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e코노믹 = 박재형 기자] 대형 공모주의 상장 첫날 증권사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이 먹통이 되는 현상이 이어지면서 투자자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 첫날인 27일, 장초반 하이투자증권 MTS에 접속 오류가 발생했다. 회사에 따르면 접속 오류는 약 40분간 이어졌다.
문제는 LG엔솔의 시초가가 형성된 이후 주가가 계속 하락했다는 점이다. LG엔솔의 시초가는 공모가(30만 원)의 2배에 가까운 59만 7000원으로 형성됐지만 약 1시간 만에 20% 가량 급락했다. 이에 접속 오류를 겪은 개인 투자자들은 손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
하이투자증권 이용자인 안모씨(26)는 이날 본지에 “로그인도 다 해놨는데 애플리케이션이 꺼져버렸다. 다시 로그인을 하는데 마음이 급해지더라. 결국 오류가 계속되어 몇만원을 날리게 됐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하이투자증권 측은 장 초반 MTS에 한꺼번에 사람이 몰리면서 트래픽 과도화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LG엔솔 공모에 참여한 개인 청약자는 442만 4470명이다. 하이투자증권에는 개인투자자 물량 22만 1354주가 배정됐다.
하이투자증권은 현재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에게 보상 등 조치를 어떻게 진행할지 검토 중이다.
증권사, 전산오류 대비위해 서버 증설
LG엔솔 첫날 이용자가 MTS에 한꺼번에 몰리는 것은 예견된 일이었다. 이에 증권사들은 서버를 증설하는 등 오류에 대비해왔다.
LG엔솔 물량을 가장 많이 보유한 KB증권은 지난해 230억 원 가량을 투자, 전산시스템 처리 용량을 증설했다. 동시접속자 수용 능력도 기존 최대 22만 명에서 최대 180만 명(매매접속 130만 명 및 시세조회 180만 명)으로 8배 가량 늘렸다. 매매거래 등 핵심 시스템의 경우 3중화, 4중화로 고도화했다.
신한금융투자도 지난해 10월 MTS 인프라를 아마존웹서비스(AWS)기반 클라우드로 전환, 동시접속자를 최대 130만 명까지 수용할 수 있도록 보강했다. 대고객 접속용 클라우드 서버는 60% 추가 증설했다.
대신증권도 지난해부터 서버를 증설, 기존 대비 10배 이상 동시접속자를 수용할 수 있도록 서버를 증설했다. 청약과 이체 등의 단계를 간소화해 시스템 부하를 최대한 줄이고자 하는 시도도 있었다. 동시접속자가 과도하게 몰릴 경우 순차적으로 접속할 수 있게 하는 ‘대기표 시스템’도 도입했다.
만반의 준비 끝에 이들 회사는 이날 접속오류를 피할 수 있었다. 일부 투자자들은 종목토론방에서 KB증권, 신한금융투자, 대신증권에서도 오류가 발생했다고 호소했으나 회사 모니터링 결과 운영에 문제가 없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대형 공모주 상장일마다 계속되는 오류...전산운용 더 투자해야
대형 공모주의 청약일이나 상장 당일마다 이어지는 MTS 장애에, 개인 투자자들은 증권사들이 전산운용비에 더 투자해야 한다고 성토하고 있다.
지난해 SK바이오사이언스 상장 이틀째에 미래에셋증권 MTS에서 접속 오류가 발생했고, SK아이이테크놀로지 상장 당일 SK증권에서 전산 장애가 발생했다. 카카오페이 상장 당일에는 삼성증권과 대신증권에서 주문 및 매매체결이 지연됐다. 현대중공업 상장 당일에는 하나금융투자에서, 케이옥션 상장 당일에는 신영증권에서 접속 오류가 발생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상위 10개 증권사(KB·NH·대신·미래에셋·메리츠·삼성·신한금융·하나·키움·한국투자증권)의 전산 민원 건수는 전체 630건에 달한다. 전년(374건) 대비 69% 증가한 수치다.
증권사들이 온라인 공모 청약 수수료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비판은 더욱 거세진다. KB증권,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등은 지난해 일반 등급 고객의 온라인 공모주 청약수수료를 받기로 했다. 대부분 1500~2000원 수준이다.
증권사가 수수료를 받는 이유는 이용자들이 몰리는 상황에서 서버 다운을 방지하고 관리하기 위함이다. 대형 공모주의 청약 수수료만으로도 증권사는 수십억의 수익을 얻을 수 있는데, 막상 끊이지 않는 전산 오류에 개인투자자들은 불편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증권사 관계자는 27일 본지에 “현대엔지니어링 등 대어급 공모주 일정도 다가오고 있지만, 최근 주식시장에 관심을 두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중소형 공모주에도 사람들이 몰린다”면서 “고객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서버 증설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만 IPO를 자주 하지 않는 중소형 증권사의 경우 일시에 몰리는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전산운용비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리는데 부담을 느낄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