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11 (금)

  • 맑음동두천 16.7℃
  • 맑음강릉 19.2℃
  • 구름많음서울 18.2℃
  • 맑음대전 20.6℃
  • 맑음대구 22.6℃
  • 맑음울산 21.4℃
  • 맑음광주 23.5℃
  • 맑음부산 24.3℃
  • 맑음고창 21.5℃
  • 구름많음제주 24.5℃
  • 맑음강화 17.8℃
  • 맑음보은 17.9℃
  • 맑음금산 19.4℃
  • 구름많음강진군 22.7℃
  • 맑음경주시 22.0℃
  • 맑음거제 22.9℃
기상청 제공

산업

현대차 10년 만의 전면파업, 관세 후유증 겹치며 '이중고'

투데이e코노믹 = 이혜진 기자 | 현대자동차 노조가 21일 전면파업에 돌입했다. 2016년 이후 10년 만이다. 울산, 전주, 아산 등 국내 전 공장의 생산라인이 이날 하루 8시간 동안 멈춰 섰고, 생산직과 사무직을 합쳐 3만 9000명가량이 파업에 참여했다. 노조는 이날 오후 서울 양재동 본사까지 상경 투쟁을 벌이며 압박 수위를 끌어올렸다.

 

멈춰선 공장, 불어나는 손실

 

이번 파업으로 발생한 누적 생산 차질은 5만 5000여 대에 달한다. 매출 손실 추산치는 2조 3000억 원을 넘어섰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대차 노조의 올해 누적 파업 시간은 이미 60시간을 넘겼다. 부분파업으로 시작된 압박이 전면파업으로 번지면서 손실 규모도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모양새다.

 

노조는 지난 5월부터 하루 2~6시간씩 부분파업을 이어왔다. 회사를 압박하는 카드였지만 협상 테이블에서는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 여름 휴가철을 지나며 교섭이 41일간 중단되기도 했다. 최영일 대표이사가 지난 14일 직접 노조 사무실을 찾아 협상 재개를 요청했고, 노조도 예정된 부분파업을 유보하며 화답했다. 그렇게 열린 18일 16차 교섭에서도 양측은 접점을 찾지 못했다. 노조는 곧바로 21일 전면파업 카드를 꺼내 들었다.

 

기본급 14만 9600원 대 8만 9000원, 좁혀지지 않는 간극

 

쟁점은 크게 세 갈래다. 기본급과 성과급, 정년 연장, 그리고 해고자 복직 문제다.

 

노조는 기본급 14만 9600원 인상과 전년도 순이익 30%에 해당하는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상여금도 기존 750%에서 800%로 올려달라는 입장이다. 정년은 최장 65세까지 늘리고, 과거 노조 활동을 이유로 해고된 조합원들의 복직도 함께 요구했다. 노조 측은 현대차의 사내유보금이 101조 3000억 원에 달한다는 점을 근거로 들며 회사가 여력이 있다고 주장한다.

 

회사가 내놓은 안은 이보다 눈에 띄게 낮다. 기본급 8만 9000원 인상에 성과급 350%와 1000만 원, 여기에 자사주 15주를 더하는 방식이다. 정년 연장과 해고자 복직 문제는 아예 별도 논의 대상으로 미뤄뒀다. 회사는 "연말까지 복직 여부를 논의하겠다"는 원론적 답변만 내놨다. 노조 입장에서는 임금·성과급 추가 제시가 없었던 데다 정년 연장과 복직 문제까지 기대에 못 미쳤다고 판단해 회사 제시안을 거부했다.

 

관세로 이미 흔들린 실적, 파업까지 겹치며 이중고

 

현대차의 파업이 유독 뼈아픈 이유는 따로 있다. 올해 들어 미국 관세 부담으로 수익성이 이미 크게 흔들렸기 때문이다. 최근 분기 매출은 45조 9000억 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2조 5000억 원에 그쳐 전년 동기 대비 30% 가까이 줄었다. 영업이익률은 5.4% 수준까지 내려앉았다.

 

원인은 명확하다. 미국 정부의 25% 관세율이 한 분기에만 8600억 원의 영업이익을 그대로 갉아먹었다. 관세 부담을 제외하면 실질 이익은 1조 6000억 원대로 추정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본업에서 깎인 이익을 채권 운용이나 환율 파생상품 같은 금융수익으로 메우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그나마 최근 관세율이 15%로 낮아지고 조지아 메타플랜트(HMGMA)의 현지 생산 비중이 늘면서 하반기부터는 부담이 다소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이 흐름에 전면파업이라는 변수가 끼어든 셈이다.

 

장기화 가능성, 업계는 촉각

 

노조는 19~20일과 24~25일에도 각각 4시간씩 부분파업을 이어갈 예정이다. 21일 전면파업 이후에도 압박 수위를 낮추지 않겠다는 뜻이다. 교섭 재개 시점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라 파업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증권가 반응은 다소 엇갈린다. 파업 소식에도 현대차·기아 주가가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오는 한편, 3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여전히 살아있다는 시각도 있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시장의 단기 반응일 뿐, 생산 차질이 장기화될 경우 하반기 출고 일정과 신차 공급망 전반에 파장이 미칠 가능성은 배제하기 어렵다.

 

관세와 임단협이라는 두 개의 전선에서 동시에 압박을 받는 상황은 현대차에 낯선 경험이다. 협상 테이블의 간극이 좁혀지지 않는 한, 24일 예고된 추가 파업까지 이어지는 흐름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처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