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e코노믹 = 우혜정 기자 | 신한금융그룹이 전북혁신도시를 그룹 차원의 ‘자산운용·자본시장 핵심 허브’로 육성하며, 국내 금융권 최초로 자본시장 전 밸류체인을 지방에 이식하는 전략에 나선다. 단순 사무소 이전이 아닌, 운용부터 수탁·리스크·사무관리까지 자본시장 기능 전체를 지역에 집적시키는 구조다.
신한금융그룹(회장 진옥동)은 29일 전북혁신도시에 자산운용 및 자본시장 비즈니스 전반을 수행하는 종합 허브를 구축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금융 기능의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지역 기반의 ‘생산적 금융’ 생태계를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사무소 이전 아닌, 자본시장 본체 이전”
이번 전략의 핵심은 기존 금융사들의 ‘지방 사무소 설치’ 방식과 결이 다르다는 점이다. 신한금융은 전북혁신도시에 운용, 수탁, 리스크 관리, 사무관리, 상품개발, 사후관리 등 자본시장 전 과정이 실제로 작동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즉, 단순 지원 조직이 아니라 자본시장의 본체 기능을 지역으로 이전시키겠다는 의미다. 금융사 내부에서도 드문 시도이며, 국내 금융권 전체로 봐도 사실상 첫 사례에 해당한다.
이를 위해 신한금융은 향후 은행·증권·자산운용·수탁 등 그룹 주요 계열사 인력을 포함해 300명 이상이 상주하는 그룹 자본시장 거점으로 전북혁신도시를 키운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미 ‘실행 단계’…130명 상주, 신한자산운용도 전주 이전
전략은 선언이 아니라 이미 실행 단계에 들어섰다. 신한펀드파트너스는 올해 초부터 30여 명의 전문 인력을 전주에 상주시켜 핵심 업무를 수행 중이며, 현재 은행·증권·운용사 인력까지 포함해 총 130여 명의 자본시장 전문 인력이 전주에 상주하고 있다.
특히 운용자산 153조 원 규모의 신한자산운용은 국내 종합자산운용사 최초로 전주 사무소 개설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단순 지역 거점이 아니라, 실제 운용 인력과 의사결정 기능이 함께 이전된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신한자산운용은 전주 이전을 통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와의 금융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지역 인재 채용과 협업을 통해 ‘연기금-운용사-수탁-은행’이 연결되는 자본시장 클러스터를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국민연금과 맞닿은 ‘전북 금융 생태계’
전북혁신도시가 선택된 배경에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라는 세계적 수준의 연기금 인프라가 있다. 국민연금은 운용자산만 1,000조 원에 육박하는 세계 3대 연기금으로, 이미 전주를 글로벌 금융 허브급 운용 거점으로 만들 잠재력을 갖고 있다.
신한금융은 이 연기금 생태계에 ▲운용사 ▲수탁사 ▲은행 ▲증권 ▲리스크 관리 기능을 동시에 결합시키며, 서울이 아닌 전주에서 완결되는 자본시장 구조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신한은행은 이미 국민연금 보관관리 사무소를 전주에 운영 중이며, 수도권에 집중돼 있던 고객상담센터 역시 전주로 신설 이전할 계획이다. 신한투자증권도 전북 지역 최대 규모 점포인 ‘전북금융센터’를 전주에서 운영 중이다.
신한의 진짜 노림수: ‘생산적 금융의 지역 실험’
신한금융이 반복적으로 강조하는 키워드는 ‘생산적 금융’이다. 단순 예대마진 중심 금융이 아니라, 금융이 실물경제와 직접 연결돼 지역 산업과 성장에 기여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개념이다.
전북혁신도시는 농생명, 바이오, 에너지, 탄소소재 등 신산업 기반이 집적돼 있어, 향후 신한금융의 자산운용·투자금융·ESG 금융이 실제 지역 산업과 연결될 수 있는 실험 공간이 된다.
즉 전북은 단순 이전지가 아니라,
신한금융의 ‘미래 금융 모델을 시험하는 실험 무대’라는 의미를 갖는다.
금융권 평가: “수도권 일극 구조 깨는 첫 실질 모델”
금융권에서는 이번 결정을 두고 “지방 이전 수준을 넘어, 금융 권력 구조 자체를 분산시키는 첫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금까지 국내 금융의 핵심 기능은 서울 여의도·강남에 거의 100% 집중돼 있었고, 지방 금융 거점은 사실상 영업·지원 조직에 머물렀다. 그러나 신한금융은 운용·수탁·리스크·상품개발이라는 자본시장 핵심 엔진을 통째로 이전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구조 자체가 다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모델이 성공하면, 전북은 ‘제2의 여의도’가 아니라 전혀 다른 방식의 금융 도시로 진화할 가능성이 있다”며 “연기금 중심 운용 허브라는 점에서 글로벌 사례로도 드문 구조”라고 평가했다.
진옥동 회장의 전략적 메시지
이번 결정은 진옥동 회장이 취임 이후 강조해온 ‘금융의 사회적 역할’과 ‘지역 균형 성장’ 전략이 가장 구체적으로 구현된 사례이기도 하다.
진 회장은 그간 ESG를 실질 사업 구조로 연결 금융의 공공성과 수익성 동시 추구 수도권 중심 성장 모델 탈피를 핵심 경영 철학으로 제시해왔다.
전북 자본시장 허브는 이 철학이 단순 메시지가 아니라, 조직·인력·자산을 실제로 이동시키는 전략적 결단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