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e코노믹 = 유서진 기자 | LG가 지난 5년간 축적한 인공지능(AI) 연구 성과를 집약한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 ‘K-엑사원(K-EXAONE)’을 공개하며 글로벌 AI 경쟁 무대에서 존재감을 분명히 했다. 미국과 중국이 사실상 독점해온 글로벌 AI 상위권 평가에서 세계 7위에 오르며, 한국이 ‘AI 3강’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술적 가능성을 입증했다는 평가다.
LG AI연구원은 11일 ‘K-엑사원’이 정부의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1차 평가에서 5개 정예팀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이번 평가는 총 13개 벤치마크 테스트로 진행됐으며, K-엑사원은 평균 72점을 기록해 국내 모델 중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특히 13개 평가 항목 중 10개 부문에서 1위를 기록하며 성능과 안정성 모두에서 경쟁 모델을 앞섰다.
글로벌 성능 지표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 K-엑사원은 글로벌 AI 성능 평가 기관 ‘아티피셜 어낼리시스(Artificial Analysis)’가 발표한 인텔리전스 지수 평가에서 32점을 획득해 세계 7위에 올랐다. 오픈 웨이트(Open Weight) 모델 기준 상위 10개 가운데 중국이 6개, 미국이 3개를 차지한 상황에서, K-엑사원은 한국 모델로는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미·중 중심의 AI 패권 구도 속에서 한국이 기술 주권을 확보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단순한 실험적 모델이 아니라, 글로벌 기준에서도 경쟁 가능한 파운데이션 모델을 국내 기술로 구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다.
K-엑사원은 공개 직후 글로벌 오픈소스 AI 플랫폼 ‘허깅 페이스(Hugging Face)’의 모델 트렌드 순위 2위에 오르며 글로벌 개발자 커뮤니티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또한 미국 비영리 AI 연구기관 ‘에포크(Epoch) AI’가 선정하는 ‘주목할 만한 AI 모델’에도 포함됐다.
이로써 LG AI연구원은 2024년 ‘엑사원 3.5’를 시작으로 ‘엑사원 딥’, ‘엑사원 패스 2.0’, ‘엑사원 4.0’, 그리고 이번 ‘K-엑사원’까지 국내 기업 가운데 가장 많은 5개 모델을 해당 리스트에 올리게 됐다. 단발성 성과가 아닌, 지속적인 모델 고도화와 연구 역량을 축적해 왔다는 점을 보여준다.
기술적 특징도 주목된다. K-엑사원은 ‘고효율·저비용’ 설계를 핵심 철학으로 삼아, 고가의 초대형 인프라 없이도 엔비디아 A100급 GPU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구동될 수 있도록 설계됐다. LG AI연구원은 ‘하이브리드 어텐션’ 구조를 고도화해 메모리 요구량과 연산량을 엑사원 4.0 대비 약 70% 줄였다.
학습 어휘 수는 15만 개에 달하며, 토크나이저 기술 개선을 통해 기존 모델 대비 1.3배 더 긴 문서를 기억하고 처리할 수 있다. 추론 속도는 약 150% 향상됐고, 국내 AI 모델 가운데 가장 긴 26만 토큰의 문맥을 한 번에 이해할 수 있다. 이는 A4 문서 기준으로 400장 이상 분량에 해당한다.
AI 안전성과 신뢰성 확보에도 공을 들였다. LG AI연구원은 자체 AI 윤리위원회를 통해 K-엑사원의 학습 데이터와 결과물에 대한 검증을 진행했으며, 저작권 문제가 있는 데이터는 사전에 식별·제외하는 데이터 컴플라이언스 체계를 적용했다.
특히 한국 사회·문화적 특수성을 반영한 안전성 평가 지표인 ‘KGC-SAFETY’에서는 4개 부문 평균 97.83점을 기록했다. 이는 미국 오픈AI의 GPT-OSS 120B 모델(92.48점), 중국 알리바바의 큐웬(Qwen)3 235B 모델(66.15점)을 웃도는 수치다.
최정규 LG AI연구원 에이전틱 AI 그룹장은 “K-엑사원은 제한된 자원 환경에서도 독자적인 기술 설계를 통해 글로벌 거대 모델과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며 “대한민국 대표 AI를 만든다는 책임감과 자신감으로 연구개발에 집중해, 전 세계 AI 생태계 발전에 기여하는 모델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K-엑사원이 향후 산업·공공·연구 현장에서 폭넓게 활용될 경우, 국내 AI 생태계 전반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플랫폼형 모델’로 자리 잡을 가능성도 크다고 보고 있다. 미·중 중심의 AI 질서 속에서 한국형 AI의 실질적 대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K-엑사원의 향후 행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