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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일반/과학

[박재형 칼럼] 농협, 리더십의 균열이 드러나는 조직 위기…강호동·강태영 사태는 동일한 구조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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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e코노믹 = 박재형 기자 | 농협 조직 전반에서 리더십 불안이 확대되고 있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금품수수·부당대출·인사개입 의혹 등 다양한 논란으로 수사 대상에 오르며 경영 환경이 흔들리고 있고, 강태영 농협은행장 역시 대규모 조직개편을 둘러싼 내부 반발 속에서 경영 신뢰도에 도전받고 있다. 두 사태는 별개의 현상으로 보이지만, 그 배경에는 농협 특유의 구조적 문제가 연결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농협은 전국 조합장 표로 회장을 선출하는 독특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자연스럽게 선거 과정에서 형성된 인적 네트워크가 조직 내 주요 보직에 영향을 준다는 평가가 지속돼 왔다. 국정감사 자료에서도 ‘선거 캠프 출신 인사가 다수 중책을 맡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이 같은 구조적 특성이 강호동 회장의 의혹과 강태영 행장의 내부 반발이 동시에 불거지는 배경으로 거론된다.

 

농협은행은 최근 조직개편 이슈로 특히 혼란이 크다. 강태영 행장이 추진 중인 개편안은 ▲63개 본부 부서 중 절반 이상 기능 조정 ▲16개 조직 폐지·격하 ▲심사센터 통합 ▲일반계약직 운영 방식 변경 등 대규모 변화로 구성돼 있다. 그러나 해당 개편이 사전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됐다는 노조의 반발이 이어지면서, 조직 내부에서는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잇따르고 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NH농협지부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74%가 개편안에 반대했고, 강 행장의 경영 성과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한 비율도 62%로 나타났다는 조사 결과도 내부 불만을 간접적으로 드러낸다. 이는 단순한 개편 반대가 아니라, ‘충분한 소통 부족’과 ‘절차에 대한 불신’이 핵심 원인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여기에 농협 전체적으로도 금융감독원·감사원의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일부 계열사에서 수의계약, 납품 관련 의혹 등이 제기되면서 내부 통제 강화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공론화되고 있다. 농협은행의 경우 최근 몇 년간 내부 사고가 반복되며 금융당국 통제 강화 대상에 오르는 등 조직 전반의 신뢰도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들이 누적돼 왔다.

 

강호동 회장은 이 같은 문제들에 대응하기 위해 ▲퇴직자 재취업 제한 ▲수의계약 원칙적 제한 ▲대표이사 문책 강화 등을 포함한 개선 방안을 발표했지만, 회장 본인이 수사 과정에 놓여 있는 상황에서 제시된 조치가 얼마나 실효성 있게 작동할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개선 방안이 본격적인 혁신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조직 내 충분한 신뢰 회복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결국 지금 농협의 핵심 문제는 개별 사건을 넘어 전체 리더십 체계에 대한 신뢰 약화로 요약된다. 중앙회는 대외적 신뢰가 흔들리고, 은행은 내부적 신뢰가 약화되는 양상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이는 특정 개인의 문제가 아닌 농협이라는 조직의 구조적 특성이 만든 결과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현재 농협이 필요로 하는 것은 일방적인 개편이나 개인적 개선안이 아니라, 조직 전체의 투명성과 소통 구조를 재정비하는 근본적 변화다. 선거 중심 인사 구조의 영향력 완화, 내부 통제 체계 강화, 구성원과의 충분한 협의 절차 확보 등이 재발 방지를 위한 기초가 될 수 있다.

 

강호동 회장의 논란과 강태영 행장의 개편 내홍은 서로 다른 사건처럼 보이지만, 결국 같은 조직 안에서 나타난 구조적 균열의 두 모습이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농협은 지금, 리더십을 다시 세우고 조직 신뢰를 회복할 근본적 전환점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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