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e코노믹 = 우혜정 기자 | 국내 증시 시가총액 1·2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수십조원 규모로 진행해온 자사주 매입이 예상보다 빠르게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고 있다. 두 회사가 증시에서 직접 주식을 사들이며 만들어낸 대규모 매수세가 조만간 사라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시장의 관심은 외국인 수급과 반도체 실적으로 옮겨가고 있다.
최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날까지 자사주 5380만주를 매입했다. 삼성전자가 지난 8월 공시한 매입 예정 물량 5328만5968주를 넘어선 규모다. 주식 수를 기준으로 한 매입률은 100.96%로, 당초 11월 21일까지였던 목표 물량을 일찌감치 채웠다.
삼성전자는 임직원 주식보상 등을 목적으로 약 15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장내에서 매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주식 수로는 이미 목표를 넘어섰지만 삼성전자의 매수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전날까지 투입된 금액은 14조1565억원으로 당초 계획한 약 15조원보다 8435억원가량 적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일에도 200만주의 자사주 매입을 신청했다. 최근 주가와 평균 매입 단가 등을 감안하면 추가로 약 300만주를 사들일 수 있는 규모다. 누적 매입액이 약 15조원에 도달할 때까지 매수를 이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SK하이닉스도 자사주 매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8월 20일부터 약 40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에 나서 전날까지 신고 물량 2407만주 가운데 1835만주를 사들였다. 매입률은 76.24%, 누적 매입액은 32조514억원이다.
남은 물량은 약 572만주다. 최근 SK하이닉스가 하루 60만~65만주 안팎을 사들여온 점을 고려하면 8~10거래일이면 남은 물량 대부분을 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제시했던 매입 완료 시점은 11월 19일이지만 현재 속도가 이어질 경우 약 한 달 앞서 매입을 마칠 가능성이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자사주 매입을 위해 책정한 금액만 합쳐 약 55조원에 달한다. 국내 증시를 대표하는 두 종목에 이처럼 막대한 규모의 대기 매수세가 존재했다는 점에서 그동안 자사주 매입이 주가와 코스피의 하방을 지지하는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제는 매입이 끝난 뒤다.
외국인, 기관 매수세 중요
금리와 유가 등 증시를 둘러싼 대외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대규모 자사주 매입까지 종료되면 단기적으로 수급 공백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시가총액 상위 두 종목의 움직임이 코스피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향후 외국인과 기관의 매수세가 얼마나 유입되느냐가 중요해질 전망이다.
시장의 시선은 이제 '자사주'에서 '실적'으로 향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3분기 잠정 실적 발표를 시작으로 반도체 업황과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가 다시 커질 경우 자사주 매입이 빠져나간 자리를 외국인 투자자가 채울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에 따른 메모리 수요와 반도체 업황 회복 여부도 향후 투자심리를 좌우할 주요 변수로 꼽힌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유가·금리·통화정책 등 거시경제 변수와 AI·반도체 업황·기업 실적 등 산업 요인이 맞서는 상황에서 점차 기업 실적과 반도체 업황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 실적이 시장의 낮아진 기대치를 충족하거나 웃돌고 향후 이익 전망까지 상향된다면 반도체주의 증시 주도력이 다시 강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