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e코노믹 = 우혜정 기자] 종합 금융 플랫폼 토스가 알뜰폰 사업에 진출하면서 알뜰폰 시장의 지각변동이 예상되고 있다.
최근 토스 운영사 비바리퍼블리카는 알뜰폰 사업자 머천드코리아의 지분 100%를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머천드코리아는 가입자 10만 명 안팎의 중소 알뜰폰 업체로, 업계에 따르면 인수가는 100억 원 내외인 것으로 전해진다.
토스는 알뜰폰 검색과 개통 서비스를 이르면 오는 9월 선보인다. 토스는 알뜰폰 요금제 검색에서부터 개통, 요금 결제까지 토스 앱 내에서 해결하도록 해 사용자 편의를 높이고 이용자를 플랫폼에 고착시키는 ‘락인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계획이다.
금융, 핀테크 업계에서 처음으로 알뜰폰 사업에 진출해 2년 5개월 만에 가입자 30만 명을 유치한 KB국민은행의 'KB리브엠'과는 격전이 예상된다.
KB리브엠은 현재 롱텀에볼루션(LTE) 무제한 요금제를 2만 원대 중반에 판매하고 있다. 이는 3만 원대 초반인 망사용대가(원가)보다 1만 원 가까이 저렴한 요금으로, KB리브엠 입장에서는 판매를 할수록 적자를 보는 구조다. 다만, KB리브엠은 알뜰폰으로 유치한 고객에게 다양한 금융 상품을 교차 판매해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알뜰폰 사업, 수익보다 고객 데이터 확보 목적 커
토스, KB국민은행 등 대형 금융업체들이 알뜰폰 사업에 나서는 것은 수익보다도 고객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데이터를 확보해 신용평가모델을 만들고 새로운 상품을 출시할 수 있다. 또 KB리브엠과 같이 알뜰폰 이용자가 많은 10~30대 고객을 유치해 금융 상품을 판매할 수도 있다.
한편 중소 알뜰폰 업체들은 거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 은행들의 저가 공세에 알뜰폰 생태계가 망가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MDA)는 KB리브엠이 도매대가 이하 요금제 제공, 과도한 사은품 지급 등으로 알뜰폰 생태계를 교란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알뜰폰 사업 철수와 당국의 KB리브엠 재허가 승인 취소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 3고 여파로 통신비 줄이기에 나선 소비자 입장에서는 알뜰폰 시장 경쟁이 반갑다.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요금 인하 등 소비자 혜택은 커지기 때문이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가 1일 발표한 ‘이동전화 번호이동자 수 현황’에 따르면 7월에만 통신3사에 있던 가입자 중 5만8566명이 알뜰폰으로 번호이동했다.
문형남 숙명여자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31일 본지에 “기존 알뜰폰 업체들은 영세한데, 거대 금융회사들이 알뜰폰 시장에 뛰어들면서 요금 경쟁을 심화시키면 기존 중소업체들은 큰 타격을 받고 도산 위기에 몰릴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문 교수는 “공정거래위원회는 기울지 않은 공정한 시장을 조성하는 의미에서 대형 금융회사들의 알뜰폰 시장 진출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며 “방송통신위원회도 통신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공정위와 협조해 대형 금융업체의 알뜰폰 시장 진입을 막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