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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봤습니다] 장애인 그림상징 채팅앱 '커뮤니톡'

서울시, 글자 입력 어려운 장애인이 그림으로 소통하는 채팅 앱 무료 배포
글자 입력 없이 그림상징 채팅, 휴대용 AAC(보완대체 의사소통) 도구로도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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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매일 쏟아져 나오는 새로운 IT 서비스·디바이스를 다 체험해보기는 어렵습니다. 이에 <투데이e코노믹> 기자가 독자 대신 직접 사용해 관련 정보를 제공해드립니다.

 

[투데이e코노믹 = 이혜진 기자]  화제의 인기 드라마 속 주인공이었던 자폐 변호사 우영우가 채팅을 한다면 어떤 도구를 이용할까. 극중 우영우의 아빠는 우영우의 의사소통을 위해 사진이미지를 통해 감정카드를 만들었다. 이러한 감정 및 그림상징으로 의사소통을 도와주는 채팅앱이 있다면  편하게 이용하지 않을까?

 

 

이를 실현시킬 그림상징 의사소통 채팅 앱이 실제로 배포됐다. 서울시와 서울시 장애인의사소통증진센터는 올해 8월,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장애인을 위해 채팅 기반 의사소통 앱 '커뮤니톡'을 제작하여 무료 배포했다.

 

커뮤니톡은 글자를 입력하기 어려운 뇌병변장애인이나 우영우처럼 자폐성향을 가진 발달장애인 등이 가족이나 지원인, 지역사회 구성원들과 그림만으로 쉽게 소통할 수 있도록 하여 장애인의 사회 활동 참여를 도울 목적으로 제작됐다.

 

서울시장애인의사소통권리증진센터 박옥준 운영팀장은 본지에 "기존에도 텍스트를 입력하면 그대로 읽어주는 툴이나 그림상징 만으로 의사소통을 하는 툴은 존재했으나, 이렇게 채팅까지 가능한 툴은 처음"이라고 밝혔다.

 

기자는 지역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실제로 의사소통이 원활히 이루어질지 커뮤니톡을 다운받아 확인해보니 글자 입력 없이 그림 상징만으로 채팅하는 것은 휴대용 AAC(보완대체 의사소통) 도구로도 활용 가능하여 장애우들에게 매우 유용할 듯 했다.

 

사전 공부가 있어야 원활한 대화 가능할 듯

 

 

커뮤니톡에는 1만여 개의 한국형 그림상징(KAAC) 및 서울시장애인의사소통권리증진센터에서 개발한 550여 개의 상징이 탑재돼 있다. 그림상징(AAC)이란 보완대체의사소통(Augmentative and Alternative Communication; AAC)을 나타내는 말로, 그림·몸짓과 같은 비구어적 방법을 사용한 의사소통 방법이다. 구어를 사용한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는 사람들이 활용한다. 개발주체가 다른 수많은 AAC가 존재하는데 이중 KAAC는 한국에서 개발한 그림상징이다.(1000원, 5000원, 1만 원이나 떡국 같은 이미지는 KACC 아니면 볼 수가 없다.)

 

처음부터 채팅을 시도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AAC탭을 선택하고, 어떤 그림상징이 있는지 살펴보는 과정은 필수였다. 핸드폰, 휠체어, 몸, 병, 병원, 치과, 숫자 등의 폴더가 존재하고 폴더를 선택하면 하위 개념이 나타나는 식이었다.

 

 

이를테면 '기분감정'이라는 폴더를 선택하면 그 하위개념으로 '난처해요, 당황했어요, 화를 풀어 요, 기분이 별로에요, 기피하고 싶어요, 무례해요, 미워요' 등의 감정을 선택할 수 있다. 내가 찾고자 하는 단어의 위치를 찾기까지 시간이 많이 소비됐다. 또한 아무리 찾아도 내가 찾고자 하는 단어가 없는 경우도 많았다. 

 

이런 경우를 대비하여 '즐겨찾기' 폴더를 따로 두었다. 자주 쓸법한 단어를 몇초간 누르고 있으면 즐겨찾기를 할 수 있는 옵션이 나타났다. 내가 찾고자 하는 단어가 없으면 새로 <+추가> 버튼을 이용하여 추가할 수 있다. 기자는 '밥먹어라' 폴더를 만들고, 그 폴더 아래 '주세요' '배고파' '밥' '반찬' '국' '그만먹을께요' '배불러요'라는 상징을 추가했다. 

