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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일해도 실수입 125만원?…고단한 플랫폼 노동자들

디지털 플랫폼 매개로 한 노동자 220만 명 육박
시간당 순수익, 최저임금 9160원에도 못 미치는 7289원
사고 나면 사장님처럼 모든 것 떠안아야
"사람은 모집하지만 안전은 책임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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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e코노믹 = 이혜진 기자] 디지털 기술의 개발로 등장한 플랫폼 노동자는, 코로나19의 확산과 함께 200만 명을 넘길 정도로 확산세가 두드러졌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어떠한 안전도 보장받지 못하고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입으로 열악한 환경이 자리하고 있었다.

 

플랫폼 노동자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등을 기반으로 일하는 배달대행, 대리운전기사, 가사도우미 등을 말한다. 요기요, 배달의 민족, 바로고 등 앱을 통해 배달을 대행하거나 카카오 드라이버 등을 통해 대리운전을 하는 노동자들이 이에 속한다.

 

플랫폼 노동자들의 실수입은 월평균 125만 2000원 정도로, 이는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금액이다.

 

박용철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이 지난해 10~12월 플랫폼 노동자들에게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월평균 수입과 비용은 각각 346만 원과 220만 8000원으로 추산됐다. 비용에는 유류비와 보험료 등과 함께, 지급받지 못한 주휴수당과 퇴직금 등을 포함했다. 일평균 7.6시간, 일주일 평균 5.2일 근무를 감안할 때 비용을 빼고 난 시간당 순수익은 최저임금(시간당 9160원)에도 못 미치는 7289원에 그쳤다. 그나마 음식배달 노동자의 시간당 실수입이 8814원으로 4개 직종(택배, 가사서비스, 음식배달, 대리운전) 가운데 가장 높았다.

 

 

목숨을 담보로 한 위태로운 질주…끊이지 않는 사망사고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구 반포역 인근 교차로에서서 40대 여성 라이더가 화물차와 충돌하는 사고로 그 자리에서 숨졌다. 생활비를 벌기위해 올해 1월 처음 배달 일을 시작했다고 전해졌다.

 

#11일 낮 1시쯤 서초대로에서 3중 추돌사고로 40대 오토바이 운전자가 숨졌다. 숨진 오토바이 운전자는 쿠팡이츠 등 배달 앱 업체에 등록된 배달노동자였다.

 

배달노동자들은 “교통법규 위반 없인 기본 시급도 안 나오는 구조가 사고를 부추긴다”고 주장한다.

 

김종민 배달플랫폼지부 기획정책국장은 “평소 2500~3000원 하는 배달기본료가 점심·저녁 피크시간이 되면 1.5~2배 오른다. 노동자의 마음이 조급해지는 시간이다. 이 시간에 한 건이라도 더 하지 않으면 손에 남는 것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열악한 환경 속 차별과 희롱까지…더 팍팍한 여성 노동자

 

권혜자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위원이 지난 2월 공개한 플랫폼 노동자 1023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를 보면 성별 소득 격차는 21.3%에 달했다.

 

또한 여성정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기술 발전에 따른 여성 일자리 전망과 대응전략’에 따르면 디지털 플랫폼 기업에서 근무 중 부당한 대우를 받은 경험은 여성이 남성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일에 대한 요구가 불명확하거나, 일에 대한 요구가 처음과 끝이 달라 힘들어진 경험은 여성에 더 두드러졌다.

 

 

특수 고용자 신분… 사고 나면 사장님?

 

플랫폼 노동자들은 일할 때는 철저한 을의 입장이지만, 사고가 나면 사장님처럼 모든 것을 떠안아야 한다.

 

쿠팡이츠 플랫폼 노동자의 경우 월 소득 115만 원, 종사시간 93시간을 충족하지 못하면 산재보험 혜택을 받지 못한다. 지난달 30일 생활비를 벌기위해 배달을 나섰다 사망한 여성 라이더가 산재보험을 적용받지 못하는 이유다.

 

쿠팡이츠 공동교섭단은 지난 1일 오후 서울 송파구 쿠팡이츠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쿠팡이츠는 무보험정책을 폐기하고 시간제 보험을 도입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공동교섭단은 “투잡으로 일을 하는 대다수의 쿠팡이츠 노동자들은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일하다 사고가 나도 산재보험 적용을 못 받는다”며 “쿠팡이츠는 사람은 모집하지만 안전은 책임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배달노동자의 교통사고 사망은 3월에만 4명째다. 지난해 산재로 집계된 배달노동자 사망사고는 18명으로 5년 전의 9배였다. 사례 속 30일 사망한 40대 여성은 산재가입이 안된 상태여서 이 집계엔 포함되지도 않으니, 실제 사망자는 훨씬 많을 것이다.

 

최근 플랫폼 기업들은 “9시간 일해 30만 원 벌어요” “퇴근길 잠깐 일하고 월급만큼”이라는 문구로 많은 플랫폼 노동자들을 유혹한다. 이에 오늘날 디지털 플랫폼을 매개로 한 노동자는 220만 명에 육박한다.

 

놀라운 플랫폼 노동의 성장이지만 사실 이면을 살펴보면 결국 과도한 경쟁과 수수료, 목숨을 보장받지 못하는 열악한 환경으로 플랫폼 노동자들의 땀의 가치가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고 고단한 삶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