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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일반/과학

[업계 리포트] 전기차 대신 ESS로… K-배터리, ‘에너지 인프라 기업’으로 체질 전환 본격화

투데이e코노믹 = 박재형 기자 | 전기차(EV) 시장의 성장세가 예상보다 둔화되면서 국내 배터리 산업의 전략 축이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완성차 중심의 수요 구조에서 벗어나 에너지저장장치(ESS)를 핵심 성장축으로 삼는 방향이다. 업계에서는 2026년을 K-배터리가 ‘자동차 부품 공급자’에서 ‘글로벌 에너지 인프라 기업’으로 변신하는 전환점으로 평가한다.

 

EV 시장의 일시적 수요 정체, 이른바 ‘EV 캐즘’을 돌파하기 위한 현실적인 대안이 ESS라는 점에서다. 특히 전력망 안정성 확보, 재생에너지 확대, AI 데이터센터 급증이라는 세 가지 구조적 변화가 동시에 맞물리며 ESS는 선택이 아닌 필수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다.

 

◆ 전기차 성장 둔화… 배터리 산업의 수익구조 재편


최근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고금리, 충전 인프라 속도 지연, 소비자 수요 조정 등의 영향으로 성장 속도가 둔화되고 있다. 완성차 업체들의 생산 계획 조정이 이어지면서 배터리 업체들도 수요 변동성에 직접 노출됐다.

 

이에 따라 배터리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수요 안정성이 높은 ESS 시장으로 사업 비중을 빠르게 이동시키고 있다. ESS는 장기 계약 중심의 사업 구조를 갖고 있고, 국가 전력망과 산업 인프라에 직결되기 때문에 경기 변동에 대한 민감도가 상대적으로 낮다.

 

업계에서는 주요 배터리 기업들의 ESS 매출 비중이 향후 몇 년 내 40% 수준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일부 기업은 이미 북미와 유럽 공장의 생산 라인을 ESS 중심으로 재편하고 있다.

 

◆ AI 데이터센터 폭증… ESS 시장 ‘초고속 성장’


ESS 시장 확대의 가장 강력한 촉매는 AI 산업이다. 생성형 AI 확산으로 대규모 데이터센터 건설이 전 세계적으로 급증하면서 전력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데이터센터는 24시간 안정적 전력 공급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ESS는 사실상 핵심 설비로 자리 잡고 있다.

 

여기에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비중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전력 저장 기술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재생에너지는 생산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저장 장치 없이는 전력망 안정성을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AI 전력 수요 증가 + 재생에너지 확대 + 전력망 안정화 필요성이 결합되면서 ESS는 글로벌 에너지 산업의 전략 자산으로 부상하고 있다.

 

◆ LFP·나트륨 배터리 확대… 공급망 경쟁 본격화


기술 전략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ESS 시장에서는 가격 경쟁력이 중요한 만큼 고에너지 밀도보다 안정성과 비용 효율성이 핵심이다. 이에 따라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와 차세대 나트륨 이온 배터리 도입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그동안 LFP 시장은 중국 기업들이 사실상 독점해 왔지만, 한국 배터리 기업들도 대규모 양산 체제를 구축하며 본격적인 경쟁에 뛰어들었다. 나트륨 배터리는 리튬 대비 원재료 확보가 쉬워 공급망 안정성이 높다는 점에서 중장기 ESS 시장의 핵심 기술로 평가된다.

 

공급망 전략 역시 변화 중이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유럽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규제 강화로 현지 생산 체계 구축이 필수가 되면서 북미·유럽 공장의 ESS 전용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 정부도 전면 지원… “에너지 안보 산업”으로 격상


각국 정부 역시 ESS를 국가 에너지 안보와 직결된 산업으로 보고 정책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서는 재생에너지 확대뿐 아니라 저장 인프라 구축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도 ESS 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해 R&D 투자 확대, 실증사업 지원, 공급망 안정화 정책 등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차세대 배터리 기술과 전력망 연계 시스템 분야에서 글로벌 기술 주도권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 자동차 산업 넘어 ‘전력 산업’으로 확장


결국 배터리 산업의 본질이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 배터리는 전기차 보급 확대의 핵심 부품 산업이었다면, 이제는 전력 저장과 공급 안정성을 책임지는 에너지 인프라 산업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글로벌 배터리 시장의 경쟁 구도가 ‘자동차 중심’에서 ‘전력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전력 소비가 급증하는 디지털 경제 시대에 ESS는 사실상 새로운 에너지 플랫폼 역할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