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당해도 “회사 책임 없다”…오픈마켓 불공정 약관 손질

  • 등록 2026.04.30 09:5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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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7개 오픈마켓 사업자 이용약관 심사
총 11개 유형 불공정 조항 시정

투데이e코노믹 = 우혜정 기자 | 쿠팡·네이버 등 국내 주요 오픈마켓 플랫폼들이 개인정보 유출 사고나 거래 분쟁 발생 시 책임을 회피하는 데 활용해 온 ‘불공정 약관’이 대거 손질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개인정보 보호 책임을 이용자에게 떠넘기거나, 판매대금 정산을 자의적으로 미루고, 탈퇴 회원의 충전금을 소멸시키는 조항 등에 제동을 걸면서 전자상거래 업계 전반의 약관 관행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7일 쿠팡, 네이버, 컬리, SSG닷컴, G마켓, 11번가, 놀유니버스 등 7개 오픈마켓 사업자의 이용약관을 심사해 총 11개 유형의 불공정 조항을 시정했다고 밝혔다. 사업자별로는 쿠팡이 8개 유형으로 가장 많았다. 해당 기업들은 공정위 지적 사항을 반영한 시정안을 제출했으며, 다음 달 초까지 약관 개정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가장 주목받는 부분은 개인정보 유출 관련 면책 조항이다. 쿠팡은 약관에 ‘제3자의 불법 접속’, ‘바이러스 및 악성 프로그램’ 등으로 발생한 손해에 대해 회사가 책임지지 않는다고 명시해 왔다. 지난해 발생한 쿠팡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 당시 이 조항은 대표적인 ‘책임 회피용 약관’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네이버와 G마켓 등 다른 사업자들도 판매회원의 정보 관리 소홀이나 제3자 침해를 이유로 회사 책임을 제한하는 조항을 운영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입점 판매자 정산 지연 조항 등도 수정

 

공정위는 이러한 조항이 개인정보보호법 취지와 배치된다고 판단했다. 현행법상 개인정보처리자는 고의·과실이 없음을 스스로 입증하지 못하면 손해배상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사업자가 개인정보를 안전하게 관리할 의무가 있음에도 사고 책임을 소비자에게 전가한 것은 부당하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관련 면책 조항은 삭제되거나 사업자의 귀책사유에 따라 책임을 지는 방향으로 수정된다.

 

입점 판매자에 대한 정산 지연 조항도 시정 대상에 포함됐다. 쿠팡은 부정 결제 여부 확인을 이유로 최대 60일까지 판매대금 지급을 보류할 수 있도록 했고, 컬리는 환불·교환에 대비해 판매대금 일부를 예치할 수 있도록 했다. 11번가는 판매자와 소비자 간 분쟁이 발생하면 종결 시까지 정산을 미루면서도 지연 이자는 지급하지 않는다고 규정했다. 공정위는 이 같은 약관이 지나치게 포괄적이어서 플랫폼의 자의적 판단으로 판매자 자금이 묶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쿠팡의 전자지급수단 운영 방식도 도마에 올랐다. 쿠팡은 2020년부터 회원 탈퇴 시 쿠팡캐시 등 미사용 잔액을 일괄 소멸시키는 조항을 운영했는데, 여기에는 현금으로 충전한 쿠페이머니까지 포함될 수 있었다. 공정위는 계약 해지 시 사업자는 원상회복 의무에 따라 잔여 가치를 반환해야 한다며, 유상 충전금까지 환불 없이 없애는 것은 현저히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쿠팡은 앞으로 무상 지급된 포인트에 한해서만 소멸시키도록 약관을 고치기로 했다.

 

플랫폼의 중개 책임 면제 조항도 함께 개선된다. 일부 사업자들은 입점업체의 상품 오배송, 허위 정보, 거래상 문제 등에 대해 플랫폼은 단순 중개자일 뿐 책임이 없다고 규정해 왔다. 그러나 공정위는 플랫폼 역시 거래가 안전하고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관리할 의무가 있는 만큼, 과실이 있다면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우혜정 기자 wclefnote@todayeconomi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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