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e코노믹 = 우혜정 기자 | 애플이 인공지능(AI) 음성비서 '시리(Siri)'의 유료화 가능성을 처음으로 공식 언급하면서 AI를 새로운 구독 사업으로 키우려는 전략이 본격화되고 있다. 기본적인 AI 기능은 무료로 제공하되, 고성능 AI와 AI 에이전트 기능은 유료 구독 서비스로 제공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다만 AI 시장에서 경쟁사보다 뒤늦게 출발한 만큼 이용자가 비용을 지불할 만큼의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지가 성공의 관건으로 꼽힌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4~6월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향상된 음성비서 기능을 제공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AI를 많이 활용하는 이용자를 위해 iCloud+와 같은 업그레이드 모델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애플 경영진이 차세대 시리의 유료화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에서는 애플이 기본 AI 기능과 프리미엄 AI 기능을 구분하는 방식을 검토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일반적인 음성 명령이나 간단한 AI 기능은 무료로 제공하고, 이용자를 대신해 여러 앱을 넘나들며 업무를 처리하는 AI 에이전트 기능이나 고성능 AI 모델은 유료 구독 형로 제공하는 방식이다.
AI 운영 비용 분담, 신성장동력 발굴
유료 모델은 기존 클라우드 서비스인 iCloud+와 연계될 가능성이 크다. 애플은 이미 일부 AI 기능에 사용량 제한을 두고 iCloud+ 가입자에게 더 높은 이용 한도를 제공하고 있다. 차세대 시리도 일정 사용량을 초과하면 상위 iCloud+ 요금제 가입을 통해 추가 기능이나 더 많은 AI 사용량을 제공하는 형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은 차기 iOS의 일부 홈 보안 기능 역시 iCloud+ 구독자를 대상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애플이 AI 유료화를 검토하는 가장 큰 이유는 AI 운영 비용 증가다. 간단한 요청은 아이폰 등 기기에서 직접 처리하지만, 복잡한 작업은 애플 서버와 클라우드 인프라를 활용해야 한다. AI 사용량이 늘어날수록 연산 비용도 급격히 증가하는 만큼 무제한 무료 제공에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서비스 사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키우려는 전략도 깔려 있다. 애플의 서비스 부문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지만 성장률은 다소 둔화하는 추세다. AI 프리미엄 서비스가 도입되면 iCloud+와 애플원(Apple One) 등 기존 구독 상품 가입 확대를 이끌며 서비스 매출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애플은 지난해 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 개인 정보를 이해하고 여러 앱을 넘나들며 작업을 수행하는 AI 기반 시리를 선보이겠다고 밝혔지만 개발이 지연되면서 출시 일정이 미뤄졌다. 그 사이 생성형 AI 시장은 빠르게 성장했고 이용자들의 기대 수준도 한층 높아졌다.
업계에서는 애플이 아이폰 생태계에 축적된 이메일, 메시지, 일정, 사진 등 개인 정보를 안전하게 활용해 이용자 맞춤형 AI 경험을 얼마나 완성도 높게 제공하느냐가 승부를 가를 것으로 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