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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한 달 새 빅테크 인재 셋 영입한 현대차…자율주행 '지각'의 자인인가

투데이e코노믹 = 이혜진 기자 | 현대자동차그룹이 30일 엔비디아·삼성전자 출신 권정현 부사장을 AVP(첨단차플랫폼)본부 자율주행개발센터장으로 영입했다. 권 부사장은 삼성전자에서 지능형 로봇 개발을 총괄했고, 그에 앞서 엔비디아에서 컴퓨터 비전과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의 개발·상용화를 이끈 인물이다. 앞으로 그룹 자율주행 핵심 기술의 개발부터 차량 적용, 제품화까지 전 과정을 총괄한다.

 

이번 영입은 단발성 인사가 아니다. 현대차그룹은 이달 1일 애플·테슬라에서 무선 통신 시스템 개발을 주도한 김동욱 전무를 SDV플랫폼개발센터장으로, 애플·도요타·엔비디아를 거친 제레미 마 전무를 AVP본부 실리콘밸리실장으로 각각 영입했다. 한 달 사이 자율주행·SDV 라인의 핵심 보직 세 자리가 모두 외부 출신, 그것도 미국 빅테크 경력자로 채워진 것이다.

 

영입 러시가 말해주는 것

 

기업이 특정 분야 수장을 연쇄적으로 외부에서 데려온다는 것은 두 가지를 시사한다. 그 분야에 사활을 걸었다는 것, 그리고 내부 인력만으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2010년대 중반부터 자율주행에 조 단위 투자를 이어왔다. 2020년 앱티브와 절반씩 출자해 합작사 모셔널을 세웠고, 사내에는 자율주행사업부와 포티투닷이 있다. 그런데도 개발 총괄 자리를 밖에서 찾았다는 사실 자체가 지난 10년의 성적표에 대한 그룹 내부의 냉정한 평가를 반영한다.

 

세 사람의 이력에서 공통분모를 뽑으면 더 선명해진다. 연구자가 아니라 '상용화 경험자'들이다. 권 부사장은 엔비디아에서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실제 제품으로 만든 이력이 핵심 발탁 사유로 꼽혔다. 현대차의 문제의식이 기술 시연이 아니라 그 기술을 양산차에 싣는 단계에 있다는 방증이다.

 

어디서, 얼마나 늦었나

 

늦었다는 평가는 영역별로 나눠 봐야 한다. 먼저 로보택시. 웨이모는 2억 마일 이상의 완전자율주행 데이터를 쌓고 주당 40만 건이 넘는 유료 서비스를 운영 중인 반면, 모셔널은 아직 대규모 상용 서비스에 진입하지 못했다. 서비스 규모와 주행 데이터 축적에서 추격이 어려운 격차가 벌어졌다는 평가가 나온 이유다. 자율주행이 데이터를 먹고 크는 산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격차는 시간이 갈수록 복리로 벌어진다.

 

양산차 쪽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제네시스 G90에 탑재하겠다던 레벨3 주행보조 기능은 수년째 미뤄진 끝에 사실상 백지화 수순을 밟았고, 그 사이 테슬라 FSD와 중국 완성차들의 도심 주행보조 기능은 소비자가 체감하는 상품성의 영역으로 넘어갔다. 현대차 양산차의 자율주행은 여전히 레벨2 언저리에 머물러 있다.

 

전략의 궤적을 봐도 후발 주자의 선택이 읽힌다. 현대차는 자체 플랫폼 고집 대신 웨이모에 아이오닉5 기반 로보택시를 공급하는 하드웨어 파트너 역할을 받아들였고, 올해 3월에는 엔비디아의 표준 아키텍처인 드라이브 하이페리온 도입을 발표했다. 완성차의 자존심인 '풀스택 내재화'에서 한발 물러나 남의 플랫폼 위에 올라타는 실리를 택한 것인데, 뒤집어 보면 자체 소프트웨어만으로는 승부가 어렵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그래도 판이 끝난 것은 아니다

 

다만 '늦음'이 곧 '탈락'을 뜻하지는 않는다. 현대차에게는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갖지 못한 카드가 있다. 싱가포르 혁신센터와 미국 HMGMA의 생산 체계는 센서 구성이 제각각인 로보택시의 다품종 생산이 가능해 원가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웨이모조차 차량은 완성차 업체에 의존해야 하고, 그 공급자 자리를 현대차가 차지했다. 서비스 경쟁에서 밀리더라도 로보택시 시대의 '기체 제조사'로 남는 하방은 확보한 셈이다.

 

자체 서비스의 시험대도 눈앞에 있다. 모셔널은 올해 말 우버 플랫폼을 통해 라스베이거스에서 레벨4 로보택시 상용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실증이 아닌 일반 승객 대상 유료 서비스다. 모셔널은 이를 위해 개발 속도를 일부 늦추면서까지 시스템을 AI 중심으로 전면 재설계했다.

 

결국 이번 인사는 두 갈래로 읽힌다. 하나는 지난 10년의 지각에 대한 사실상의 자인이고, 다른 하나는 남은 시간 안에 격차를 좁히겠다는 승부수다. 권정현 부사장 체제의 성패를 가늠할 첫 관문은 연말 라스베이거스가 될 것이다. 그 무대에서 현대차가 보여줄 것이 기술 시연인지 사업인지에 따라, '늦었지만 따라잡을 수 있는 후발 주자'인지 '이미 판이 기운 시장의 조연'인지가 판가름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