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e코노믹 = 유서진 기자 |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최근 인도네시아를 방문해 그룹의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키우고 있는 배터리 사업을 비롯해 생산, 연구개발, 유통 현장을 직접 점검하고 글로벌 사업 확장 의지를 재확인했다.

9일 LG에 따르면, 구 회장은 이달 초 인도네시아 카라왕 신산업단지 내 ‘HLI그린파워’ 공장을 찾아 전기차 배터리 생산라인을 둘러보고 현지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HLI그린파워는 LG에너지솔루션과 현대차그룹이 손잡고 설립한 인도네시아 최초의 배터리셀 합작공장으로, 약 32만㎡ 부지에 연간 10기가와트시(GWh)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셀을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추고 있다. 지난해 4월부터 본격 양산을 시작한 이후 4개월 만에 수율 96%를 돌파하며 빠른 안정화에 성공했다.

구 회장은 현장에서 생산 라인을 세심하게 살펴본 뒤 “배터리 사업의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는 만큼 LG만의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집중해달라”고 당부했다. 특히 최근 글로벌 전기차 수요 둔화와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 등으로 전기차 산업 전반이 '캐즘(chasm)'에 접어든 상황에서, 이를 정면 돌파하고 장기적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전략적 행보로 풀이된다.

LG 측은 “구 회장의 이번 방문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경기 변동성 속에서도 철저하게 '포스트 캐즘'을 준비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 회장은 앞서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도 배터리 산업을 그룹의 핵심 성장축으로 육성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으며, 지난해에는 미국 테네시주 GM 합작공장도 직접 방문했다.

배터리 사업 외에도 구 회장은 LG전자의 인도네시아 생산 및 연구개발(R&D) 현장도 집중 점검했다. 수도 자카르타 서부 찌비뚱에 위치한 LG전자 생산·R&D 법인을 방문해 TV, 모니터, 사이니지 생산라인을 둘러본 뒤, 무인화·자동화 시스템 구축 현황과 미래 R&D 전략을 논의했다. 찌비뚱 R&D법인은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동남아 시장 공략을 위한 핵심 거점으로 운영되고 있다.

또 자카르타 유통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는 현지 경영진 및 임직원들과 만나 인도네시아뿐 아니라 동남아 각국의 시장 환경 변화, 고객 니즈, 유통 채널 전략 등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했다. 현지 전자제품 유통매장인 ‘일렉트릭 시티(Electric City)’에도 들러 제품 판매 동향과 고객 반응을 직접 살폈다.

구 회장은 현장 간담회에서 “단기 대응도 중요하지만, 5년 뒤에도 생존하고 성장하기 위해 지금 어떤 준비를 해야 할지 고민하고,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선택과 집중을 해달라”고 강조했다.

이번 인도네시아 방문은 지난 2월 인도 출장을 이은 글로벌 신흥시장 현장 경영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인도네시아는 동남아 최대 경제권이자 세계 4위 인구 대국으로, 특히 배터리 핵심 원재료인 니켈 보유량이 세계 1위에 올라 있어 전기차 산업의 전략적 요충지로 꼽힌다. LG는 1990년대부터 인도네시아에 진출해 현재까지 10개의 법인을 운영 중이다.

LG는 앞으로 인도네시아를 포함한 아시아 신흥국과 중남미, 중동·아프리카 등 이른바 ‘글로벌 사우스’ 지역을 차세대 성장 무대로 삼아 사업 확장을 본격화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