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플랫폼 시장 구조 변화… AI가 바꾸는 디지털 플랫폼 경쟁

  • 등록 2026.03.17 16:4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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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e코노믹 = 이혜진 기자 | 디지털 플랫폼 산업의 경쟁 구도가 인공지능(AI) 기술 확산과 함께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검색, 전자상거래, 콘텐츠, 모바일 운영체제 등 기존 플랫폼 시장에서 형성된 경쟁 질서가 AI 기반 서비스 등장으로 흔들리면서 플랫폼 전략의 핵심도 변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네트워크 효과에서 AI 기술 역량으로

 

플랫폼 기업은 그동안 네트워크 효과를 기반으로 시장 지배력을 확대해 왔다. 이용자와 서비스 공급자가 동시에 늘어날수록 플랫폼의 가치가 커지는 구조 덕분에 선도 기업들이 시장을 장기간 장악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플랫폼 경쟁의 핵심 요소가 단순한 사용자 규모에서 AI 기술 역량과 데이터 처리 능력으로 이동하고 있다. AI 기반 검색, 추천, 자동화 서비스가 확산되면서 플랫폼 기업들은 AI 모델과 데이터 인프라 구축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검색 플랫폼: '키워드 시대'의 종언

 

검색 플랫폼 시장에서는 기존 키워드 기반 검색에서 AI 대화형 검색으로의 전환이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사용자는 단순히 웹페이지 목록을 받는 대신 질문에 대한 요약된 답변과 맥락 기반 정보를 제공받는 방식으로 검색 경험이 변화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오랜 시간 시장을 지배해 온 구글의 아성도 흔들리고 있다. 모바일 인텔리전스 분석 업체 앱토피아 데이터에 따르면, 챗GPT의 앱 시장 점유율은 2025년 1월 69.1%에서 2026년 초 45.3%로 급락했다. 같은 기간 구글 제미나이는 14.7%에서 25.2%로 치솟았고, 일론 머스크의 그록도 1.6%에서 15.2%로 급성장했다.

 

방문 트래픽 측면에서도 변화의 흐름은 뚜렷하다. 유사웹 데이터에 따르면 챗GPT 방문 횟수는 2025년 1월 38억 건에서 2026년 1월 57억 건으로 50% 늘었지만, 제미나이는 같은 기간 2억6780만 건에서 20억 건으로 무려 647% 폭증했다.

 

국내에서도 검색 시장의 재편이 진행 중이다. 네이버는 유튜브·인스타그램 등 글로벌 플랫폼으로의 검색 이탈 우려 속에서도 기술 내재화를 중심으로 본업 경쟁력을 끌어올리며 실적 반등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네이버는 '온서비스 AI' 전략 아래 별도의 AI 앱을 내놓기보다 검색, 쇼핑, 광고 등 기존 서비스 전반에 생성형 AI를 밀착시키는 방식을 택했다. 2025년 3분기 네이버는 매출 3조1381억원, 영업이익 5706억원을 기록하며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전자상거래: AI 추천·소셜커머스의 부상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도 AI 활용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개인화 추천, 수요 예측, 물류 최적화 등 다양한 영역에서 AI 기술이 적용되면서 플랫폼의 운영 효율성과 사용자 경험이 동시에 개선되고 있다.

 

특히 틱톡샵의 급성장은 전자상거래 플랫폼 경쟁의 새로운 국면을 상징한다. 틱톡샵은 미국 출시 2년 만에 월간 거래액이 약 1500만 달러에서 11억 달러로 급성장했고, 2025년 기준 미국 내 약 7140만 명이 틱톡을 통해 쇼핑을 즐기고 있다. 틱톡의 강점은 AI 알고리즘이 사용자의 콘텐츠 소비 패턴을 분석해 구매 의도 없이 앱에 접속한 이용자에게도 자연스럽게 상품을 노출한다는 점이다. 아마존의 트래픽이 키워드 검색에서 나온다면, 틱톡은 콘텐츠 추천 알고리즘으로 상품을 발견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차별화된다.

