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e코노믹 = 박재형 기자 | KB금융그룹이 올해 1분기 1조8000억원대 순이익을 거두며 견조한 실적을 이어갔다. 은행 중심의 이자이익에 더해 증권·자산운용 부문의 수수료이익이 큰 폭으로 늘면서 비은행 부문의 이익 기여도가 확대됐다. KB금융은 실적 발표와 함께 기보유 자기주식 전량 소각과 추가 자사주 매입·소각 방침도 내놓으며 주주환원 강화 의지를 분명히 했다.
KB금융은 23일 인터넷·모바일 생중계를 통해 2026년 1분기 경영실적을 발표하고, 발행주식 총수의 약 3.8%에 해당하는 기보유 자기주식 1426만주를 전량 소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소각은 최근 자기주식 소각 의무화 관련 상법 개정에 따른 조치다. KB금융은 법 개정에 따라 1년 6개월의 유예기간이 부여됐음에도 즉시 소각을 결정했다. 회사 측은 주주가치 극대화와 함께 정부의 자본시장 선진화 정책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이사회와 경영진의 의지가 반영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날 이사회는 주당 1143원의 분기 현금배당과 6000억원 규모의 추가 자사주 매입·소각도 결의했다. 업계에서는 KB금융이 자본 적정성을 유지하면서도 주주환원 정책을 공격적으로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KB금융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1조892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5% 증가했다.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3.94%를 기록했다. 환율과 금리 상승,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에 따른 금융시장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은행, 증권, 자산운용 계열사를 중심으로 순수수료이익이 크게 늘며 실적을 뒷받침했다.
특히 비은행 부문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1분기 그룹 수수료이익 가운데 비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72%, 순이익 기여도는 43%까지 확대됐다. 전통적으로 은행 의존도가 높은 금융지주 구조에서 벗어나 증권과 자산운용, 카드 등 계열사들이 수익 다변화의 축으로 자리잡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은행 부문은 자본시장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이른바 ‘머니무브’ 환경 속에서도 핵심예금 확대와 조달 구조 최적화를 통해 비용을 효율적으로 통제했다. 증권과 자산운용 등 자본시장 관련 계열사는 주식시장 거래대금 증가에 힘입어 수수료이익이 크게 늘며 그룹의 비이자이익 확대를 이끌었다.
KB금융 재무담당 나상록 전무는 “전통적 은행 산업에서는 위기로 인식될 수 있는 머니무브 흐름을 비이자·비은행 부문의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기회로 활용했다”며 “수익구조의 다변화와 내실화는 주주가치 제고와 기업가치 향상을 위한 지속가능한 성장의 강력한 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익성과 건전성 지표도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1분기 그룹 순이자이익은 3조334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 증가했다. 그룹 순이자마진(NIM)은 1.99%, 은행 NIM은 1.77%로 각각 전분기 대비 4bp, 2bp 상승했다. 핵심예금 확대와 고금리 정기예금 리프라이싱 등 조달 포트폴리오 재편 효과가 반영된 결과다.
순수수료이익은 1조359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5.5% 급증했다. 반면 기타영업손익은 2916억원으로 18.5% 감소했다. 환율과 채권금리 상승에 따른 유가증권 및 공정가치측정금융자산(FVPL) 평가손실 확대, 손해보험 손해율 상승 등이 영향을 미쳤다.
비용 효율성도 양호한 수준을 유지했다. 1분기 일반관리비는 1조7649억원으로 늘었지만, 그룹 CIR은 35.4%를 기록했다. 세제 개편에 따른 제세공과금 증가에도 불구하고 핵심이익 성장과 비용 효율화 노력이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신용손실 부담은 완화됐다. 1분기 그룹 신용손실충당금전입액은 4932억원, 대손충당금전입비율(CCR)은 0.40%로 집계됐다. 지난해 일회성 대규모 충당금 적립에 따른 기저효과가 사라진 데다 선제적으로 손실흡수여력을 확보한 영향으로 전년 동기 대비 큰 폭 개선됐다.
자본 적정성도 안정적이다. 3월 말 기준 그룹 보통주자본(CET1)비율은 13.63%, BIS자기자본비율은 15.75%를 기록했다. 급격한 환율 상승과 연초 대규모 주주환원에 따른 하방 압력에도 효율적인 자본 배분과 위험가중자산 관리로 업계 최고 수준의 자본 여력을 유지했다는 평가다.
계열사별로 보면 KB국민은행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1조101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3% 증가했다. 이자이익이 안정적으로 유지된 가운데 자산관리 수수료이익이 확대됐다. KB증권은 브로커리지 수수료수익 증가와 S&T 부문 실적 개선에 힘입어 3478억원의 순이익을 올리며 전년 동기 대비 93.3% 급증했다.
KB국민카드는 카드 이용금액 증가와 충당금 부담 완화에 힘입어 1075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해 27.2% 증가했다. 반면 KB손해보험은 시장 변동성 확대에 따른 투자손익 감소와 손해율 상승 영향으로 2007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다. KB라이프 역시 금융시장 변동성과 세법 개정 영향으로 순이익이 줄었지만, 지급여력비율(K-ICS) 277.8%로 안정적인 자본력을 유지했다.
KB금융은 실적과 함께 사회적 가치 창출 성과도 함께 제시했다. 1분기 포용금융과 동반성장 기반의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총 8286억원의 사회적 가치를 창출했다고 밝혔다. 청년·중소기업·소상공인·지역활성화 분야에서 3481억원, 국민 생활안전 분야에서 3490억원의 사회적 가치가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세부적으로는 청년 대상 자산형성 금융상품과 취업지원 프로그램,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상 금융비용 완화와 정책자금 우대, 무역금융 지원, 산업안전 환경 개선 지원 등이 포함됐다. KB작은도서관 건립과 돌봄센터 운영, 문화 프로그램 연계, 보이스피싱 예방,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고령운전자 교통안전 지원 등도 주요 활동으로 제시됐다.
이번 실적은 KB금융이 은행 중심의 전통적 수익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비은행 계열사 경쟁력을 강화해 이익 체질을 다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동시에 자사주 소각과 배당, 추가 매입·소각까지 병행하면서 자본시장 친화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선도하는 금융지주 이미지를 강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