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이익 57조, 삼성전자가 스스로를 넘어섰다(종합)

  • 등록 2026.04.07 15: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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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잠정 실적 발표…시장 예상을 20조 가까이 초과한 어닝 서프라이즈

투데이e코노믹 = 유서진 기자 | 오늘(4월 7일) 아침 삼성전자가 1분기 잠정 실적을 공시했다. 매출 133조 원, 영업이익 57조 2000억 원. 시장 컨센서스가 38조 원이었으니 20조 가까이 뛰어넘은 셈이다. '어닝 서프라이즈'라는 말도 부족해 보이는 수준이다.

 

비교 수치를 보면 더 실감이 난다. 작년 1분기 영업이익은 6조 6853억 원이었다. 1년 만에 8배를 넘겼다. 그리고 삼성전자가 작년 한 해 동안 번 영업이익 전체가 43조 6000억 원이었는데, 이번 1분기 한 분기 실적이 그걸 훌쩍 넘겼다. 연간 실적을 3개월 만에 갈아치운 것이다.

 

전기 대비로도 매출은 41.7%, 영업이익은 185% 증가했다. 1분기는 전통적으로 반도체 비수기다. 연말 쇼핑 시즌이 끝나고 IT 기기 수요가 꺾이는 시기에 이 숫자가 나왔다.

 

HBM4가 판을 바꿨다

 

이번 실적의 핵심 엔진은 메모리, 그 중에서도 HBM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 업계 최초로 HBM4 상용 출하를 공식화했고, AMD와의 차세대 AI 메모리 협력도 3월에 발표했다. 빅테크들의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구조적으로 이어지면서 HBM 수요가 사실상 공급을 압도하는 국면이 됐다.

 

D램 가격도 예상을 뛰어넘었다. 모건스탠리는 1분기 서버·소비자용 DDR5 가격이 전 분기 대비 100% 오를 것이라 봤다. 슈퍼사이클 국면에서도 통상 분기 20% 안팎이었던 걸 감안하면 이례적 수치다. 노무라증권도 1분기 D램 가격 상승률을 90%로 추정했다. 단순히 AI 붐이 아니라, 가격 상승을 우려한 고객사들이 미리 재고를 확보하는 패닉 바잉이 겹친 결과다.

 

CLSA는 2028년까지 메모리 시장이 만성 공급 부족 상태일 것으로 분석하며, "이번 사이클이 역사상 가장 긴 사이클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골드만삭스도 2026년 D램 공급 부족률 전망을 4.9%로 올리며 "지난 15년간 데이터 중 가장 심각한 공급 부족"이라고 짚었다.

 

DS가 끌고, 나머지는 아직

 

잠정 실적은 사업부별 세부 수치를 공개하지 않는다. 다만 DS(반도체) 부문이 전체 실적의 대부분을 끌었다는 점은 시장 분석 전반에서 일치한다. 미래에셋증권 등 주요 증권사는 DS 부문 영업이익만으로도 37조 원 이상을 추산했다.

 

반면 다른 사업부는 다르다. MX(모바일) 부문은 갤럭시 S26 효과를 기대하는 시각과, 메모리 가격 폭등으로 부품 원가가 올라 수익성이 압박받는다는 시각이 공존한다. 생활가전과 TV 사업부는 지난 4분기 6000억 원 적자를 냈고, 흑자 전환 여부가 이번 공시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였다. 중국의 공세, 물류비 상승, 부품 가격 압박. 세트 부문의 환경은 녹록지 않다.

 

결국 지금의 삼성전자 실적은 반도체 한 곳에 기대고 있다. 그게 강점이기도 하고, 위험이기도 하다.

 

연간 300조, 진짜 가능한가

 

글로벌 IB들은 이미 지난달부터 연간 영업이익 전망을 경쟁적으로 올리고 있었다. 맥쿼리는 2026년 삼성전자 연간 영업이익을 301조 원으로 제시했고, 모건스탠리도 245조 원을 내놨다. 오늘 실적을 보면 맥쿼리 쪽이 더 현실에 가까워 보인다.

 

이 숫자가 현실화되면 삼성전자는 영업이익 기준으로 엔비디아를 넘어서는 전망도 나온다. 블룸버그 컨센서스 기준 엔비디아의 2027년 영업이익 추정치가 약 316조 원인데, 삼성은 같은 해 476조 원(맥쿼리 추정)을 바라보고 있다.

 

물론 HBM4에서 삼성의 수율 안정화 이슈가 아직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신중론도 있다. CLSA는 1c 공정 수율이 충분히 안정화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파운드리 수주 회복 속도도 지켜봐야 한다. 메모리 호황이 있다고 해서 시스템반도체까지 자동으로 따라오진 않는다.

 

오늘 이후의 질문들

 

잠정 실적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이 숫자가 나왔으니 이제 시장은 다음을 묻는다. 2분기에도 이 흐름이 유지되는가. HBM4 수율 문제가 하반기 변수가 되는가. 비메모리와 세트 부문이 언제 본격 회복에 합류하는가.

 

삼성전자가 AI 메모리 사이클의 수혜를 실제 이익으로 얼마나 잡아낼 수 있느냐를 확인하는 분기점이 오늘이었다면, 다음 분기는 그게 지속 가능한 구조인지를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유서진 기자 ysj2323@todayeconomi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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