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e코노믹 = 우혜정 기자 | 인공지능(AI)이 2000년 전 베수비오 화산 폭발 당시 묻힌 로마시대 고문서를 해독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베수비오 챌린지(Vesuvius Challenge)’에서 대학생 국제 연구팀이 AI를 통해 고문서 내용의 약 5%를 읽어내 우승했다. 이집트·스위스·미국 국적의 대학·대학원생 3명으로 구성된 이 팀은 상금 70만 달러(약 9억 2897만원)를 차지했다.
파피루스로 만들어진 해당 문서는 18세기 이탈리아 헤르쿨라네움의 고급 로마 빌라 유적지에서 발굴된 두루마리 중 하나다. 많은 과학자들이 이 두루마리를 열기 위해 시도했지만 베수비오 화산 폭발 때 화산재 열에 그을린 데다 근 2000년이라는 세월을 거쳤기 때문에 손상 우려가 컸다. 결국 280개의 달하는 이 두루마리들은 뭉쳐진 채 보관돼 왔다.
이 대학생팀은 주최 측이 제공한 고해상도의 두루마리 컴퓨터단층촬영(CT) 이미지에 잉크 부분의 질감을 감지하는 AI 기계학습(머신러닝)을 적용해 내용의 약 5%에 해당하는 2000자 이상의 문자를 읽어냈다.
“결핍보다 풍족이 행복”...에피쿠로스 철학 담겨
AI가 읽어낸 문서 내용은 에피쿠로스학파의 철학과 관련된 것이었다. 에피쿠로스는 인생의 행복은 쾌락이라는 ‘쾌락주의’를 설파한 그리스 철학자다. 문서에는 ‘재화를 통한 쾌락’에 대한 내용이 담겼다. 두 줄에 걸쳐 '음식의 경우에서도 볼 수 있듯 결핍이 풍족보다 행복하다고 믿지 않는다. 풍족함 없이 사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인가? 이러한 질문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는 문장이 적혔다.
이 문서는 에피쿠로스의 추종자였던 필로데무스가 쓴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문서가 발견된 빌라 역시 에피쿠로스 학파의 후원자였던 루키우스 칼푸르니우스 피소가 소유했던 것으로 여겨진다. 그는 로마 공화국의 유명 정치가였던 율리우스 카이사르(율리우스 시저)의 장인이다.
한편 베수비오 챌린지 대회는 20년간 이 두루마리에 숨겨진 문자를 연구해온 브렌트 실즈 켄터키대 컴퓨터과학과 교수 연구팀이 개최했다. 연구팀은 지난해 3월 둘둘 말린 파피루스 내부에 감춰진 잉크를 처음으로 감지했다. 이어 10월엔 파피루스에 적힌 ‘보라색’이라는 단어를 추출하는 데 성공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