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e코노믹 = 우혜정 기자] 대기업의 중고차 매매업 진출이 가능해지면서, 중고차 플랫폼을 통한 거래가 활성화될지도 주목된다.
지난 17일 중소벤처기업부가 중고자동차판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하지 않기로 의결하면서 현대자동차, 기아, 쌍용자동차, 롯데렌탈 등 대기업들이 중고차 업계에 진출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에 기존 중고차 업계, 스타트업의 플랫폼까지 가세하면서 이용자들은 선택의 폭이 넓어질 전망이다.
대기업은 인프라와 자본을 바탕으로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중고차 플랫폼을 구축, 점유율을 늘려갈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지난 7일 중고차 사업 방향을 발표했다. 구매후 5년 이내, 주행거리 10만 km 이내인 자사 브랜드 차량을 200여 개 항목의 품질 검사를 거쳐 판매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총 3단계에 걸친 중고차 품질검사와 인증 체계를 마련하고 ‘인증 중고차 전용 하이테크 센터’를 구축한다.
또 모바일 앱 기반의 온라인 가상전시장을 운영할 예정이다. ▲상품검색 ▲비교 ▲견적 ▲계약 ▲출고 ▲배송 등 구입 전 과정을 원스톱으로 진행할 수 있게 한다. 고객은 가상전시장에서 인공지능(AI) 컨시어지와 함께 차량 검색 및 비교를 진행하고 본인에게 맞는 차량을 추천받을 수 있다.
360도 가상현실(VR)을 활용해 차량 하부와 내외부 상태를 확인할 수 있게 하고, 초고화질 이미지를 통해 시트질감 및 타이어 마모도와 같은 촉감 정보를 확인할 수 있게 한다. 차량 냄새평가와 흡연여부, 차량 엔진소리 등 후각 및 청각정보와 함께 가상 시승 화면을 제공하는 오감정보 서비스도 탑재한다.
정보의 비대칭 해소를 위한 ‘중고차 통합정보 포털’도 구축한다. ▲중고차 성능·상태 통합정보 ▲적정가격 산정 ▲허위·미끼 매물 스크리닝 등의 서비스 뿐만 아니라 ▲중고차 가치지수 ▲실거래 대수 통계 ▲모델별 시세 추이 ▲모델별 판매순위 등의 중고차시장 지표와 ▲트렌드 리포트 등을 제공할 예정이다.
렌터카업계 1위인 롯데렌탈도 하반기 중고차 판매 시장 진출을 공식 선언했다. 롯데렌탈은 B2C 플랫폼 시장 진출을 시작으로 2025년까지 중고차 전체 시장 점유율의 10%를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온라인으로는 중고차 판매‧중개‧렌탈 서비스 뿐만 아니라 중고차 인증‧사후관리까지 가능한 비대면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오프라인에서는 쇼룸‧시승‧정비‧체험 등이 가능한 멀티플렉스 매장과 연계해 더 많은 고객 경험을 창출한다.
이외에 기아, 한국GM, 쌍용자동차, 르노코리아도 중고차 시장을 노리는 중이다.

케이카, 플랫폼 역량 강화
스타트업 기업도 눈길
현재 중고차 판매 1위 플랫폼인 케이카의 경우 플랫폼 역량을 강화하면서 차별화에 나선다.
케이카는 지난 2015년 중고차업계 최초로 ‘내차사기 홈서비스’를 선보인바 있다. 매장에 방문하지 않아도 PC와 모바일로 차량 구매 과정을 비대면으로 진행할 수 있는 서비스다. 차량을 살펴볼 수 있는 ‘3D 라이브 뷰’, 3일간 타본 뒤 100% 환불해주는 ‘3일 책임 환불제’ 등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 17일 케이카에 따르면, 케이카 전체 구매자 중 내차사기 홈서비스를 통한 구매비중은 지난해 기준 45%에 달한다. 이는 국내 중고차 이커머스 시장의 약 80%에 달하는 수치다. 또 내차사기 홈서비스 구매 고객의 약 95% 이상은 지점 방문없이 100% 온라인으로 구매하고 있다.
스타트업 기업인 헤이딜러, 카몬스터, 첫차 등도 플랫폼에 신기술을 더하면서 차별화에 나섰다. 헤이딜러의 경우 비대면 중고차 판매 서비스 ‘헤이딜러 제로’에 AI 차량 이미지 인식기술을 도입, 차량 정보 검수에 걸리는 소요시간을 단축시켰다. 또 헤이딜러는 경매 승인 시 자동 인식 된 계기판 사진을 판매 완료 시점에 고객 카카오톡으로 자동 발송한다. 카몬스터는 지난달 비대면 중고차 거래 서비스 ‘카몬’을 출시했다.
중소 업체들 결사반대...한편 변화 준비 중
플랫폼을 중심으로 변화하는 중고차 시장에서 기존 중소업체들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전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 연합회는 29일 2시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반대했다.
이들은 “중고차 판매업 생계형 적합업종 미지정 의결은 중고차 산업 특성을 무시하고 자동차매매업계 이해 부족으로 벌어진 시대착오적 판단”이라면서 “중고차 업계 직접 종사자와 관련 산업 종사자 약 30만 명의 일자리를 빼앗고 대량 실업사태를 초래할 행위”라고 주장했다.
기존 중고차업계는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고 대기업 대응에 나서기 위한 시스템 역시 준비 중이다.
연합회는 먼저 전산고도화를 위한 플랫폼을 준비한다. 전국에 있는 중고차 데이터를 실시간 공유해 소비자들에게 실매물 정보, 시세조회, 사원조회 서비스 등을 제공해 허위미끼 매물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하며, 헤이딜러와 같은 중고차 플랫폼을 개발 중이다.
또 6개월‧1만 km 이내 차량 품질보증 서비스 제공, 중고차 매매공제조합 도입 등의 방안도 추진 중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완성차업계의 중고차 시장 진출은 소비자가 요구하고 있다. 그만큼 시장이 어지럽고 후진적이라는 뜻이기 때문에, 중고차 업계에서도 각성이 필요하다”면서 “완성차업계의 진입으로 지금보다 투명성이 커지면서 1.5배 가량 시장이 커질 수 있다. 50조 원 규모의 시장으로 변화하면 좀 더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과 먹거리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