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story] 3년째 2% 못 넘는 나라, 반도체만 뛰고 있다

  • 등록 2026.04.16 17: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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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B 성장률 상향, 외국인 관광객 급증…겉으론 회복세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투데이e코노믹 = 이혜진 기자 | 이번 주 국내 경제에서 나온 수치들은 나쁘지 않다. ADB(아시아개발은행)가 지난 10일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을 1.7%에서 1.9%로 0.2%포인트 올렸다. 반도체 수출 호조, 점진적인 소비 회복, 반도체·국방·바이오 분야 정부 지출 확대 기대가 근거였다. KDI, IMF, AMRO 모두 1.9%로 같은 줄에 서 있다.

 

오늘 장에서는 백화점 관련주가 들썩였다. 롯데쇼핑이 장중 13% 넘게 급등하며 신고가를 찍었고, 신세계·호텔신라·현대백화점도 6~8%대 상승을 기록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1분기 외국인 관광객이 476만 명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한 직후였다. 외국인들이 다시 한국을 찾고, 그 돈이 명동과 강남 백화점으로 흘러들어가는 흐름이다.

 

그런데 1.9%가 뭔지 생각해보면

 

문제는 이 수치가 '올랐다'는 사실보다 '여전히 2%가 안 된다'는 사실이다. 2025년 성장률은 0.9%였다. 올해 1.9%, 내년도 1.9%. 한국 경제가 3년 연속 2% 미만 성장에 머문다는 전망이다. ADB가 이번에 한국을 개발도상국 분류에서 빼고 싱가포르·홍콩·대만과 함께 '선진 아태국'으로 재분류한 건 상징적인 격상이지만, 그 선진국의 성장률이 2%를 못 넘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더 불편한 건 이번 전망에 전제가 붙어 있다는 것이다. '중동 갈등이 1개월 이내에 안정화된다'는 조건이다. 무디스는 그 시나리오의 실현 가능성을 20% 이하로 봤다. IEA는 갈등이 길어져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을 경우 한국 성장률이 1.2% 수준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금 1.9%라는 숫자는 꽤 낙관적인 가정 위에 서 있다.

 

추경 효과도 아직 반영이 안 됐다. 기재부가 이를 근거로 실제 성장률이 전망치와 다를 수 있다고 한 건, 뒤집어보면 상방 여지도 있다는 뜻이다. 다만 그 전제도 중동과 관세라는 변수가 얼마나 나빠지느냐에 달려 있다.

 

관광이 살아나고 있다, 진짜로

 

백화점주 급등의 배경인 관광 회복은 숫자가 실제로 인상적이다. 올해 1분기에만 외국인 476만 명이 입국했다. 코로나 이전 회복을 넘어서는 속도다.

 

변화가 생긴 건 소비 패턴이다. 예전 방한 관광은 면세점과 쇼핑센터에 집중됐다. 요즘 외국인들은 성수동 카페를 찾고, 광장시장에서 줄을 서고, 제주 오름을 오른다. 소비가 수도권 특정 상권에 몰리던 구조가 조금씩 분산되는 조짐이 보인다. 정부가 이달부터 지역축제 연계 '동행축제 50 투어'를 운영하며 지방 소비 유도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만 관광 소비가 실제 내수 회복으로 이어지려면 한 단계가 더 필요하다. 외국인이 쓰는 돈이 소상공인과 지역 상권으로 흘러야 한다. 지금은 백화점과 면세점 중심 수혜가 크고, 골목 상권까지 온기가 닿으려면 시간이 더 걸린다.

 

수출은 반도체, 내수는 물음표

 

올해 1분기 수출은 전년 대비 8.2% 반등했다. 반도체 수출단가가 2025년 마이너스에서 플러스로 돌아선 효과다. 삼성전자가 오늘 발표한 1분기 영업이익 57조 원이 그 실체다. 수출 엔진은 분명히 돌아가고 있다.

 

소비는 다르다. 기준금리가 2.75%로 내려왔고 주담대 금리 하락이 실수요 거래를 자극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오지만, 가계부채 부담은 여전하고 고물가 여파로 실질 구매력은 좀처럼 회복이 안 된다. 외국인이 쏠리는 백화점이 강세인 반면, 동네 마트와 편의점 실적이 좀 더 솔직한 내수의 바로미터다.

 

물가도 살짝 불편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ADB는 올해 한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2.3%로 올려 잡았다. 유가·원자재 상승, 원화 약세, 전자제품 가격 오름세가 겹친 탓이다. 수출이 좋아지는 와중에 수입물가 부담이 따라오는 구조다.

지금 이 회복의 온도

 

반도체 슈퍼사이클, 외국인 관광 회복, 성장률 상향. 나란히 놓으면 꽤 그럴듯한 그림이다. 근데 이 회복이 얼마나 넓게 퍼지고 있느냐는 다른 이야기다.

 

삼성전자 영업이익 57조는 압도적이지만 그 돈이 한국 경제 전반의 온도를 올리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관광객이 늘어도 그 소비가 지방 골목까지 스며들기 전까지는 통계 속 숫자다. 성장률 1.9%는 경기 개선을 알리는 수치지만, 체감 경기는 숫자보다 언제나 느리다.

 

중동 상황이 다음 달까지 어떻게 흘러가느냐가 이 모든 전망의 실제 분기점이 될 것이다.

이혜진 기자 00700hj@todayeconomi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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