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e코노믹 = 이혜진 기자 |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이 글로벌 전력 인프라 시장에서 직접 네트워크를 가동하며 K-전력기기 수출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력망 고도화와 재생에너지 확대라는 글로벌 에너지 전환 흐름 속에서 효성중공업이 ESS와 초고압 전력기기를 앞세워 ‘전력 인프라 토털 솔루션 기업’으로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효성중공업은 최근 호주 에너지 기업 ‘탕캄(Tangkam) BESS Pty Ltd.’와 약 1,425억원 규모의 ESS EPC(설계·조달·시공) 계약을 체결했다고 12일 밝혔다. 이번 프로젝트는 호주 퀸즐랜드주 탕캄 지역에 **100MW·200MWh 규모 배터리 기반 에너지저장장치(ESS)**를 구축하는 사업으로, 2027년 말 상업 운전을 목표로 추진된다.
이번 계약은 효성중공업이 호주 ESS 시장에 처음 진출한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효성중공업은 전력기기 중심 사업에서 ESS, HVDC 등 차세대 전력 인프라 기술까지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며 글로벌 전력 솔루션 기업으로의 전환을 가속하고 있다.
조현준 회장은 “앞으로의 전력 산업 경쟁력은 개별 장비가 아니라 전력망 전체를 제어하는 통합 솔루션에서 결정된다”며 “효성중공업이 보유한 HVDC와 초고압 변압기 기술, ESS, 스태콤(STATCOM) 등 핵심 기술을 결합해 글로벌 전력시장의 토털 솔루션 프로바이더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밝혔다.
재생에너지 시대 핵심 인프라… ESS 시장 성장 가속
이번 ESS 프로젝트는 호주의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과 맞물려 추진됐다. 호주 정부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82%까지 확대하는 목표를 세우고 대규모 전력망 투자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는 발전량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전력망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ESS 구축이 필수적이다. ESS는 잉여 전력을 저장했다가 전력 수요가 증가할 때 공급하는 방식으로 전력망 균형을 유지하는 핵심 인프라로 평가된다.
특히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효성중공업이 자체 개발한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 소프트웨어와 전력기기 연동 제어 기술이 적용된다. 배터리 제어부터 전력망 연계까지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을 통해 안정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효성중공업은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서도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2024년에는 글로벌 에너지 시장 리서치 기관인 BNEF(Bloomberg New Energy Finance)의 ESS 분야 ‘Tier 1’ 업체로 선정되며 시장 경쟁력을 입증했다.
미국·유럽·호주… 글로벌 전력시장 수주 확대
효성중공업은 올해 들어 글로벌 전력 인프라 시장에서 잇따라 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하고 있다.
지난달 미국에서는 7,870억원 규모 전력기기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창사 이래 최대 규모 수주를 기록했으며, 핀란드에서도 290억원 규모 초고압 변압기 장기 공급 계약을 확보했다. 여기에 이번 호주 ESS 프로젝트까지 더해지며 북미·유럽·오세아니아 전력 시장에서 입지를 확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성과 배경으로 조현준 회장의 적극적인 **‘현장 중심 글로벌 경영’**을 꼽는다. 조 회장은 주요 에너지 기업과 정책 결정자들을 직접 만나며 전력 인프라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해 왔다.
실제 조 회장은 미국 워싱턴 D.C.에서 케빈 러드 전 호주 총리(주미 호주 대사) 등 정·재계 인사들과 에너지 인프라 협력 방안을 논의했으며, 올해 초에는 호주 경제인연합회(BCA) 브랜 블랙 CEO 등 주요 인사들과 만나 협력 방안을 모색하기도 했다.
호주 송전시장 변압기 점유율 1위… 전력망 사업 확대
효성중공업은 이미 호주 전력시장에서도 안정적인 입지를 확보하고 있다. 회사는 지난 10여 년간 호주 송전 인프라 시장에서 제품 공급과 유지보수를 수행하며 초고압 변압기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최근 호주는 약 200억 호주달러(약 20조원) 규모의 ‘국가 전력망 재정비(Rewiring the Nation)’ 사업을 추진하며 송전망 구축과 전력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발전 단지와 주요 도시 간 거리가 먼 지리적 특성 때문에 장거리 송전 인프라 수요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효성중공업은 이러한 시장 흐름에 맞춰 HVDC(초고압직류송전) 기술과 스태콤(STATCOM) 등 전력망 안정화 솔루션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세계 최대 규모인 1GVar급 스태콤 기술을 확보했으며, 전력 변환 핵심 기술인 MMC(Modular Multilevel Converter) 기반 전압형 HVDC를 국내 최초로 독자 개발해 양주변전소에 설치하기도 했다.
“AI·재생에너지 시대, 전력망 솔루션 경쟁 시작”
전력 산업 전문가들은 AI 데이터센터 확대와 재생에너지 확산으로 글로벌 전력망 인프라 투자가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데이터센터와 전기차, 전력 전환 산업이 확대되면서 초고압 송전, 전력 안정화, 에너지 저장 기술이 핵심 산업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효성중공업은 초고압 전력기기와 ESS, HVDC, 전력망 제어 소프트웨어를 결합한 통합 솔루션 전략을 통해 글로벌 시장 공략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조현준 회장은 “전력망의 디지털화와 재생에너지 확대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전력 산업 구조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며 “효성중공업의 기술력을 기반으로 글로벌 전력 인프라 시장에서 K-전력기기의 위상을 더욱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