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e코노믹 = 이혜진 기자 | 효성중공업이 스프링 조작 방식을 적용한 미국 수출용 362kV 가스절연차단기(GCB, Gas Circuit Breaker) 개발에 국내 최초로 성공하며, 급성장 중인 미국 전력 인프라 시장 공략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효성중공업은 스프링 조작 방식의 362kV GCB 개발을 완료하고 IEEE(국제전기전자공학회) 규격 인증 시험을 통과했다고 20일 밝혔다. GCB는 전력망의 부하를 관리하고, 이상 발생 시 빠르게 전류를 차단해 정전이나 기기 파손을 막는 핵심 안전 설비다. 미국 변전소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장비로, 노후 전력망 교체와 신규 데이터센터 건설 수요가 겹치면서 최근 공급 부족이 심화되고 있는 품목이기도 하다.
'스프링 조작 방식'이란?
이번 개발의 핵심은 기존 공기압(空氣壓) 조작 방식을 대체한 스프링 조작 방식 도입이다. 공기압 방식은 압축 공기의 힘으로 차단기를 구동하는 방식으로, 작동 시 발생하는 큰 소음과 복잡한 공기 압축 설비가 단점이었다.
반면 스프링 조작 방식은 미리 충전된 스프링의 기계적 에너지를 이용해 차단기를 동작시킨다. 공기압 방식 대비 5분의 1 수준의 에너지만으로 작동이 가능해 소음을 대폭 줄이고 부품 구성도 단순화해 품질 신뢰성을 높였다. 미국 현지 고객들이 도심 인근 변전소 설치 시 소음 민원을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는 점에서, VOC(고객의 소리)를 선제적으로 반영한 결과다.
또한 이번 제품은 완제품 상태로 운송되도록 설계돼 현장에서 부품을 조립할 필요가 없다. 이를 통해 설치 시간을 기존 대비 80% 이상 단축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전력망 구축 일정이 촉박한 대규모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현장에서 경쟁력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개발 단계부터 1,000억 원 선수주… AI 인프라 수요 직결
주목할 점은 이 제품이 아직 개발이 완료되기 전부터 미국 고객사들로부터 1,000억 원 이상의 사전 수주를 확보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현지 고객의 수요를 정확히 파악해 기획 단계부터 반영한 '수요 기반 개발' 전략이 통한 것으로 풀이된다.
블룸버그뉴에너지파이낸스(BNEF)에 따르면 2025년 미국 전력망 투자 규모는 1,150억 달러(약 153조 원)에 달하며, 초고압 전력기기 수요와 직결되는 송전 부문 투자는 2027년까지 연평균 16%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AI 데이터센터 건설 붐이 전력망 업그레이드 수요를 폭발적으로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데이터센터와 AI 확산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에 노후 전력망 교체 수요까지 겹치면서, 미국 내 송·배전 설비 시장은 당분간 공급 여건이 타이트한 흐름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실제로 미국에서 대형 전력 변압기의 평균 납기는 143주에 달할 정도로 수요가 공급을 크게 웃도는 상황이다.
"초고압 풀 패키지"로 美 시장 독주 체제 구축
효성중공업은 이번 GCB 개발로 미국 시장에서 추진 중인 '초고압 전력기기 풀 패키지' 전략을 한층 강화하게 됐다. 회사는 이미 미국 내에서 유일하게 765kV 초고압 변압기를 설계·생산할 수 있는 테네시주 멤피스 공장을 운영 중이며, 현재 미국 송전망에 설치된 765kV 초고압 변압기의 절반 가까이를 효성중공업이 공급하고 있다.
765kV 초고압 송전에 필요한 변압기, 리액터, 차단기 등 송전망 내 주요 전력기기를 토털 솔루션으로 미국 시장에 제공할 수 있는 한국 기업은 효성중공업이 유일하다. 이번 362kV GCB 추가로 미국 변전소 구축 시 효성중공업 단일 공급으로 핵심 설비 전체를 조달할 수 있는 체계가 더욱 공고해졌다.
한편 효성중공업은 지난달 미국 유력 송전망 운영사와 국내 전력기기 기업 역대 최대 규모인 7,870억 원 규모의 전력기기 공급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미국 멤피스 공장에 총 3억 달러(약 4,400억 원) 를 투자하며 현지 생산 역량을 지속 확대하고 있다. 72.5kV부터 800kV에 이르는 초고압차단기 전 제품군을 보유한 국내 유일 전력기기 제조사로서, 미국 전력 인프라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넓혀갈 것으로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