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story] 한국과 대만, 5년 뒤 1만 달러 차이가 난다고?

  • 등록 2026.04.20 14:3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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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의 충격 전망…조선·방산·자동차까지 갖춘 한국이 왜 뒤처지는가

투데이e코노믹 = 유서진 기자 | IMF가 지난 15일 발표한 세계경제전망(WEO) 보고서가 국내에서 오늘 주목받고 있다. 핵심은 이렇다. 올해 한국 1인당 GDP 전망치는 3만 7412달러, 대만은 4만 2102달러. 격차가 4691달러다. 그런데 이 격차가 매년 커진다. 2027년 5880달러, 2028년 6881달러, 2029년 7916달러, 2030년 9073달러. 그리고 2031년에는 1만 달러를 넘는다. 한국 4만 6019달러, 대만 5만 6100달러.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한국이 앞서 있었다. 2003년 한국이 대만을 처음 역전한 이후 22년간 유지해온 격차가 지난해 뒤집혔다. 대만의 2025년 1인당 GDP가 3만 8748달러로 한국(3만 6107달러)을 2600달러 이상 앞섰다. 그리고 IMF는 이 역전이 일시적이 아니라 구조적이라고 보고 있다.

 

"한국엔 조선도 있고, 자동차도 있고, 방산도 있는데"

 

맞는 말이다. 한국은 대만과 달리 산업 포트폴리오가 넓다. 삼성·SK하이닉스의 메모리 반도체, 현대중공업·한화오션의 조선, 현대차·기아의 자동차, 한화에어로스페이스·LIG넥스원의 방산, LG전자의 가전. 대만은 반도체 한 방이다. TSMC가 대만 수출의 65% 이상을 혼자 책임진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이 다양성이 문제의 일부다.

 

한국이 여러 산업에 분산되어 있는 동안, 대만은 AI 시대의 가장 뜨거운 한 곳에 모든 것을 집중했다. 지난해 대만 수출 증가액은 1658억 달러였다. 한국은 261억 달러. 수출 규모 자체도 대만이 6407억 달러로 한국을 추격하는 수준에 왔다. 성장률 격차는 더 극단적이다. 지난해 대만 실질 성장률은 7.4%, 한국은 1%. 올해도 대만은 4% 이상, 한국은 2%를 밑돈다.

 

TSMC와 삼성의 근본적 차이

 

IMF가 이 격차를 구조적이라고 보는 이유는 두 나라 반도체의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한국의 주력은 메모리다. D램과 낸드. 메모리는 수요가 좋으면 가격이 폭등하고, 나쁘면 폭락한다. 사이클이 심하다. 삼성전자가 이번 1분기에 영업이익 57조 원이라는 역대급 실적을 냈지만, 불과 1년 전 같은 분기에 6조 원대였다는 것이 메모리의 본질이다. 호황과 불황 사이를 오간다.

 

대만의 TSMC는 파운드리다. 고객사 주문을 받아 칩을 위탁 생산한다. 엔비디아, 애플, AMD, 퀄컴이 모두 TSMC 고객이다. AI 가속기 수요가 늘수록 TSMC의 수주가 늘어나고, 그게 대만 GDP로 직결된다. 사이클에 덜 민감하고, 고객사가 떠날 수도 없다. 전 세계 어디에도 TSMC 수준의 파운드리가 없기 때문이다. 구매력평가(PPP) 기준으로 보면 격차는 더 벌어진다. 올해 대만 9만 8051달러, 한국 6만 8624달러다. 이 지표가 2031년 대만 12만 달러를 돌파할 때 한국은 아직 10만 달러에 못 미친다.

 

환율이 만든 착시, 그러나 착시만은 아니다

 

한국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는 "1인당 GDP 역전을 과도하게 해석하지 말자"는 목소리도 있다. 틀린 말이 아니다. 지난해 원달러 환율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달러로 환산한 GDP가 쪼그라들었다. 원화 가치가 정상화된다면 수치는 달라진다. 환율이 1,400원으로 내려가면 한국 1인당 GDP는 3만 8500달러로 올라간다는 계산도 있다.

 

그러나 환율 효과를 걷어내도 성장률 격차 자체는 설명되지 않는다. 대만이 7% 성장하는 동안 한국이 1% 성장한 것은 원화가 약해서가 아니다. 실질 경제의 문제다.

 

다양한 산업이 있다는 것의 두 얼굴

 

한국의 산업 다양성은 분명 강점이다. 조선은 지금 수주 호황이고, 방산은 유럽 재무장 수요로 수출이 급증하고 있다. 자동차는 관세 악재를 견디며 버티고 있다. 어느 한 산업이 무너져도 다른 쪽이 버텨준다.

 

문제는 이 산업들이 각자 나름의 한계를 안고 있다는 점이다. 조선은 수주잔량이 쌓였지만 노동력이 부족하고 인도 일정이 밀린다. 자동차는 소프트웨어 전환 비용이 만만치 않다. 방산 수출은 커지고 있지만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아직 크지 않다. 그리고 이 산업들 어디에도 TSMC처럼 '전 세계가 대체할 수 없는' 독점적 위치를 차지한 곳이 없다.
대만은 AI 시대의 핵심 병목에 있다. 거기 있으면 돈이 온다. 한국은 여러 곳에 분산되어 있고, 그 각각이 다 경쟁자들과 싸우고 있다.

 

재역전은 가능한가

 

IMF 전망이 절대적인 미래는 아니다. 삼성전자가 파운드리에서 경쟁력을 회복하고 HBM4에서 시장을 선점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원화 가치가 회복되면 달러 환산 수치도 바뀐다. 방산과 바이오가 새로운 성장 축으로 올라오는 시나리오도 있다.

 

하지만 지금 추세대로라면 재역전은 점점 멀어진다. 격차는 시간이 지날수록 벌어지고 있고, 대만의 성장 속도가 구조적으로 한국보다 빠르다는 판단이 IMF와 글로벌 IB들 사이에서 굳어지고 있다.

 

한국이 여러 산업을 가진 나라라는 사실은 맞다. 근데 지금 세계가 가장 비싸게 사주는 게 뭔지를 보면, 한국이 그 중심에 얼마나 깊이 들어가 있는지는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유서진 기자 ysj2323@todayeconomi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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