 

아마존 역시 AI 투자를 가속화하고 있다. AI 쇼핑 도우미 '루퍼스(Rufus)' 도입에 이어 오픈AI에 500억 달러를 투자하는 등 AI 기술을 커머스 전반에 내재화하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국내에서도 카카오가 커머스 영역에 AI를 접목하고 있다. 카카오톡에 '챗GPT 포 카카오'를 적용한 이후 이용자의 일평균 체류 시간이 24분에서 26분으로 늘었고, 출시 10일 만에 이용자 수 200만 명을 돌파했다.

 

콘텐츠 플랫폼: 추천 알고리즘이 경쟁력

 

콘텐츠 플랫폼 역시 AI 기반 추천 알고리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영상과 음악, 뉴스 등 콘텐츠 소비 패턴을 분석해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는 능력이 플랫폼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메타는 AI 모델을 활용해 광고 개인화 수준을 끌어올리고 있으며, 자사 AI 어시스턴트와의 대화 데이터를 광고에 활용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유튜브·넷플릭스는 AI 추천 정확도 향상을 통해 사용자 체류 시간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슈퍼 플랫폼'에서 'AI 에이전트 플랫폼'으로

 

플랫폼 시장 구조 측면에서는 '슈퍼 플랫폼' 중심 구조에서 'AI 기능 중심 플랫폼' 경쟁 구조로 변화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정 플랫폼에 모든 서비스가 집중되는 구조보다는 AI 기능을 중심으로 다양한 서비스가 연결되는 생태계가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이 흐름이 'AI 에이전트' 경쟁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2026년을 기점으로 이용자의 의도를 능동적으로 파악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에이전틱 AI' 경쟁에 본격 돌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네이버는 검색·쇼핑·지도·결제 등 전 서비스를 연결하는 통합 AI 에이전트 '에이전트 N'을, 카카오는 메신저 기반의 초개인화 AI '카나나'를 각각 앞세우고 있다.

 

업계에서는 두 회사의 전략 차이가 각 플랫폼의 정체성을 반영한다고 본다. 네이버가 방대한 서비스 데이터를 결합해 '목적 달성형 탐색·구매 경험'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카카오는 대화 맥락을 중심으로 한 능동적 개입을 통해 일상 전반으로 AI 활용 범위를 넓히려는 접근이다. 다만 공통적으로 AI를 핵심 플랫폼에 내재화해 개인화 수준을 끌어올리고 이용자 락인 효과를 강화하려는 방향성은 같다.

 

진입 장벽의 변화와 규제 환경

 

AI 기술 발전은 플랫폼 진입 장벽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는 막대한 사용자 기반과 데이터 축적이 플랫폼 경쟁력의 핵심이었지만, AI 모델과 클라우드 인프라를 활용하면 상대적으로 작은 기업도 새로운 서비스 시장에 진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AI 시장 분석가들은 AI 챗봇 시장이 스트리밍처럼 다수의 플레이어가 제품 차별화를 기반으로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구조로 발전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반면 대규모 AI 모델을 운영하기 위한 컴퓨팅 인프라와 데이터 자산의 중요성은 여전히 크다. 이로 인해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AI 인프라 집중 투자가 오히려 새로운 형태의 시장 쏠림을 만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규제 환경 역시 중요한 변수다. 미국과 유럽의 빅테크 규제 압박이 강화되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온플법)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빅테크는 규제망을 우회할 여지가 있지만,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AI 및 신사업 투자 여력이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술과 인프라가 새 경쟁 축"

 

업계에서는 향후 플랫폼 경쟁이 AI 기술, 데이터 자산, 컴퓨팅 인프라를 중심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AI 기반 서비스가 다양한 산업에 적용되면서 플랫폼 기업의 역할도 단순한 중개 서비스 제공자를 넘어 디지털 인프라 제공자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AI 시대의 플랫폼 경쟁은 단순한 사용자 규모 경쟁이 아니라 기술과 인프라 경쟁의 성격이 강해지고 있다"며 "AI 역량과 데이터 활용 능력을 동시에 확보한 기업이 향후 플랫폼 시장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내 양대 플랫폼인 네이버·카카오가 '에이전틱 AI'를 앞세워 새 경쟁 국면에 돌입한 가운데, 글로벌 빅테크의 한국 시장 공세도 거세지고 있어 국내 플랫폼 기업들의 전략적 대응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혜진 기자 00700hj@todayeconomi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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