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e코노믹 = 이혜진 기자 | LG에너지솔루션이 글로벌 차량용 소프트웨어 플랫폼에 합류하며 ‘배터리 제조사’에서 ‘소프트웨어 기반 모빌리티 기업’으로의 전환을 본격화한다. 전기차 산업의 중심축이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이동하는 SDV(Software Defined Vehicle) 시대 대응 전략으로 풀이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3일 차량용 소프트웨어 오픈마켓 플랫폼 ‘에스디버스(SDVerse)’에 배터리 기업 최초로 참여했다고 밝혔다. 에스디버스는 General Motors, Magna International, Wipro 등이 주도해 만든 글로벌 차량용 소프트웨어 B2B 플랫폼으로, 완성차·부품사·개발사가 소프트웨어를 거래하는 개방형 생태계를 지향한다.
이번 합류는 단순 기술 공개를 넘어, 배터리 영역까지 SDV 생태계에 편입시키는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기존 자동차 산업이 엔진·배터리 등 하드웨어 중심 경쟁이었다면, SDV 시대에는 소프트웨어가 차량 성능과 사용자 경험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플랫폼을 통해 총 5종의 배터리 소프트웨어를 공개했다. 핵심은 BMS(배터리 관리 시스템)를 기반으로 한 데이터 분석·예측 기술이다. 배터리 상태와 수명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배터리 플랫폼 SW’를 비롯해 ▲안전 진단 보정 도구 ▲Onboard FRISM ▲Onboard BLiS ▲Onboard DASH 등 진단·예측·최적화 기능을 갖춘 솔루션이 포함됐다.
특히 머신러닝 기반 알고리즘을 적용해 배터리 상태를 실시간으로 추정하고, 충전 습관·주행 패턴에 따른 열화 속도를 분석하는 기능은 SDV 환경에서의 차별화 포인트로 평가된다. 이를 통해 완성차 업체는 배터리 성능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만으로 개선하거나, 유지보수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보안 경쟁력도 강조했다. 안전 진단 소프트웨어는 외부 데이터 의존도를 낮추고 자체 분석이 가능하도록 설계돼, 차량 데이터 유출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커넥티드카 확산으로 중요성이 커진 ‘차량 데이터 주권’ 확보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행보는 LG에너지솔루션이 추진 중인 ‘배터리 서비스화(Battery as a Service)’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회사는 BMS 개발 20년 이상의 노하우와 1만건 이상의 특허를 기반으로 배터리 소프트웨어 사업을 확대해 왔으며, BMTS(배터리 관리 토탈 솔루션) 브랜드 ‘비.어라운드(B.around)’를 통해 클라우드·AI 기반 진단 및 수명 예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실제 배터리 상시 진단 서비스 ‘비라이프케어(B-lifecare)’, 평가 서비스 ‘비원스(B.once)’ 등은 배터리를 단순 제품이 아닌 ‘서비스형 자산’으로 전환하려는 전략의 일환이다. 지난해에는 배터리 수명 개선 솔루션 ‘Better.Re’로 CES 혁신상을 수상하며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입증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SDVerse 합류를 계기로 배터리 기업의 역할이 크게 확장될 것으로 보고 있다. 향후 배터리 업체가 단순 공급자를 넘어 차량 운영 데이터와 연결된 ‘핵심 소프트웨어 플레이어’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특히 OTA(무선 업데이트) 기반 배터리 성능 개선, 잔존가치 평가, 중고 배터리 시장 등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의 확장도 기대된다.
에스디버스 CEO 프라샨트 굴라티는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관리 소프트웨어는 SDV 시대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지능형 배터리 시스템이 차세대 전기차 혁신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제영 LG에너지솔루션 CTO는 “이번 플랫폼 참여를 통해 축적된 배터리 소프트웨어 역량을 글로벌 고객사에 확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며 “SDV 시대에 맞춰 기술 리더십을 강화하고 전기차 생태계 혁신을 주도하겠다”고 말했다.
전기차 산업이 ‘배터리 성능 경쟁’에서 ‘소프트웨어 통합 경쟁’으로 빠르게 전환되는 가운데, LG에너지솔루션의 이번 행보가 글로벌 모빌리티 시장 판도 변화의 신호탄이 될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