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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 전동킥보드 타다 다쳐도 ‘고객 책임?’…불공정 약관, 알고 계셨나요?

전동킥보드 사고 50%가 ‘불량·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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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e코노믹 = 이지혜 기자] 불량 킥보드를 타다가 사고가 나도 이용자의 책임으로 돌린 전동킥보드 공유서비스 기업의 불공정 약관이 지난 17일 시정됐다. 시민들은 이런 내용을 알고 있었을까.

 

킥보드를 자주 이용한다고 밝힌 대학생 이모씨(23)는 “솔직히 이용자들은 그런 약관을 잘 읽지 않고 서비스를 이용한다. 그러다가 사고가 나면 여러모로 불편한 상황이 벌어지는데, 약관이 변경되었으니 조금 더 마음 놓고 킥보드를 이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용자 김아영씨(32)는  “이런 사실은 전혀 몰랐다. 이처럼 업체들이 일방적으로 약관을 운영해왔다면 처음부터 이용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 시정조치 되었다니 다행인데 처음부터 소비자를 보호하는 약관이 적용되는 것이 기본 아니냐”고 반문했다. 

 

 

최근 전동킥보드 대여 시장이 성장하면서 관련 교통사고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정비 불량이나 제품 결함 등으로 인한 사고의 비중이 컸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행정안전부의 통계에 따르면 2015~2018년 발생한 전동킥보드 사고 528건 중 불량·고장으로 인한 사고는 264건으로 그 비중이 50.0%에 이르렀다. 배터리 불량 등으로 발생한 화재 사고도 22건(4.2%)이었다. 그 밖에 파손 60건(11.5), 운행사고 182건(34.4%) 등의 비중도 컸다. 

 

기기 결함에는 바퀴가 빠지거나 핸들·브레이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등의 사례가 있었다. 

 

그러나 소비자가 이러한 경우로 사고가 나거나 다쳐도 보상을 받기는 힘들었다. 전동킥보드 대여 업체들이 고의적이거나 중과실이 아닌 경우에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약관을 운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회사의 배상 범위를 ‘보호프로그램에 명시된 한도’ 또는 10만 원으로 제한하는 경우도 있었다. 

 

공정위는 이같은 내용이 소비자의 권익을 침해하는 불공정 약관이라고 판단하고 심사에 착수했다. 도로교통법이 개정되면서 오는 12월 10일부터 만 13세 이상이면 면허없이 자전거 도로에서 전동킥보드 이용이 가능해지고, 이에 따른 안전사고 급증의 위험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데 따른 조치다. 

 

공정위는 이에 따라 킥고잉·씽씽·알파카·지쿠터·라임 등 5개 전동킥보드 공유서비스의 약관 중 12개 불공정 약관 조항을 시정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들 업체는 모두 지난 5월 시작된 공정위 심사 과정에서 약관을 자진 시정했다. 

 

 

일례로, 킥고잉의 경우 약관에서 “회사의 고의나 중과실에 기해 발생한 경우에 한하여 회사에서 책임을 부담한다”고 명시되어 있었다. 이 약관은 “회사의 고의나 과실에 기해 발생한 경우에 한하여 회사에서 책임을 부담한다”라고 수정됐다.

 

이처럼 전동킥보드를 타다가 입은 이용자의 상해·손해에 대해 사업자의 고의 또는 과실이 있다면 책임을 부담하게 된다. 또한 회사 자체 보호프로그램에 명시된 한도 내에서 배상 책임을 부담하도록 하던 것을 민법 등 관계법령에서 정하고 있는 범위까지 배상하도록 확대했다.

 

황윤환 공정위 약관심사과장은 17일 브리핑에서 이같은 변화에 대해 “기존에 중과실로 규정돼 있을 때는 소비자나 피해자가 중과실을 입증하기가 굉장히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면서 “(시정된) 약관에 따라 계약이 체결된다면 향후 분쟁해결이 조금 더 손쉽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또한 회원의 탈퇴 시 유료 결제(충전)한 포인트에 대해 환불하지 않았던 업체들에 대해 유료 결제한 포인트에 대해서는 현금으로 환불하도록 시정했다. 

 

무료 쿠폰을 임의로 회수·소멸·정정하거나 서비스 이용을 정지시킬 수 있다는 내용의 약관도 ‘부당한 방법으로 쿠폰을 적립한 경우 쿠폰을 정정·말소하거나 서비스 이용을 정지할 수 있다’고 사유를 명확히 하고, 조치 전 사전통지해 확인 및 소명의 절차를 거치도록 했다. 상업적 광고는 사전 광고 수신에 동의한 회원에게만 송부하도록 바뀐다. 

 

킥고잉, 씽씽, 알파카, 지쿠터는 시정 약관을 자사 인터넷 사이트 및 모바일 앱에 게시 완료했으며, 라임은 내달 4일까지 게시 완료할 예정이다.

 

최재희 한국소비자원 피해구제국 팀장은 20일 본지에 “기업체들은 자기들의 이익을 위주로 약관을 정하는 경향이 있다”며 “앞으로도 공정위와 함께 소비자들에게 피해가 가는 불공정 약관을 시정하는데 앞장 서겠다”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들도 이용시 약관을 철저히 읽어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주의를 당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