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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일반/과학

미래에셋증권, 국내 첫 1천억 원 디지털 채권 조달 성공…‘블록체인 자본시장’ 현실로

투데이e코노믹 = 우혜정 기자 | 미래에셋증권이 국내 금융권 최초로 1천억 원 규모의 디지털 채권 발행에 성공하며, 블록체인 기반 자본시장의 실질적 상용화 단계에 본격 진입했다.

 

미래에셋증권은 29일 홍콩 달러(HKD) 3억2,500만 달러와 미국 달러(USD) 3,000만 달러를 동시 발행하는 방식으로 디지털 채권 조달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밝혔다. 원화 환산 기준 약 1,000억 원 규모로, 국내 금융사가 글로벌 블록체인 인프라를 활용해 직접 디지털 채권을 발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발행의 주간사는 글로벌 투자은행 HSBC가 맡았으며, 보조 주간사는 미래에셋증권 홍콩법인이 담당했다. 발행 방식은 초기 안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사모(Private Placement) 방식으로 진행됐다.

 

홍콩 정부와 동일한 디지털 채권 인프라 활용

 

이번 디지털 채권의 핵심은 발행 기술 인프라다. 발행 과정에는 홍콩 금융관리국(HKMA)의 공식 채권결제 시스템인 CMU(Central Moneymarkets Unit)와 연동된 HSBC의 토큰화 플랫폼 ‘오라이언(Orion)’이 활용됐다.

 

오라이언 플랫폼은 홍콩 정부가 발행한 디지털 그린 본드에도 사용된 글로벌 표준급 블록체인 인프라로, 국제 금융시장에서 기술 안정성과 규제 적합성을 모두 인정받은 시스템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이 인프라를 국내 금융사 중 최초로 도입해 실제 자금 조달에 적용했다.

 

이는 단순한 실험이나 시범 프로젝트가 아니라, 국내 금융사가 글로벌 공공 금융 인프라 위에서 디지털 채권을 실거래로 발행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디지털 채권이 바꾸는 자본시장 구조

 

디지털 채권은 블록체인 및 분산원장기술(DLT)을 활용해 발행·유통·결제·이자 지급·상환까지 전 과정을 자동화하는 차세대 채권이다. 기존 채권이 증권사, 예탁결제원, 결제은행 등 여러 중개기관을 거쳐 처리됐다면, 디지털 채권은 스마트컨트랙트 기반으로 거래 구조를 단순화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결제 시간 단축(실시간 결제 가능) ▲중개 비용 절감 ▲거래 내역의 투명성 강화 ▲위변조 방지 및 신뢰성 제고 등 자본시장 전반의 운영 효율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된다.

 

특히 투자자 입장에서는 모든 거래 기록이 블록체인에 남기 때문에, 채권 발행 조건·보유 내역·이자 지급 이력 등이 실시간으로 확인 가능해 신뢰도가 크게 높아진다.

 

다중 통화 동시 조달…‘국경 없는 자본 조달’ 모델 제시

 

이번 발행의 또 다른 특징은 홍콩 달러와 미국 달러를 동시에 조달한 다중통화 구조다. 이는 환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과 결제 시차를 최소화하고, 글로벌 투자자 풀을 직접 연결하는 방식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이를 통해 전통적인 외화채 발행 대비 자금 조달 효율성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특히 글로벌 투자은행과 디지털 인프라를 직접 연결함으로써, 향후에는 국가·통화·시장 구분 없이 실시간 자본 조달이 가능한 구조로 확장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디지털 채권은 단순히 채권을 전자화한 것이 아니라, 자본 이동 구조 자체를 재설계하는 기술”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래에셋 3.0’ 전략의 핵심 축

 

이번 디지털 채권 발행은 미래에셋증권이 추진 중인 ‘미래에셋 3.0’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이는 전통 증권 비즈니스를 넘어 디지털 자산, 토큰증권(STO), 글로벌 자본시장 플랫폼 기업으로 진화하겠다는 중장기 전략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이미 국내 STO 제도화 논의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해 왔으며, 블록체인 기반 증권 발행·유통 인프라를 선제적으로 구축해 왔다. 이번 사례는 그 전략이 실제 수익 구조와 자금 조달 영역까지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첫 실증 사례로 평가된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이번 디지털 채권 발행은 단순한 조달 성공을 넘어, 대한민국 금융이 글로벌 디지털 자산 표준을 주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이정표”라며 “향후 디지털 채권, STO, 토큰화 자산을 중심으로 국경 없는 자본시장 모델을 구축해 개인과 기관 모두에게 새로운 자산 형성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금융의 의미: 실험 단계에서 ‘상용화’로

 

그동안 국내 디지털 자산 금융은 주로 규제 샌드박스나 파일럿 프로젝트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이번 미래에셋증권 사례는 글로벌 규제 인프라 + 실제 자금 조달 + 다중 통화 구조라는 세 가지 요소가 동시에 결합된 첫 상용 모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다르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한국 자본시장이 디지털 자산을 실험 대상이 아니라, 본격적인 금융 인프라로 인정하기 시작한 전환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결국 이번 발행은 단순한 ‘첫 사례’가 아니라, 한국 금융이 블록체인 기반 글로벌 자본시장으로 진입하는 출발선에 섰다는 신호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