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e코노믹 = 박재형 기자 | 현대자동차가 2026년 1분기 글로벌 수요 둔화와 관세 부담, 원자재 가격 상승이라는 삼중 악재 속에서도 역대 1분기 기준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판매 물량은 줄었지만 하이브리드차(HEV)를 중심으로 한 고부가가치 차종 비중 확대와 금융 부문 개선이 외형 성장을 이끌었다는 평가다.
현대차는 23일 경영실적 콘퍼런스콜을 통해 2026년 1분기 IFRS 연결 기준 매출 45조9389억원, 영업이익 2조5147억원, 당기순이익 2조5849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도매 판매는 97만6219대로 집계됐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4% 증가하며 1분기 기준 최대치를 새로 썼다. 반면 영업이익은 30.8% 감소했고, 영업이익률은 5.5%를 기록했다. 대외 환경 악화로 수익성이 압박받았지만, 시장 예상보다 견조한 수익 방어력을 보여줬다는 해석도 나온다.
핵심은 하이브리드였다. 현대차의 1분기 글로벌 친환경차 판매는 전년 동기보다 14.2% 증가한 24만2612대로 늘었다. 이 가운데 전기차(EV)는 5만8788대, 하이브리드차는 17만3977대로 집계됐다. 특히 하이브리드 판매는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이다. 전체 판매에서 친환경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24.9%, 하이브리드 비중은 17.8%로 각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수요 둔화 속에서도 현대차가 전동화 전략을 보다 유연하게 가져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전기차 수요가 지역별로 온도 차를 보이는 상황에서, 하이브리드가 수익성과 판매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완충재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1분기 전체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2.5% 감소했다. 국내 판매는 신차 대기 수요 등의 영향으로 15만9066대에 그치며 4.4% 줄었다. 해외 판매도 미국 시장에서 24만3572대로 0.3% 늘었지만, 다른 지역 수요 둔화 여파를 상쇄하지 못하면서 전체 해외 판매는 81만7153대로 2.1% 감소했다.
그럼에도 점유율은 오히려 올랐다. 현대차는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4.6%에서 4.9%로 0.3%포인트 상승했고, 미국 시장 점유율도 5.6%에서 6.0%로 0.4%포인트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시장 자체가 위축되는 국면에서 판매 감소폭을 경쟁사 대비 상대적으로 작게 관리했다는 의미다.
수익성 측면에서는 부담 요인이 분명했다. 1분기 매출원가율은 원자재값 상승 영향으로 전년 동기보다 2.7%포인트 오른 82.5%를 기록했다. 판매관리비율은 12.0%로 전년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지만, 판매보증비와 인건비가 소폭 늘었다. 여기에 관세 영향만 8600억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환율은 일정 부분 우호적으로 작용했다. 올해 1분기 원·달러 평균 환율은 1465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9% 상승했다. 수출 비중이 높은 완성차 업체 입장에서는 환율 상승이 매출 방어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현대차도 하이브리드 중심의 믹스 개선과 환율 효과, 금융 부문 실적 개선을 매출 확대 배경으로 제시했다.
현대차는 앞으로도 경영환경이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동 전쟁 영향, 지정학적 리스크, 글로벌 산업 수요 감소, 국가 간 무역 갈등 심화 등이 복합적으로 이어지며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판단이다. 이에 따라 단순한 판매 확대보다 수익성 방어와 체질 개선에 방점을 찍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현대차는 올해 출시 예정인 주요 신차를 성장 모멘텀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그랜저 페이스리프트를 포함해 상품 경쟁력을 끌어올린 신차와 개선 모델을 대거 투입해 판매 회복을 노린다는 계획이다. 동시에 전동화 전환, 고부가가치 차종 확대, 지역별 맞춤형 전략을 병행해 시장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관세와 비용 상승 압박에 대응하기 위해 ‘컨틴전시 플랜’도 한층 강화한다. 현대차는 사업 계획 수립부터 예산 설정, 비용 집행에 이르는 전 과정의 지출 구조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기존 관행을 답습하기보다 비용 효율성과 수익성 중심으로 의사결정 체계를 다시 짜겠다는 의미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통상 변수 확대에 대응하기 위한 선제적 긴축 운영으로 보고 있다.
주주환원 기조도 유지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발표한 밸류업 프로그램에 따라 전년 동기와 같은 주당 2500원의 분기 배당을 결정했다. 당기순이익 감소에도 배당 수준을 유지한 것은 실적 변동성 속에서도 주주가치 제고 의지를 이어가겠다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이번 실적은 현대차가 ‘판매 대수 성장’보다 ‘판매 질 개선’으로 버티는 구조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기차 전환이 예상보다 더디고 글로벌 수요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하이브리드와 고부가가치 차종 확대는 현대차 실적을 지탱하는 핵심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남은 과제는 신차 효과를 실제 판매 회복으로 연결하고, 관세와 원가 상승 압박 속에서도 수익성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지켜내느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