주항공·에너지, 김동원 부회장은 금융, 김동선 사장은 유통·레저·식음료와 첨단산업을 맡는 구도다. 그룹이 보도자료에서 세 사람의 관할 영역을 각각 명시한 것 자체가 계열 분리를 염두에 둔 정지작업 아니냐는 해석을 낳는 대목이다.

 

차남 김동원 부회장의 승진은 금융 계열의 독자성이 강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한화생명을 정점으로 한 금융 부문은 인도네시아·베트남 등 동남아 시장 확장과 디지털 전환을 앞세워 왔다. 금산분리 규제 특성상 금융 계열은 어차피 그룹 산업 부문과 지배구조를 달리 가져갈 수밖에 없는 만큼, 부회장 승진은 향후 분리 시나리오와 자연스럽게 맞물린다.

 

삼남 김동선 사장의 행보는 세 형제 가운데 가장 공격적이다. 갤러리아·호텔앤드리조트 같은 전통적 유통·레저 영역에 머무르지 않고 한화세미텍을 통해 반도체 후공정 장비 시장에 뛰어들었다. TC본더를 앞세워 한미반도체가 사실상 독점해 온 시장에 균열을 내고 SK하이닉스 공급망에 진입한 것은, 유통 후계자라는 꼬리표를 떼려는 시도로 읽힌다. 이번에 한화비전 김기철 대표가 한화세미텍 대표를 겸직하게 된 것도 반도체 장비 사업에 힘을 싣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CEO 인사에 담긴 그룹의 셈법

 

5개 계열사 신임 대표 내정자의 면면을 보면 그룹이 어디에 힘을 주고 어디를 수술대에 올렸는지 드러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업부문의 이부환 내정자는 유럽법인장 출신의 해외사업 전문가로, 폴란드 이후 유럽·중동으로 이어지는 방산 수출 거점 구축이 과제다. 한화시스템 양기원 내정자에게는 우주·방산의 글로벌 확장이라는 주문이 붙었다. 두 자리 모두 '해외'가 키워드다. 내수 방산의 한계를 넘어 수출 산업으로 체질을 바꾸는 작업이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는 의미다.

 

반면 한화임팩트 사업부문에 현직 대산공장장인 강정훈 내정자를 앉히며 '원가혁신'과 '수익구조 개선'을 명시한 것은 결이 다르다.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수년째 침체된 석유화학 부문의 사정이 그대로 반영됐다. 성장을 주문받은 방산과 달리, 화학은 현장 전문가를 통한 버티기와 구조조정 국면임을 그룹 스스로 인정한 모양새다.

 

남은 시험대

 

승계의 형식은 갖춰졌지만 과제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그룹 전체 실적이 방산·조선에 쏠려 있어 화학·태양광 등 김동관 수석부회장이 초기에 키운 사업들의 부진이 길어지면 포트폴리오 불균형 논란이 따라붙을 수 있다. 증여세 재원 마련과 한화에너지를 활용한 지배구조 정리도 시장이 계속 주시하는 지점이다. 무엇보다 삼형제 각자가 맡은 영역에서 독자 생존이 가능한 실적을 증명해야 계열 분리든 공동 경영이든 다음 그림을 그릴 수 있다. 8월 1일 출범하는 '수석부회장 체제'는 그 증명의 시간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뜻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