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e코노믹 = 박재형 기자 | 중국 자동차 업계가 수익성 붕괴라는 구조적 위기에 빠져들고 있다. 올해 1분기 중국 국내 자동차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20.3% 감소한 가운데, 업계 선두인 BYD조차 지난해 모회사 귀속 순이익이 19% 줄어들며 사실상 성장 정체 국면에 진입했다. 광저우자동차(GAC)는 2010년 증시 상장 이후 처음으로 연간 적자를 기록했고, 공장 가동률도 평균 73%대까지 떨어졌다. 수십 개 브랜드가 동질화된 제품을 놓고 출혈 경쟁을 벌이는 구조가 한계에 봉착한 것이다.
이 같은 중국 시장의 침체는 현대자동차에도 중요한 전략적 시사점을 던진다. 현대차는 한때 중국 합작법인(베이징현대)을 통해 연간 100만 대 이상을 팔았지만, 현재 중국 내 연간 판매는 13만 대 수준으로 쪼그라든 상태다. 중국 시장에서 사실상 후퇴한 현대차는 지금 글로벌 판매 구조를 어떻게 재편할 것인가를 두고 복잡한 계산을 해야 하는 시점에 놓여 있다.
미국 의존의 대가, 4조 원이 넘는 관세 청구서
현대차가 직면한 가장 시급한 과제는 미국 관세 충격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미국의 고율 관세로 4조1100억원에 달하는 비용을 부담했다. 기아까지 합산하면 그룹 전체 관세 비용은 7조 원을 웃돈다.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1조695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9.9% 감소하며 3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하는 등 수익성 부담이 현실화됐다.
경영진도 공개적으로 위기감을 드러냈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은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기자들과 만나 "관세가 부담을 주고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정말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대응 방향으로 미국 현지 생산 비중 확대를 제시했다. 현재 미국에서 판매되는 차량의 절반가량을 현지에서 생산하고 있지만, 나머지는 약 15% 관세를 부담하며 수입되고 있다.
현대차는 이미 조지아주에 전기차 전용 신공장(HMGMA)을 가동 중이다. 미국 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보조금 차별과 거센 보호무역주의 압박을 피하기 위해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 신공장 건설에만 10조 원에 육박하는 자본을 투입했다. 관세 장벽을 우회하기 위해 '정직한 현지화'에 수조 원을 베팅한 셈이다. 다만 무뇨스 사장은 "현지화는 수년이 걸리는 작업"이라며 그 사이 공격적인 비용 절감과 가격 조정을 병행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탈(脫)미국 포석, 인도와 중국에 신차 46종 투입
단기 관세 대응과 별개로, 현대차는 중장기 지형도를 바꾸는 작업에 착수했다. 호세 무뇨스 CEO는 최근 주주 서한을 통해 향후 5년간 인도와 중국에 신차 46종을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구체적으로 인도에 26종, 중국에 20종을 투입한다. 최근 5년간 두 시장에 내놓은 신차가 18종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2.6배에 달하는 공세적 계획이다.
현대차는 2030년까지 인도·중국 합산 판매량을 127만6500대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난해 판매량이 인도 57만2000대, 중국 13만 대 수준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연평균 약 12.7% 성장해야 달성할 수 있다.
인도는 이미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현대차는 인도 시장에서 현지 전략형 SUV '크레타'가 주도하는 가운데 판매 3위에 오르는 성과를 거뒀다. GM으로부터 인수한 탈레가온 공장이 본격 가동되면 기존 첸나이 공장을 포함해 연간 110만 대 현지 생산 체제를 확보하게 된다.
중국 시장 재공략은 다른 성격의 도전이다. 현대차는 현지 전략형 전기차 '일렉시오'를 앞세워 BYD·화웨이·샤오미 연합과 정면으로 맞서야 한다. 중국 내수에서 벌어지는 출혈 경쟁의 진원지에 역으로 발을 들여놓는 셈이지만, 베이징현대 공장을 수출 기지로 활용하는 투트랙 전략이 병행되고 있어 리스크를 분산할 여지가 있다.
중국차의 글로벌 공세, 진짜 전장은 '제3시장'
현대차가 미국과 아시아 신흥시장에 집중하는 사이, 중국 업체들은 관세 장벽을 피해 유럽과 글로벌 사우스로 파고들고 있다. BYD는 작년 한 해 수출이 104만 대를 넘어서며 전년 대비 약 140% 증가했다. 미국 시장에 직접 진출하지 못하는 중국 업체들이 나머지 세계 시장을 공략 대상으로 삼으면서, 현대차가 판매 다변화를 추진하는 인도·동남아·중동 시장에서도 중국차와의 충돌이 불가피해지고 있다.
BYD가 지난해 총 460만2436대를 판매해 현대차(413만8000대)를 제친 것도 이러한 전략 차이에서 나왔다. 판매 대수에서 이미 역전된 상황에서 현대차가 수익성 우위를 유지하려면 프리미엄 포지셔닝과 하이브리드 라인업 강화가 핵심 변수가 된다. 실제로 현대차는 2026년 영업이익률 목표를 6.3~7.3%로 제시하고, R&D에 7조4000억원, 설비투자에 9조원을 투입해 하이브리드·EREV 개발과 자율주행·AI 등 SDV 전환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중국 자동차 업계의 현재 모습은 현대차에 하나의 경고이자 반면교사다. 수십 개 브랜드가 뒤엉켜 이익률 4%대에서 출혈 경쟁을 벌이는 구도는, 기술 차별화 없이 시장 점유율 경쟁에만 매몰될 경우 어느 플레이어도 수익을 낼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현대차가 미국 현지화, 인도·신흥시장 확대, SDV 전환이라는 세 축을 동시에 추진하는 전략이 실효를 거두려면, 자원 배분의 우선순위를 명확히 하고 단기 수익성 방어와 장기 경쟁력 투자 사이의 균형을 잃지 않는 것이 관건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