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e코노믹 = 유서진 기자 | 두산그룹이 세계 3위 반도체 웨이퍼 제조사인 SK실트론 인수에 한 발 더 다가섰다.
SK㈜는 17일 공시를 통해 SK실트론 지분 매각과 관련해 ㈜두산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통보했다고 밝혔다. SK㈜는 “세부적인 사항은 우선협상대상자와의 협의를 통해 결정할 예정”이라며 “관련 내용은 확정되는 시점 또는 3개월 이내에 재공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매각 대상은 SK㈜가 보유한 SK실트론 지분 70.6%로 알려졌다. 거래가 성사될 경우 두산은 SK실트론의 최대주주가 되며, 반도체 핵심 소재인 웨이퍼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게 된다.
SK실트론은 반도체 웨이퍼 전문 제조기업으로, 12인치(300mm) 웨이퍼 기준 글로벌 시장 점유율 3위를 차지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와 시스템 반도체 전반에 필수적인 웨이퍼를 공급하며, 글로벌 반도체 밸류체인에서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두산그룹은 최근 수년간 반도체 사업을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삼고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을 추진해 왔다. 반도체 테스트 기업 두산테스나를 인수한 데 이어, 자회사 엔지온 등을 통해 반도체 소재·장비 분야 투자를 확대해 왔다. 여기에 SK실트론까지 인수할 경우, 웨이퍼를 중심으로 한 반도체 소재 분야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며 수직 계열화에 가까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에서는 두산이 기존의 중공업·에너지 중심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반도체와 첨단 소재 분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인수를 전략적 전환점으로 보고 있다. 특히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과 맞물려 안정적인 웨이퍼 공급 능력을 확보하는 것은 중장기 경쟁력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다.
앞서 두산은 지난 10월 SK실트론 인수 가능성에 대해 “검토 중이나 확정된 바는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으로 인수 논의가 본격적인 협상 단계에 접어들면서, 인수 가격과 자금 조달 방식, 향후 경영 전략 등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편 SK그룹은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과 투자 효율성 제고 차원에서 SK실트론 매각을 추진해 왔다.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 반도체 핵심 사업에 집중하는 동시에, 비주력 자산을 정리해 미래 성장 분야에 재투자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번 거래가 성사될 경우 국내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산업 전반에도 적지 않은 파급 효과를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