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e코노믹 = 유서진 기자 | 삼성이 글로벌 바이오·헬스케어 시장에서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떠오른 ‘암 조기진단’ 분야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삼성물산과 삼성전자는 16일(현지시간) 미국 생명공학기업 그레일(GRAIL)에 총 1억1천만 달러(약 1,550억 원)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그레일은 혈액 속 DNA 조각을 인공지능(AI) 유전체 분석 기술로 선별해 50여 종의 암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혁신적 기술을 보유한 기업으로, 세계적 주목을 받고 있다.

그레일의 대표 제품 ‘갤러리(Galleri)’는 단 한 번의 혈액 검사만으로 암 발병 여부와 발생 장기를 예측할 수 있다. 2021년 상용화 이후 지금까지 약 40만 건의 검사가 진행됐으며, 영국 국립보건서비스(NHS)와 대규모 임상시험도 진행 중이다. 내년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승인 신청도 앞두고 있어 상용화 확대가 기대된다.

삼성물산은 이번 투자로 한국 내 갤러리 검사 독점 유통권을 확보했으며, 싱가포르·일본 등 아시아 주요 시장으로 협력을 넓힐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축적된 그레일의 임상 데이터와 기술을 자사 삼성 헬스 플랫폼과 연계해, 개인 맞춤형 건강관리 서비스를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김재우 삼성물산 부사장(라이프 사이언스 담당)은 “삼성물산은 유전자와 AI가 결합된 차세대 의료 기술을 핵심 투자 영역으로 확대하고 있다”며 “이번 협력은 바이오·헬스케어 포트폴리오 확장의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헌수 삼성전자 디지털 헬스팀장은 “그레일과의 협력을 통해 삼성 헬스 사용자가 더욱 정밀하고 맞춤화된 헬스케어 경험을 누리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레일 측 역시 삼성과의 협력에 기대를 나타냈다. 하팔 쿠마르 그레일 해외사업 총괄은 “삼성과의 파트너십은 한국을 시작으로 아시아 전역에서 다중암 조기진단 서비스를 제공하는 발판이 될 것”이라며 “이번 투자로 글로벌 보험 적용 확대에도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은 최근 몇 년간 바이오·헬스케어 투자를 공격적으로 늘려왔다. 삼성물산은 이미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에피스와 함께 미국 알츠하이머 혈액 검사 기업 C2N과 글로벌 바이오 투자펀드에 참여했으며, 삼성전자는 미국 DNA 분석 장비업체 엘리먼트 바이오사이언스에 투자하고, 최근에는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젤스(Zeus)**를 인수하며 영향력을 확대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반도체와 전자, 바이오를 넘어 ‘정밀의료’라는 새로운 성장축을 본격화하고 있다”며 “AI와 유전자 분석을 결합한 암 조기진단 시장은 향후 글로벌 헬스케어 산업의 핵심 무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