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e코노믹 = 유서진 기자 | AI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통신사의 역할이 단순 네트워크 사업자를 넘어 인공지능 인프라 설계자로 확장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SK텔레콤 역시 데이터센터부터 AI 모델, 서비스까지 아우르는 ‘풀스택 AI’ 전략을 통해 글로벌 AI 인프라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정재헌 SK텔레콤 최고경영자(CEO)는 13일 사내 뉴스룸에 게재한 글을 통해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MWC26’의 현장을 돌아보며 AI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를 강조했다.
정 CEO는 최근 중앙 첨탑 공사를 마친 바르셀로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을 언급하며 “이번 MWC 현장은 전 세계 ICT 리더들이 모여 ‘AI 성당’이라는 거대한 시대적 건축물을 어떻게 완성할지 논의하는 자리였다”며 “AI 경쟁은 이제 단순한 소프트웨어 경쟁을 넘어 인프라 설계와 운영 역량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통신사는 더 이상 단순한 데이터 전달자가 아니라 AI 인프라를 직접 설계하고 운영하는 ‘AI 인프라 설계자’가 돼야 한다”며 “SK텔레콤은 AI 데이터센터와 AI 모델, AI 서비스까지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풀스택 AI 사업자로 진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은 이번 MWC26에서 글로벌 IT 기업들과의 협력을 통해 AI 인프라 생태계 구축 전략을 구체화했다. 글로벌 서버 제조사인 슈퍼마이크로(Supermicro)와 에너지 관리 기업 슈나이더일렉트릭(Schneider Electric)과 AI 데이터센터 구축 및 운영을 위한 협력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AI 연산 수요 확대에 대응하는 차세대 데이터센터 인프라 구축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 싱텔(Singtel), 이앤(e&), NTT 등 글로벌 통신사들과는 ‘소버린 AI 패키지(Sovereign AI Package)’를 공동으로 선보였다. 소버린 AI는 국가별 데이터 주권과 규제를 고려해 현지 데이터센터와 AI 모델을 기반으로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글로벌 AI 산업에서 중요한 전략으로 부상하고 있다.
기술 성과도 이어졌다. SK텔레콤이 구축한 GPU 클러스터 ‘해인(Haein)’은 MWC의 글로벌 모바일 어워드(GLOMO)에서 ‘최고의 클라우드 솔루션(Best Cloud Solution)’ 부문을 수상했다. 대규모 AI 연산을 지원하는 GPU 인프라 기술력과 클라우드 운영 역량을 인정받았다는 평가다.
또한 약 5천억 파라미터 규모의 자체 AI 파운데이션 모델 ‘A.X K1’도 전시 현장에서 글로벌 관람객들의 관심을 받았다. SK텔레콤은 해당 모델을 기반으로 통신, 미디어, 고객 서비스, 산업 AI 등 다양한 영역에서 AI 서비스를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정 CEO는 AI 생태계 확대를 위해 스타트업과의 협력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기업이 가진 인프라와 자원을 개방하고 스타트업의 유연한 창의성을 결합하는 것은 국가 AI 주권을 지키고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필수적인 전략”이라며 “AI 산업은 특정 기업이 독점하기보다 생태계 중심으로 성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SK텔레콤 내부 조직 역시 AI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정 CEO는 “SK텔레콤이 추진하는 AI로의 대전환(AX)은 단순한 기술 도입이 아니라 기업 체질 자체를 바꾸는 변화”라며 “이동통신 사업에서 축적한 네트워크 기술과 데이터 역량을 기반으로 AI 시대의 새로운 인프라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AI 데이터센터, GPU 인프라, AI 모델 개발 능력이 결합된 ‘AI 인프라 플랫폼’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통신사들이 보유한 네트워크와 데이터센터 인프라는 이러한 경쟁에서 중요한 자산으로 평가되며, 글로벌 통신 기업들 역시 AI 인프라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