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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일반/과학

LG에너지솔루션, 북미 ESS 생산거점 5곳 구축… EV 둔화 속 ‘에너지 인프라 기업’ 전환 가속

투데이e코노믹 = 이혜진 기자 | LG에너지솔루션이 북미 에너지저장장치(ESS) 생산 거점을 5곳으로 확대하며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전략적 축 이동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기차(EV) 중심 성장 구조에서 벗어나 전력 인프라 중심의 ‘ESS 축’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움직임이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17일(현지시간)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의 합작법인 얼티엄셀즈(Ultium Cells)를 통해 테네시주 스프링힐 공장에서 ESS용 LFP 배터리 셀 생산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약 7천만 달러를 투입해 기존 EV 배터리 생산라인 일부를 ESS용으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2분기부터 본격 양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이번 생산 전환은 단순한 제품 다변화를 넘어 글로벌 배터리 시장 변화에 대응한 전략적 선택으로 해석된다. 최근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둔화되는 가운데, 재생에너지 확대와 AI 데이터센터 증가로 전력 저장 수요가 급증하면서 ESS 시장이 새로운 성장 축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테네시 공장에서 생산되는 ESS 배터리는 LG에너지솔루션의 북미 시스템통합(SI) 법인 ‘버텍(Vertech)’을 통해 공급되며, 전력망 안정화 프로젝트와 재생에너지 연계 ESS, AI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예정이다. 특히 AI 데이터센터의 경우 막대한 전력 수요와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하면서 ESS의 전략적 중요성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이번 투자로 LG에너지솔루션은 북미 지역에서 총 5개의 ESS 생산 거점을 확보하게 됐다. 미시간 홀랜드 공장, 랜싱 공장, 캐나다 넥스트스타 에너지 공장 등 기존 생산기지에 더해 얼티엄셀즈 테네시 공장과 오하이오 혼다 합작공장까지 ESS 생산 체계를 확장하면서 북미 전역을 아우르는 생산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복합 제조 거점 전략’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해당 공장들을 EV 배터리와 ESS 배터리를 동시에 생산할 수 있는 유연한 생산 체계로 운영할 계획이다. 이는 수요 변화에 따라 생산 비중을 신속하게 조정할 수 있는 구조로, EV 시장 변동성에 대한 리스크를 줄이면서 설비 효율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기존 배터리 산업이 EV 중심의 단일 성장 축에 의존했다면, 이제는 ESS를 포함한 ‘이중 성장 구조’로 전환되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북미 시장에서는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과 함께 전력망 안정화 수요가 증가하면서 ESS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미 주요 고객사 확보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테슬라를 비롯해 테라젠(Terra-Gen), 델타(Delta), 엑셀시오 에너지 캐피탈(Excelsior Energy Capital), EG4, 한화큐셀 등 글로벌 기업들과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수주 기반을 확대하고 있다. 미시간 홀랜드 공장은 북미 최초 대규모 ESS 양산 거점으로 자리잡았으며, 캐나다 넥스트스타 에너지 공장 역시 가동 초기부터 빠르게 생산 안정화에 성공했다.

 

생산 능력 확대 계획도 공격적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말까지 글로벌 ESS 생산능력을 60GWh 이상으로 확대하고, 이 가운데 북미 비중을 50GWh 이상으로 끌어올릴 방침이다. 이미 확보한 글로벌 ESS 누적 수주 규모는 약 140GWh에 달하며, 올해는 사상 최대였던 지난해 수주 규모(90GWh)를 넘어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전략을 LG에너지솔루션의 ‘포지셔닝 전환’으로 보고 있다. 단순 배터리 제조사를 넘어 전력 인프라의 핵심 플레이어로 자리잡겠다는 의도가 명확해졌다는 분석이다. 특히 AI 데이터센터, 재생에너지, 스마트그리드 등과 결합된 ESS 시장은 향후 수십 년간 지속 성장이 예상되는 영역으로, 선제적 생산 거점 확보가 경쟁력을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AI 시대에는 전력과 저장 능력이 곧 산업 경쟁력으로 이어진다”며 “배터리 기업들도 단순 공급자를 넘어 에너지 인프라 사업자로 진화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 역시 이러한 변화에 맞춰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북미 5대 복합 제조 거점 구축을 기반으로 생산성 혁신과 수익성 개선을 동시에 추진할 것”이라며 “ESS 사업에서 선제적으로 확보한 생산 역량을 바탕으로 북미 시장 내 선도 지위를 공고히 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LG에너지솔루션의 이번 행보는 단순한 공장 확대가 아니라, 글로벌 배터리 산업의 패러다임이 EV 중심에서 ‘에너지 인프라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EV 둔화 국면에서도 성장을 이어가기 위한 해법이 ESS에서 나오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배터리 업계의 경쟁 구도 역시 ESS를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