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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일반/과학

조석래 효성 명예회장 2주기…‘기술경영 DNA’ 재조명

투데이e코노믹 = 이혜진 기자 | 효성이 고(故) 조석래 명예회장의 2주기를 맞아 조용한 추모식을 열고, 글로벌 소재 기업으로 도약을 이끈 ‘기술경영’ 유산을 되짚었다.

 

효성은 27일 서울 마포 본사에서 유가족과 임직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약 40분간 추모식을 진행했다. 장남인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부회장을 비롯한 가족과 주요 경영진이 자리해 고인의 경영 철학을 기렸다. 추모식은 묵념을 시작으로 약력 소개, 추모사, 생전 영상 상영, 헌화 순으로 이어졌다.

 

이번 추모는 단순한 애도를 넘어, 국내 제조업의 경쟁력을 ‘기술 중심 구조’로 전환시킨 경영 전략을 재조명하는 의미를 갖는다. 조 명예회장은 1970년대부터 연구개발(R&D)을 기업 성장의 핵심 축으로 삼으며, 당시 국내 산업계에서는 드물었던 ‘기술 내재화’ 전략을 강하게 추진했다.

 

특히 1971년 설립한 기술연구소는 효성의 체질을 바꾼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외국 기술 의존도가 높던 시기, 자체 연구개발 기반을 구축해 원천 기술 확보에 나선 것은 이후 국내 소재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친 결정적 계기였다. 이 같은 전략은 이후 스판덱스, 탄소섬유, 폴리케톤 등 고부가가치 소재 사업으로 이어졌다.

 

대표 사례인 스판덱스는 조 명예회장의 ‘집요한 기술 집착’을 상징한다. 당시 미국·독일·일본 기업이 독점하던 기술 장벽을 넘기 위해 장기간 연구개발을 지속한 끝에 1992년 자체 개발에 성공했고, 이후 글로벌 시장 점유율 1위를 확보하며 효성을 대표하는 캐시카우로 자리 잡았다. 현재까지도 해당 소재는 의류뿐 아니라 산업용 섬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며 글로벌 공급망 내 핵심 제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탄소섬유 역시 미래 산업 구조 변화를 선제적으로 읽은 투자 사례다. 철을 대체할 경량 고강도 소재로 주목받던 탄소섬유 개발에 국내 최초로 나서 2011년 상용화에 성공했다. 이는 항공·자동차·수소경제 등 차세대 산업에서 핵심 소재로 활용되며, 최근 글로벌 공급망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전략 자산으로 부각되고 있다.

 

폴리케톤 개발 또한 의미 있는 성과로 꼽힌다. 이산화탄소를 원료로 활용하는 친환경 고분자 소재로, 약 10년간의 연구 끝에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했다. 이는 단순 소재 개발을 넘어 환경·에너지 문제 대응이라는 측면에서도 기술경영의 확장성을 보여준 사례다.

 

조 명예회장의 또 다른 특징은 ‘글로벌 생산 전략’이다. 그는 중국과 베트남의 성장 가능성을 일찍이 예측하고 생산 거점을 선제적으로 구축했다. 이 결정은 현재 효성이 유럽·미주·남미까지 이어지는 글로벌 공급망을 구축하는 기반이 됐다. 단순 수출 중심이 아닌 ‘현지 생산-현지 시장’ 구조를 통해 비용 경쟁력과 시장 대응력을 동시에 확보한 것이다.

 

재계에서는 조 명예회장을 ‘민간 외교관형 경영자’로도 평가한다. 그는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을 맡아 산업 정책과 기업 환경 개선에 목소리를 냈으며, 한미·한일 경제 협력 채널에서도 핵심 역할을 수행했다. 이는 기업 경영을 넘어 국가 산업 경쟁력 강화에 기여한 사례로 평가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추모를 계기로 효성이 AI·수소·친환경 소재 등 차세대 산업에서도 기술 중심 전략을 이어갈지 주목하고 있다. 최근 산업 패러다임이 데이터와 에너지 중심으로 재편되는 가운데, 조 명예회장이 구축한 ‘R&D 기반 성장 모델’이 다시 한 번 경쟁력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효성은 이날 본사에 추모 공간을 마련해 임직원들이 자유롭게 헌화할 수 있도록 했으며, 유가족과 경영진은 이후 경기도 선영으로 이동해 별도의 추모 일정을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