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e코노믹 = 유서진 기자 | 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 연산의 핵심 부품으로 꼽히는 6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4)를 세계 최초로 양산 출하하며 차세대 AI 반도체 시장 선점에 나섰다. 이전 세대 경쟁에서 겪었던 공급 지연과 기술 격차 논란을 털고, 최고 수준 성능을 앞세워 주도권 회복을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12일 업계 최고 성능의 HBM4를 세계 최초로 양산 출하했다고 밝혔다. 당초 설 연휴 이후 출하가 예상됐으나, 주요 고객사와의 협의를 거쳐 일정을 약 일주일 앞당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AI 가속기 시장의 빠른 수요 확대에 선제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HBM은 GPU와 AI 가속기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메모리다. 대규모 데이터 처리와 병렬 연산이 필수적인 AI 학습·추론 환경에서 메모리 대역폭과 지연 시간은 시스템 전체 성능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삼성전자는 이번 HBM4 개발 단계부터 국제반도체표준협의기구(JEDEC) 기준을 뛰어넘는 성능을 목표로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신제품에는 10나노급 6세대(1c) D램과 4나노 파운드리 공정을 결합하는 업계 유일의 공정 조합이 적용됐다. 이를 통해 데이터 처리 속도는 JEDEC 표준(8Gbps)을 크게 웃도는 최대 11.7Gbps에 달한다. 이는 이전 세대인 HBM3E 대비 약 22%, 표준 대비 약 37% 향상된 수치다.
메모리 대역폭 역시 단일 스택 기준 최대 3TB/s 수준으로, 전작 대비 약 2.4배 개선됐다. 12단 적층 구조로 최대 36GB 용량을 제공하며, 향후 16단 적층 기술을 적용하면 48GB까지 확장이 가능하다. 고집적 설계와 저전력 구조를 동시에 구현해 AI 서버와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와 냉각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삼성전자는 이번 HBM4가 주요 고객사의 품질 검증을 조기에 통과하며 양산 체제로 진입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엔비디아 등 AI 칩 제조사들의 차세대 플랫폼에 적용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HBM 수요는 생성형 AI 확산과 함께 급격히 증가하고 있으며, 고성능 메모리 공급 능력이 반도체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출하를 삼성전자가 AI 메모리 경쟁에서 반격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것으로 평가한다. 경쟁사들이 HBM3 계열 제품 공급에 집중하는 동안, 삼성전자는 한 세대 앞선 기술을 상용화하며 제품 포트폴리오를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향후 생산 능력 확대와 적층 기술 고도화를 통해 AI 메모리 수요 증가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HBM4는 단순한 세대 교체를 넘어 AI 인프라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기술”이라며 “양산 시점과 수율 안정화가 시장 판도를 결정할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