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8.19 (수)

  • 구름많음동두천 23.2℃
  • 맑음강릉 26.5℃
  • 흐림서울 24.7℃
  • 구름많음대전 23.7℃
  • 맑음대구 26.1℃
  • 맑음울산 24.5℃
  • 흐림광주 26.7℃
  • 맑음부산 25.6℃
  • 구름많음고창 24.0℃
  • 흐림제주 26.8℃
  • 맑음강화 23.3℃
  • 맑음보은 21.5℃
  • 구름많음금산 22.7℃
  • 흐림강진군 25.6℃
  • 구름많음경주시 24.1℃
  • 맑음거제 26.3℃
기상청 제공

IT일반/과학

삼성전자, 한 분기에 89조 벌었다…반도체 '수퍼 호황'의 그늘엔 완제품 적자

투데이e코노믹 = 유서진 기자 | 삼성전자가 2분기에만 89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올리며 또 한 번 자체 기록을 갈아치웠다.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가 촉발한 메모리 반도체 초호황이 실적을 통째로 끌어올린 결과다. 다만 스마트폰·TV·가전을 담당하는 완제품 부문은 8천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로 돌아섰다. 반도체 값 폭등이 회사 전체를 먹여 살리는 동시에 자사 완제품의 원가를 짓누르는, 기형적이라 할 만한 실적 구조가 드러난 것이다.

 

석 달 만에 지난 3년치보다 많이 벌었다

 

삼성전자는 연결 기준 2분기 영업이익이 89조4,92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13.8%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30일 공시했다. 매출은 171조4,995억원으로 130% 늘었고, 순이익은 71조6,245억원으로 1,299.9% 증가했다. 연합인포맥스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84조1,894억원)를 6.3% 웃도는 수치로,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3분기 연속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이 숫자가 어느 정도인지는 과거와 비교하면 실감이 난다. 2023년부터 2025년까지 3년간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을 모두 합쳐도 82조8천억원대인데, 이번 한 분기 동안 그보다 6조원 이상을 더 벌었다. 상반기 누계 영업이익은 146조6,300억원으로 전년 동기(11조3,600억원)의 12배를 넘어섰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분기 5조원 안팎에 머물던 회사가 분기 90조원 체제로 옮겨간 셈이다.

 

DS 영업이익률 70%…메모리가 곧 가격 결정자

 

실적의 원천은 단연 반도체다.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은 매출 127조5천억원, 영업이익 89조2천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357% 늘었고, 사실상 전사 영업이익 전부를 반도체가 만들어냈다. 단순 계산으로 DS 부문 영업이익률은 70%에 이른다. 제조업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수익성으로, 지금의 메모리 시장이 수요-공급 논리를 넘어 공급자가 가격을 부르는 국면에 진입했음을 보여준다.

 

내용을 뜯어보면 AI 수요가 전방위로 확산된 흔적이 뚜렷하다. 메모리는 AI 확산에 따른 서버용 수요에 대응하며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썼고, 6세대 HBM(HBM4) 공급을 확대하는 한편 업계 최초로 HBM4E 샘플을 출하하며 기술 주도권 경쟁에도 속도를 냈다. 시스템LSI도 모바일 AP와 이미지센서 판매 호조로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HBM 주도권을 두고 SK하이닉스에 밀린다는 평가를 받아온 삼성전자가 차세대 제품에서 '최초' 타이틀을 되찾아왔다는 점은 실적 숫자 못지않게 주목할 대목이다.

 

경쟁사도 함께 뛰고 있다. SK하이닉스는 AI 서버용 고부가 메모리 판매 확대에 힘입어 2분기 60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거뒀다. 한국 메모리 양사가 한 분기에 150조원 가까운 영업이익을 합작한 것으로, K반도체 전체가 유례없는 사이클의 정점을 통과하고 있다.

 

호황의 역설, 세트 사업의 적자

 

화려한 성적표의 이면에는 불편한 숫자가 있다. 완제품을 담당하는 DX(디바이스경험) 부문은 매출 48조원에 영업손실 8천억원을 기록했다. 갤럭시 S26 시리즈와 A시리즈 판매 호조로 매출은 전년 대비 10% 늘었지만, 부품 원가 상승이 수익성을 무너뜨렸다. TV 사업은 2026 북중미 월드컵 특수와 신제품 효과로 개선됐으나, 생활가전은 에어컨 판매가 늘고도 비용 부담에 이익이 줄었다.

 

여기서 '부품 원가'의 상당 부분은 다름 아닌 메모리 가격이다. DS 부문이 70%의 마진을 누리는 바로 그 가격이 갤럭시와 TV의 원가로 전가되는 구조다. 삼성전자 내부에서 반도체가 벌고 세트가 그 청구서를 받아드는 모양새인데, 이는 삼성만의 문제가 아니라 메모리를 사서 쓰는 전 세계 세트·서버 업체들이 공통으로 겪는 압박이기도 하다. 스마트폰과 가전의 소비자 가격 인상 압력이 하반기 글로벌 IT 시장의 화두로 번질 수 있는 이유다.

 

디스플레이는 매출 7조5천억원, 영업이익 7천억원으로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고, 하만은 매출 4조6천억원에 영업이익 4천억원을 올렸다.

 

하반기에도 상승 전망…남는 질문 둘

 

삼성전자는 하반기에도 반도체 수요 강세가 이어지며 전사 실적이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DS 부문은 에이전틱 AI 확산에 따른 수요 강세로 상승세가 지속될 전망이고, DX 부문은 글로벌 불확실성과 부품 비용 상승으로 어려운 환경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사업 경쟁력 강화와 체질 개선을 병행하기로 했다.

 

관전 포인트는 두 가지로 모인다. 하나는 이 사이클의 지속 기간이다. 메모리 산업은 호황이 설비 증설을 부르고 증설이 다시 공급과잉으로 이어지는 사이클을 반복해 왔다. 다만 이번에는 HBM 중심의 생산능력 전환이 범용 D램 공급을 구조적으로 묶어두고 있어, 과거보다 호황이 길어질 것이라는 시각과 그만큼 조정도 가팔라질 것이라는 시각이 엇갈린다. 다른 하나는 분기 70조원대 순이익이 쌓아 올릴 현금의 사용처다. 이 규모의 이익이 몇 분기만 이어져도 삼성전자의 현금 여력은 대형 인수합병이든 파운드리 초대형 투자든 주주환원 확대든, 어떤 선택지도 가능한 수준에 도달한다. 실적 발표보다 그 다음 자본배치 결정이 더 큰 뉴스가 될 수 있는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