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e코노믹 = 우혜정 기자 | 하나증권이 증권업계 최초로 순수 민간자본 기반 ‘민간벤처모펀드(민간재간접벤처투자조합)’를 결성한다. 1분기 내 2천억원 규모로 출범할 예정으로,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을 인공지능(AI)·반도체·이차전지 등 딥테크 영역에 투입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번 펀드는 단순한 벤처투자 상품이 아니라, 증권사의 자금 조달 기능과 기술 스타트업 생태계를 직접 연결하는 ‘테크 파이낸스 플랫폼’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 발행어음 → 모험자본…자금 흐름의 구조 전환
하나증권은 발행어음 사업 인가 이후 확보한 대규모 유동성을 생산적 금융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모색해 왔다.
발행어음은 비교적 안정적인 자금 조달 수단으로 평가되지만, 이를 단기 운용이 아닌 기술 기반 스타트업 투자로 연결하는 것은 증권사 입장에서 리스크·수익 구조의 질적 전환을 의미한다.
회사 측은 이번 모펀드를 통해 “유동성 공급자”에서 “기술 성장 파트너”로 역할을 확장하겠다는 구상이다.
■ ‘펀드 오브 펀드’ 구조…데이터 기반 분산 투자
모펀드는 국내 벤처캐피탈(VC)이 운용하는 자펀드에 출자하는 재간접(Fund of Funds) 방식으로 설계됐다.
이 구조는 ▲산업 전문 VC와의 협업 ▲투자 단계별 분산 ▲리스크 관리 최적화 측면에서 효율성이 높다.
특히 AI·반도체·디스플레이·이차전지 등 정부가 지정한 ‘12대 국가전략기술’ 중심으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계획이다. 기술 고도화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맞물리는 분야에 선제적으로 자금을 공급하겠다는 전략이다.
■ 지역 혁신 클러스터와 연계…‘로컬 테크’ 확장
하나증권은 이번 펀드를 지역 거점 대학, 테크노파크, 창조경제혁신센터 등과 연계해 운영할 방침이다.
비수도권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지역 특화 산업과 결합한 자펀드 출자를 병행함으로써 ‘수도권 집중형 벤처 투자 구조’를 완화하겠다는 목표다.
이는 최근 강조되는 ‘테크 균형 성장’ 및 ‘디지털 지역혁신’ 정책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 민간 주도 벤처생태계 확산 신호탄 될까
최영수 글로벌PE사업본부장은 “발행어음으로 확보한 자금을 미래 성장산업에 투자하는 것은 금융사의 중요한 역할”이라며 “민간 주도의 모험자본 공급 확대를 통해 벤처 생태계 자생력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례가 증권사의 자금 조달 역량을 기술 투자로 직결시키는 첫 모델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공공 모태펀드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민간이 리스크를 감내하고 기술 성장에 베팅하는 구조가 확산될 경우, 국내 벤처 생태계의 자본 조달 지형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결국 관건은 단순 출자를 넘어, 데이터 기반 투자 선별 역량과 글로벌 회수(Exit) 전략까지 연결할 수 있느냐다. 하나증권의 이번 행보가 ‘금융-기술 융합 모델’의 출발점이 될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