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e코노믹 = 이혜진 기자 | LG에너지솔루션이 올해 1분기 적자 전환을 기록했지만, 에너지저장장치(ESS)와 차세대 배터리 수주 확대를 기반으로 중장기 성장 동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특히 AI 데이터센터 확대에 따른 전력 인프라 수요 증가가 새로운 기회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30일 실적설명회를 열고 2026년 1분기 매출 6조5550억 원, 영업손실 2078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5% 감소했지만 전분기 대비로는 1.2%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적자 전환했으며, 전분기 대비 손실 폭이 확대됐다.
EV 둔화 속 ESS 부상…“매출 비중 20% 중반 확대”
실적 부진의 배경에는 북미 전기차(EV) 수요 둔화와 초기 투자 비용 부담이 자리했다. 다만 ESS 사업이 빠르게 성장하며 수익 구조 변화의 신호를 보였다.
회사 측은 ESS 매출 비중이 전사 기준 20% 중반까지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전력망 안정화 수요와 AI 데이터센터 확산에 따른 전력 저장 수요 증가가 ESS 사업 확대를 견인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북미 시장에서는 ESS 생산 거점을 5곳까지 확대하며 공급 능력 확보에 나섰다. 회사는 올해 말까지 약 50GWh 규모 ESS 생산능력을 구축할 계획이다.
‘46시리즈’ 100GWh 수주…차세대 배터리 경쟁력 입증
EV 배터리 사업에서는 원통형 ‘46시리즈’가 핵심 성장축으로 떠올랐다. LG에너지솔루션은 1분기 동안 100GWh 이상의 신규 수주를 확보하며 해당 제품군의 수주 잔고를 440GWh 이상으로 확대했다.
46시리즈는 높은 에너지 밀도와 열 안정성, 비용 경쟁력을 동시에 갖춘 차세대 배터리로 평가받는다. 회사는 한국 오창 공장에서 양산을 시작한 데 이어, 미국 애리조나 공장에서도 다양한 규격 제품 생산을 준비 중이다.
이와 함께 기존 전략 고객과 북미 전력망 ESS 프로젝트 추가 계약을 체결하며 중장기 공급 기반도 강화했다. 해당 프로젝트에는 기존 대비 비용을 약 15% 절감한 차세대 제품이 적용될 예정이다.
“전쟁·고유가 변수…오히려 ESS·EV에는 기회”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글로벌 에너지 환경 변화를 사업 기회로 해석했다. 중동 지역 긴장 고조와 고유가 지속 가능성, 공급망 불안 등으로 에너지 안보 중요성이 커지면서 ESS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동시에 고유가 환경은 전기차 전환 필요성을 재부각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자율주행 기술 발전까지 더해지면서 EV 시장의 중장기 성장성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판단이다.
또한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배터리 공급망 현지화 정책이 강화되면서, 북미 생산 거점을 보유한 기업의 경쟁력이 더욱 부각될 것으로 내다봤다.
현금흐름·공급망·제품 경쟁력 ‘3축 전략’ 강화
LG에너지솔루션은 불확실한 시장 환경 대응을 위해 ▲현금흐름 강화 ▲수요 대응 ▲공급망 안정화 ▲제품 경쟁력 강화 등 4대 전략을 제시했다.
우선 수익성 중심 운영과 비핵심 자산 정리를 통해 현금 창출력을 높이고, 투자 효율성을 극대화한다는 방침이다. 동시에 ESS와 AI 데이터센터용 배터리 수주 확대, EV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통해 수요 대응력을 강화한다.
공급망 측면에서는 원자재 조달 안정성과 물류 다변화를 추진하고, 제품 측면에서는 급속충전 성능을 강화한 신규 원통형 배터리 출시와 함께 전고체·소듐 배터리 등 차세대 기술 개발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AI 시대 전력 수요 대응이 핵심 변수”
이번 실적은 단기적으로는 EV 시장 둔화의 영향을 받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전력 인프라 중심의 사업 재편이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AI 데이터센터 확대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는 배터리 산업 전반의 구조를 바꾸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김동명 사장은 “배터리 산업이 새롭게 정의되는 시기에는 방향성과 기회 판단이 중요하다”며 “치밀한 전략과 실행력을 기반으로 미래 시장을 선점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이 EV 중심에서 ESS·전력 인프라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는 전환기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AI와 에너지 산업의 결합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배터리 기업의 역할 역시 ‘전력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