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e코노믹 = 박재형 기자 | 전기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글로벌 배터리 산업에서도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배터리는 전기차 원가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핵심 부품인 만큼, 완성차 기업과 배터리 제조사 모두에게 전략적 중요성이 매우 높다.
중국의 압도적 지배력, 점점 더 공고해진다
현재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중국 기업들이 확고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 2025년 1~11월 기준 글로벌 EV 배터리 사용량은 1,046GWh로 전년 동기 대비 32.6% 증가했으며, CATL은 400GWh를 기록하며 38.2%의 점유율로 전 세계 1위를 유지했다. 특히 CATL은 3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보유한 유일한 배터리 공급사로, Tesla, BMW, 메르세데스-벤츠, 폭스바겐 등 글로벌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CATL의 배터리를 선택하고 있다.
BYD의 성장세 역시 주목할 만하다. BYD는 배터리와 전기차를 동시에 생산하는 수직계열화 모델을 앞세워 유럽 시장에서의 배터리 사용량이 2025년 1~10월 기준 전년 대비 216.4% 급증하는 등 중국 내수를 넘어 해외 시장으로 빠르게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2025년 1~10월 기준 중국 6대 배터리 제조사의 합산 점유율은 68.9%에 달해, 중국의 시장 지배력은 더욱 강화되고 있다.
한국 기업들, 기술력으로 반격 나선다
한국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는 최근 어려운 국면을 맞고 있다. 3사의 합산 점유율은 2025년 1~10월 기준 16.0%로, 전년 동기 대비 3.5%포인트 하락했다.
기업별 상황은 엇갈린다. LG에너지솔루션은 기아 EV3의 호조와 GM의 울티움 플랫폼 기반 차량(쉐보레 이쿼녹스, 블레이저, 실버라도 EV) 판매 덕분에 3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SK온은 현대자동차그룹의 아이오닉5·EV6, 폭스바겐 ID.4·ID.7에 배터리를 공급하며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삼성SDI는 리비안이 일부 모델에 중국 CATL·고션(Gotion)의 LFP 배터리를 채택하면서 공급 물량이 줄어드는 타격을 받았다. 삼성SDI는 BMW i4·i5·i7·iX 및 아우디 Q6 e-Tron 등 유럽 프리미엄 모델을 중심으로 입지를 다지고 있다.
Tesla, 배터리 내재화로 비용 혁신 추진
완성차 기업 중 배터리 기술 내재화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Tesla다. Tesla는 자체 개발한 4680 원통형 배터리 셀을 텍사스 기가팩토리에서 양산하고 있으며, 2024년 말 기준으로 Tesla의 4680 셀은 외부 공급사 대비 가장 낮은 kWh당 생산 비용을 달성했다. 4680 포맷은 기존 2170 셀 대비 에너지 용량이 5배에 달하며, 구조용 배터리팩에 적용해 차량 중량 감소와 강성 향상에도 기여한다. Tesla는 전극에 액체 용매를 쓰지 않는 건식 코팅 공정을 도입해 공장 에너지 소비와 설비 공간을 대폭 줄이는 기술 혁신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고배터리, 2027년을 겨냥한 차세대 레이스체
기술 경쟁의 최전선은 전고체 배터리다. Toyota, 삼성, CATL 등 주요 기업들은 2027년을 전고체 배터리 양산 원년으로 목표하고 있으며, 파나소닉도 같은 시기에 맞춰 양산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전고체 배터리는 액체 전해질을 고체로 대체해 발화 위험을 줄이고 에너지 밀도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어, 차세대 전기차의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원자재 공급망, 경쟁력의 또 다른 축
배터리 산업 경쟁의 또 다른 핵심은 원자재 확보다. 리튬·니켈·코발트 등 주요 광물의 가격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안정적인 원료 조달이 기업 경쟁력에 직결된다. 배터리 기업들은 광산 투자나 장기 공급 계약을 통해 공급망 안정화를 꾀하는 한편, Tesla처럼 망간 함량을 높이고 코발트 의존도를 낮추는 방향으로 소재 전략을 수정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또한 LFP(리튬인산철) 배터리와 니켈 기반 고에너지 배터리 사이의 기술 선택도 원가 구조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결국 배터리 산업의 경쟁력은 기술 혁신, 원자재 확보, 생산 규모라는 세 가지 요소에 의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물량 공세, 한국의 기술 차별화, 완성차 기업의 내재화 전략이 맞부딪히는 가운데, 전기차 시장이 성장할수록 배터리 산업은 글로벌 제조업 경쟁의 가장 뜨거운 격전지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