 

 

<+추가> 버튼을 사용하여 상징 추가시에는 기존 앱상에 존재하는 '다운받은 상징 목록에서 선택'도 있지만 '핸드폰 갤러리에서 선택'도 가능했다. 생활속에서 많이 접하는 물건은 직접 핸드폰 갤러리에서 다운받으면 더 친숙하게 앱을 사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자는 집에 있는 상장 이미지를 추가해 보았다. 커뮤니톡을 이용하여 상장에 관련한 대화를 나눌 때는 실제 집에 있는 상장을 사용할 수 있으니 좀 더 현실감이 살아났다. 사람사진을 직접 상징으로 등록할 수도 있었다. 'A군 상장 받았어요' 'B군 문제집 풀었어요' 같은 대화를 실제 기자가 찍은 사진으로 등록한 그림상징을 통하여 나누었다. 상대방 대화창에는 기자와 같은 그림상징이 표시되지는 않았다.

 

 

이미지를 구어로 읽어주는 기능 훌륭.. 장애인 ACC 도구 대체제로

 

이미지 상징을 손으로 터치하면 앱이 구어로 읽어준다. 소리를 낼 수 없는 장애인이 의사소통하고자 할 때, 이미지 상장을 손으로 눌러 구어로 표현할 수 있다. 또한 채팅중에도 손으로 대화내용을 클릭하면 구어로 읽어준다. 기존에도 ACC 보조도구는 존재해왔다. 그러나 크기와 무게, 형태에 따라 휴대가 어려운 경우도 있었다. 커뮤니톡은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다운 가능한 핸드폰만 있으면 앱을 깔아 사용하면 되니 휴대가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었다.

 

완벽한 의사소통은 어려워 ... 늦은 로딩 속도, 읽었는지 확인 안돼

 

그림상징만으로 완벽한 의사소통을 하긴 어려웠다. 단어와 단어로 연결된 문장으로 의사를 전달하는데는 한계가 존재했다. 이를테면 "밥을 맛있게 먹었어요?"라는 표현을 하려면 '밥' '맛' '먹다'를 연결해서 만들고 싶었으나 단어의 나열함으로 의문문으로 표현이 불가능했다. 장애인의 가족이나 지원인이 미리 이미지 상징을 정해서 "밥을 맛있게 먹었어요?"라는 의미어를 직접 만들어서 추가해 놓으면 가능하긴 할테지만 모든 의사표현을 미리 가정하고 만들어놓기에는 놓치는 부분도 존재할 터였다.

 

또한 로딩속도도 만족스럽지 않았다. 커뮤니톡 앱을 실행하면 카카오톡같은 사설 앱만큼의 속도는 나오지 않았다. 일정시간이 지나서 접속하려하면 다시 로그인 절차를 걸쳐야 했다. 처음 로그인화면이 나오기까지 수분이 걸렸다. 그러나 화면을 닫고 다시 앱을 클릭하면 바로 로그인 화면이 나왔다.(기자가 여러번 해보고 얻은 팁으로, 로그인화면을 마냥 기다리지 않고 창을 닫고 다시 들어가면 금새 로그인 화면이 나온다.)

 

또한 상대방이 글을 읽었는지 읽지 않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내 대화창에서는 내가 선택한 그림상징이 표시됐지만, 상대방의 대화창에서는 텍스트로 전달됐다. 기자의 갤러리에 있는 사진을 상징으로 등록할 때, 이미지를 자르거나 돌릴 수 있는 이미지 툴이 삽입되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몇가지 아쉬운 점에도 불구하고 커뮤니톡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사용가능하고 의사소통을 효과적으로 돕는다는 점에서 상당히 고무적이었다. 그림상징을 찾아 구어로 읽어주는 ACC 보조기구에서 더 나아가 의사를 전달하는 수단으로 활용된다는 점에서 그렇다. 물론 충분한 어휘가 앱상에 그림상징으로 표현되어 있다는 가정하에서다.

 

박옥준 팀장은 "한국형 그림상징(KACC) 1만여 개에서 부족한 어휘를 500여 개, 50개 등 꾸준하게 추가해왔다. 장애인분들의 피드백을 지속적으로 듣고있다. 부족한 어휘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추가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커뮤니톡을 사용하게 된 장애인들은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실제로 커뮤니톡 베타버전을 장애인들에게 배포하고 피드백을 받아 본 최지우 소통팀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기존에 ACC 도구를 휴대하고 다니기 불편했는데, 핸드폰으로 채팅기능까지 하면서 휴대도 간편하게 되어 좋다" "어휘가 많이 포함되어 있어 편리하다"라는 회신을 받았다고 밝혔다. 올 연말에 정식버전에 대한 피드백 조사를 대대적으로 할 예정이라는 계획도 덧붙였다.

 

고광현 서울시 장애인복지정책과장도 본지에 "서울시는 커뮤니톡이 의사소통 활성화를 이끌어 장애 당사자가 사회 구성원으로서 독립적인 생활을 누리고, 비장애인을 비롯한 지역사회 구성원 모두가 다양한 의사소통 방법을 인식할 수 있는 계기로 자리잡길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