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e코노믹 = 유서진 기자 | LG전자가 창사 이후 처음으로 ‘주주가치 제고’를 목적으로 한 대규모 자기주식(자사주) 매입에 나선다. 동시에 현금 배당 규모도 전년 대비 35% 이상 확대하며, 중장기 기업가치 제고와 단기 주주환원을 병행하는 전략을 본격화했다.
LG전자는 29일 이사회 결의를 통해 1,000억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매입 물량은 전일 종가 기준 보통주 90만5,083주와 우선주 18만9,371주 상당으로, 취득 목적은 ‘주주가치 제고’다.
이번 결정은 LG전자가 지난해 말 발표한 향후 2년간 총 2,000억 원 규모 주주환원 정책의 일환이다. 특히 주주가치 제고를 직접 목적으로 자사주를 매입하는 것은 LG전자 창사 이래 처음이다. 그동안 LG전자는 자사주를 주로 임직원 상여 지급이나 보상 목적에 활용해 왔다.
자사주 매입 + 소각…“자본 효율성 본격 개선”
LG전자는 자사주 매입과 함께 소각 정책도 병행하고 있다. 회사는 지난해 7월 배당가능이익 범위 내에서 취득한 보통주 76만1,427주를 전량 소각했으며, 현재 보유 중인 잔여 자사주(보통주 1,749주, 우선주 4,693주) 역시 올해 주주총회 승인 이후 전량 소각할 예정이다.
이번에 새로 매입하는 자사주 역시 향후 정책에 따라 소각을 추진할 계획이다. 자사주 매입 후 소각은 유통주식 수를 줄여 주당순이익(EPS)과 주당순자산(BPS)을 높이는 효과가 있어, 주주 입장에서는 가장 직접적인 가치 제고 수단으로 평가된다.
LG전자는 공시를 통해 “자기주식 취득을 통한 자본 효율성 개선과 주당 가치 증대를 통해 시장 가치를 제고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LG전자가 단순 배당 확대를 넘어, 본격적으로 ‘주가 관리’에 들어간 신호”라는 평가가 나온다.
배당도 대폭 확대…보통주 1,350원·총 2,439억 원
LG전자는 이날 2025년 현금배당도 함께 공시했다. 지난해 8월 실시한 중간배당을 포함해 올해 주당 배당금은 보통주 1,350원, 우선주 1,400원으로 확정됐다.
2025년 전체 배당총액은 중간배당 900억 원을 포함해 총 2,439억 원 규모다. 이는 전년도 배당총액 1,809억 원 대비 약 35% 증가한 수준이다. 보통주 기준 주당 배당금도 전년 1,000원에서 350원 늘었다.
앞서 LG전자는 2024년부터 배당성향을 기존 20%에서 25%로 상향 조정하고, 주당 최소 배당금(기본 배당)을 1,000원으로 설정하는 등 주주환원 정책을 구조적으로 강화해 왔다. 중간배당 역시 정례화하며, 주주들의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바꿨다.
왜 지금 자사주인가…‘밸류업’ 기조에 적극 호응
LG전자의 이번 결정은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과 맞물린 전략적 선택이라는 해석이 많다. 국내 대형 상장사들이 자본 효율성과 주주환원을 강화하는 흐름 속에서, LG전자 역시 본격적인 주주 친화 경영에 나섰다는 의미다.
특히 LG전자는 전통적으로 안정적인 실적과 현금 흐름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경쟁사 대비 주가 밸류에이션이 낮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이제는 사업 성과만이 아니라, 주주환원 방식까지 글로벌 스탠더드로 맞추겠다는 선언”으로 보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LG전자는 가전·TV·B2B·전장 등 사업 포트폴리오가 이미 안정적인데, 그동안 주주환원은 상대적으로 보수적이었다”며 “자사주 매입과 소각은 저평가 해소를 위한 가장 강력한 카드”라고 평가했다.
중장기 전략: ‘사업 고도화 + 자본 효율’ 투트랙
LG전자는 이번 주주환원 강화가 단기 주가 부양용이 아니라, 중장기 기업가치 전략과 병행된다고 강조한다. 회사는 전장(VS), HVAC, B2B, 구독형 가전 등 고수익 사업 비중을 확대하며 사업 포트폴리오 고도화를 추진 중이다.
여기에 자사주 매입·소각, 배당성향 상향, 중간배당 정례화까지 더해지며, ‘사업 성장 + 자본 효율 개선’이라는 투트랙 전략이 완성되는 구조다.
결국 이번 결정은 LG전자가 ‘잘 버는 회사’에서 ‘주주에게 잘 돌려주는 회사’로 전략적 포지션을 전환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으로 평가된다.
시장에서는 “LG전자가 본격적으로 글로벌 프리미엄 기업처럼 자본 정책을 쓰기 시작했다”며, 향후 추가적인 자사주 소각과 배당 확대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