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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한은, 두 달 연속 금리 인상…3%대 긴축 시대 열렸다

"관례를 벗어난 조치" — 한은, 이례적 백투백 인상 단행

투데이e코노믹 = 우혜정 기자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7일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3.0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지난 7월 2.50%에서 2.75%로 올린 데 이은 두 달 연속 인상으로, 2022년 이후 3년 7개월 만에 처음으로 '백투백' 긴축을 단행한 것이다. 앞서 지난해 5월 인하 이후 8차례 연속 금리를 동결해온 한은이 지난달 3년 6개월 만에 인상으로 돌아선 데 이어, 곧바로 추가 인상 카드를 꺼내든 셈이다.

 

금통위 표결은 6대 1로 갈렸다. 황건일 위원이 동결 소수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신현송 한은 총재는 이번 결정에 대해 "관례에서 벗어난 조치였다"며 "시장에 강한 시그널을 줬다"고 직접 언급했다. 통상 한 차례 인상 뒤에는 시장 영향을 지켜보며 숨을 고르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번에는 그런 관행을 깨고 곧바로 재인상에 나섰다는 의미다.

 

왜 다시 올렸나 — 물가·성장·가계부채 '삼중 압박'

 

이번 인상의 가장 직접적인 배경은 물가다. 근원물가(식료품·에너지 제외) 상승률이 2.6%로 약 2년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2.8%로 한은의 목표치인 2%를 크게 웃돌았다. 여기에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까지 겹치며 물가 상방 압력이 한층 커졌다.

 

성장세도 예상보다 강했다. 올해 상반기 성장률이 3.8%에 달했고, 2분기 GDP 역시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수출 호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내수도 점차 살아나는 모습을 보이면서, 금리 인상이 경기를 급격히 꺾을 위험은 낮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이에 한은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6%에서 3.3%로 큰 폭 상향 조정했고, 2027년 성장 전망은 2.9%로 제시했다. 물가상승률 전망은 2026년 2.7%, 2027년 2.3%로 유지했다.

 

금융안정 리스크도 인상 배경으로 꼽힌다. 2분기 가계신용 잔액이 사상 처음으로 2000조원을 넘어섰고, 서울을 중심으로 한 주택가격 상승세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했다. 금통위는 의결문에서 "선제적 대응을 통해 물가 오름세의 확산을 방지하는 것이 중요하고, 금융안정 리스크에도 계속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반면 원·달러 환율은 인상의 긴박성을 다소 낮추는 요인이었다. 7월 한때 1480원까지 올랐던 환율이 최근 1400원 아래로 내려오며 안정세를 보인 만큼, 외환시장 방어를 위한 '긴급 인상'의 필요성은 상대적으로 줄어든 상태였다. 그럼에도 한은이 인상을 강행한 것은 환율보다 물가와 금융안정 쪽에 무게를 뒀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 — 신현송 총재의 선제 대응론

 

신현송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결정의 논리를 속담에 빗대 설명했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표현이 있는데, 그만큼 비용이 크다는 얘기"라며, 물가 상승이 광범위하게 확산되기 전에 조기 대응함으로써 나중에 더 큰 비용을 치르는 상황을 막겠다는 취지를 밝혔다. 강한 성장세와 소득 개선에 따른 수요 측 물가 압력이 내년까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다.

 

주목할 부분은 향후 정책 경로에 대한 신호다. 이번에 공개된 금통위원 점도표 중간값이 3.25%로 상향되면서, 추가 인상 가능성이 열려 있음을 시사했다. 신 총재는 "점도표에 향후 6개월의 통화정책 방향이 함축돼 있다"고 언급해, 시장에서는 연내 한 차례 더 인상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한은은 향후 결정에 있어 물가와 국내 경기 흐름, 금융안정 상황을 종합적으로 점검하며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는 입장도 함께 밝혔다.

 

시장과 가계에 미치는 영향

 

기준금리 3% 시대가 열리면서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곳은 대출자다.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을 포함한 가계대출 금리가 추가로 오를 가능성이 커졌고, 이미 20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 부담이 한층 가중될 전망이다. 특히 서울 등 수도권 주택시장에 대한 추가 냉각 효과가 나타날지가 관심사다.

 

기업 입장에서는 조달 비용 상승이 부담이지만, 반도체 수출 호조 등 실물경기 회복세가 이어지고 있어 상반된 신호가 공존하는 국면이다. 외환시장에서는 한미 금리차 관리 측면에서 이번 인상이 원화 안정에 우호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금통위 내 소수의견(동결)이 존재했다는 점은, 급격한 긴축이 경기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히 남아있음을 보여준다.

 

남은 변수들

 

한은의 다음 행보는 결국 물가 경로에 달려 있다. 국제유가와 중동 정세가 안정되고 이번 두 차례 인상의 파급 효과가 확인된다면 동결로 돌아설 가능성도 있지만, 근원물가 상승세가 꺾이지 않거나 가계부채·주택가격이 계속 오른다면 점도표가 시사한 대로 연내 추가 인상이 현실화할 수 있다. 시장은 이제 다음 금통위 회의에서 한은이 '숨 고르기'에 들어갈지, 아니면 이례적인 긴축 기조를 한 차례 더 이어갈지를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