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e코노믹 = 박재형 기자 | 최근 우리 사회의 화두는 부당함에 대한 항거다.
지난 12월 3일 계엄의 밤, 포고령이라는 부당한 명령을 어기고 국회 앞으로 시민들이 모였다. 1월 15일 윤석열 체포 배경에는 경호처의 ‘부당한 명령’에 대한 비협조가 있었다. 9일에는 박정훈 대령의 명령 거부가 항명이 아니라는 군사법원의 1심 판결이 나왔다.
이 같은 부당함에 대한 저항들이 우리 공동체를 구하고 범죄자들을 단죄하는데 기여함은 물론, 우리 사회를 정화하고 희망을 주는 역할을 분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우리 사회뿐 아니라 기업도 이 같은 부당함에 대한 저항에 대해 얼마나 인정하고 가치를 부여하고 있는지 생각해볼 일이 있었다.
최근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자신의 친인척에게 517억 원의 불법 대출을 해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가운데 우리은행 대출담당 직원들이 상사의 부당한 지시에 반발하며 막아선 사실이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지난 21일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제1부(부장검사 김수홍)는 손 전 회장이 자신의 인사권을 활용해 친인척에게 합계 517억 원의 불법대출을 해줬다며 손 전 회장 및 우리은행 임원 3명을 재판에 넘겼다.
눈여겨볼 점은 우리은행 직원들이 상사의 부당한 지시에 반발하며 맞섰다는 것이다. 우리은행 지점 직원들은 부당대출을 지연시키거나 본점에 대출 승인 거절을 이끌어 냈다. 또 부당대출의 문제점을 상세히 정리해 상급자에게 “대출을 실행할 수 없다”고 보고하기도 했다. 다만 검찰은 “대출담당 직원들은 인사평가 및 승진 인사권을 가진 상급자의 집요한 지시를 끝내 거부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상급자의 위법한 지시를 막을 수 있는 ‘실질적 통제장치 부재’를 이번 사건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했다. 통제장치는 있으나 실제 작동하기는 어렵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우리은행 같은 상명하복 조직사회에서는 부당함에 대한 저항은 불필요하고 하찮은 것이다. 오히려 악으로 분류할 수도 있을 것이다. 결국 부당함에 대한 저항을 높은 가치로 인정하지 않는 조직 문화는 조직을 위기에 빠지게 만들었고 그 명예 또한 크게 실추시킨 것이다.
최근 우리은행 새 경영진은 검사 출신 외부 전문가를 영입하고 경영진을 감찰하는 ‘윤리경영실’을 신설하는 등 재발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부정 방지를 위해 시스템에만 강조되는 것같아 우려스럽다. 정진완 우리은행장은 올해 고객과 시장 신뢰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겠다며 순환보직, 업무매뉴얼, 휴가 연속사용 3가지 축으로 내부통제 강화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우리은행을 바라보는 불안한 많은 시선들은 부당함에 대한 저항이 정당함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조직 문화가 변화하기를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