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e코노믹 = 박재형 기자 | ㈜한화가 테크·라이프 부문을 떼어내는 인적분할을 전격 단행한 배경을 두고 시장의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회사는 ‘복합기업 디스카운트 해소’와 ‘주주가치 제고’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시점과 구조를 놓고는 지배구조 재편과 경영 승계 정비라는 보다 복합적인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복합기업 디스카운트 해소”…주주들은 왜 이제야 묻는다
㈜한화는 방산·조선·에너지·금융을 담당하는 존속법인과, 테크·라이프 사업을 묶은 신설 지주회사 ‘한화머시너리앤서비스홀딩스’로 인적분할을 결의했다. 회사 측은 그동안 저평가의 원인으로 지목돼 온 ‘복합기업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주주들 사이에서는 “복합기업 구조의 한계는 어제오늘 일이 아닌데 왜 지금인가”라는 질문이 나온다. 한화는 수년간 방산과 조선, 에너지 중심의 주력 사업이 재평가받는 동안에도 유통·서비스·기계·로봇 사업을 같은 법인에 묶어 두며 구조 개편을 미뤄왔다.
이번 분할과 함께 자사주 5.9% 소각, 배당 상향 등 주주환원책을 동시에 내놓은 점도 긍정적이지만, 일각에서는 “분할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을 상쇄하기 위한 방어적 카드”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실제로 과거 국내 대기업 인적분할 사례 중에는 장기적으로 지주사 디스카운트가 다시 확대된 경우도 적지 않다.
김동선 부사장, ‘보이지 않는 중심축’이 된 이유
이번 인적분할에서 가장 주목받는 대목은 신설 지주사에 편입되는 사업의 성격이다. 한화비전, 한화로보틱스, 한화모멘텀, 한화세미텍 등 테크 계열사와 한화갤러리아,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아워홈 등 라이프 계열사는 그동안 김승연 회장의 삼남 김동선 부사장이 주도해 온 영역이다.
김 부사장은 공식적으로 신설 법인의 대표이사를 맡지는 않지만, 미래비전총괄 부사장으로서 신사업과 성장 전략을 이끌어온 핵심 계열사들이 하나의 지주 체계로 묶이면서 영향력이 오히려 더 선명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김동선 부사장의 사업 영토가 명확히 획정됐다”고 해석한다.
특히 김 부사장이 최근 한화에너지 지분 일부를 매각해 8천억원 규모의 현금을 확보한 점과 맞물리며, 향후 신설 지주사를 중심으로 한 투자·확장 시나리오가 열렸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한화는 승계와 무관하다고 선을 긋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경영 권한과 사업 축의 분리가 동시에 이뤄졌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는 것이 시장의 중론이다.
삼성·SK와 무엇이 다른가…‘지금’이 갖는 의미
한화의 인적분할은 삼성, SK의 사례와 비교되며 더욱 주목받는다. 삼성은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에피스 구조 재편을 통해 핵심 사업의 가치를 분리했고, SK는 SK㈜ 중심의 지주 체계를 통해 반도체·배터리 등 성장 사업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핵심 사업의 가치가 시장에서 명확히 드러난 이후 구조를 정리했다는 점이다. 반면 한화는 방산·조선이라는 안정 축이 확고해진 시점에, 그동안 ‘비주력’으로 분류되던 테크·라이프 사업을 하나의 성장 축으로 독립시켰다.
이는 단순히 저평가 해소를 넘어, “한화의 미래는 방산만이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시장에 던지는 시도로 해석된다. 동시에 테크·라이프 부문이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분할 효과가 오히려 한계로 돌아올 수 있다는 위험도 함께 안고 있다.
주가 급등은 시작일 뿐…진짜 평가는 이제부터
인적분할 발표 직후 ㈜한화와 주요 계열사 주가는 급등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이를 “기대감의 반영일 뿐, 구조 개편의 성공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신설 지주사인 한화머시너리앤서비스홀딩스가 실제로 AI·로봇·리테일·F&B 결합 모델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복합기업 디스카운트는 다른 형태로 되살아날 수 있다. 반대로 성과가 입증된다면, 이번 인적분할은 한화의 체질을 바꾸는 분기점으로 기록될 가능성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분할은 주주가치 제고와 경영 승계 정비, 신사업 가속이라는 세 가지 목적이 동시에 맞물린 고난도 선택”이라며 “시장의 진짜 평가는 분할 이후 2~3년 동안 신설 지주사가 어떤 성과를 보여주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