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1.29 (목)

  • 맑음동두천 -5.0℃
  • 맑음강릉 -0.1℃
  • 맑음서울 -3.4℃
  • 맑음대전 -1.8℃
  • 맑음대구 1.7℃
  • 맑음울산 1.7℃
  • 맑음광주 -0.3℃
  • 맑음부산 2.6℃
  • 맑음고창 -1.6℃
  • 구름많음제주 5.1℃
  • 맑음강화 -4.7℃
  • 맑음보은 -2.6℃
  • 맑음금산 -1.1℃
  • 맑음강진군 0.5℃
  • 맑음경주시 1.1℃
  • 맑음거제 3.5℃
기상청 제공

IT일반/과학

하나증권, ‘한돈’으로 투자한다…국내 첫 가축 투자계약증권 공모 추진

투데이e코노믹 = 우혜정 기자 | 하나증권이 국산 돼지(한돈)를 기초자산으로 한 국내 최초 가축 투자계약증권 공모에 나서며, 실물자산 기반 증권화 시장의 새로운 영역을 연다.

 

하나증권은 핀테크 기업 데이터젠과 함께 ‘가축투자계약증권 제1호’ 공모를 추진한다고 29일 밝혔다. 이번 상품은 한돈을 기초자산으로 매입, 사육, 출하, 매각까지 전 과정을 하나의 공동사업 구조로 설계한 실물자산 기반 투자계약증권이다.

 

투자자는 해당 증권을 통해 기초자산인 한돈에 대한 공유지분권을 취득하고, 사육 결과에 따라 발생하는 손익을 지분 비율대로 배분받는다. 즉, 돼지를 직접 키우지 않아도 증권 형태로 축산 사업에 간접 투자하는 구조다.

 

‘돼지가 증권이 된다’…실물자산의 금융화 실험

 

이번 공모 규모는 총 2억1,624만 원이며, 단위당 모집가액은 2만 원, 모집 수량은 1만812주다. 일반 개인 투자자도 소액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점이 특징이다.

 

기존에도 미술품, 와인, 부동산, 태양광 설비 등 실물자산을 증권화한 상품은 존재했지만, 가축을 기초자산으로 한 투자계약증권이 공모 형태로 출시되는 것은 국내 최초다.

 

이는 실물자산 금융화의 범위가 전통적 자산을 넘어 1차 산업 영역까지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로 평가된다.

 

하나증권, 1년 반 준비…제도권 실증 모델 구축

 

하나증권은 이번 프로젝트에서 데이터젠과 함께 약 1년 6개월 동안 상품 구조 설계, 법률 검토, 공모 구조 자문, 청약 시스템 설계, 자금 관리 체계 구축까지 전 과정을 지원했다.

 

특히 금융 규제 체계 안에서 투자자 보호 장치, 수익 배분 구조, 자산 관리 및 정산 프로세스를 정교하게 설계해, ‘한돈’이라는 실물자산을 제도권 금융상품으로 구현했다는 점이 핵심이다.

 

단순한 아이디어 상품이 아니라, 금융당국의 투자계약증권 가이드라인을 충족하는 정식 공모형 구조화 증권이라는 의미다.

 

왜 한돈인가…“수익 구조 명확한 실물자산”

 

한돈이 기초자산으로 선택된 이유도 분명하다. 돼지는 사육 기간이 비교적 짧고 출하 시점과 가격 구조가 명확하며 수익 모델이 단순하고 실증 가능하다는 점에서 투자계약증권에 적합한 실물자산이다.

 

특히 사육부터 매각까지 전 과정이 데이터 기반으로 관리 가능해, 데이터젠의 축산 데이터 분석 기술과 결합하면 투자 성과 예측·리스크 관리가 가능한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즉, 한돈은 ‘기이한 자산’이 아니라, 오히려 금융 상품화에 가장 적합한 실물 생산자산 중 하나라는 평가다.

 

STO 시대 대비…“디지털 증권으로 확장”

 

이번 상품은 향후 토큰증권(STO) 법제화와도 직접 연결된다. 하나증권과 데이터젠은 이번 공모를 통해 투자계약증권 구조를 제도권에서 실증한 뒤, 향후 동일한 구조의 상품을 순차적으로 발행해 공모를 정례화할 계획이다.

 

더 나아가 투자계약증권을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증권 형태로 전환해, 실시간 거래, 소수점 투자, 자동 정산 등이 가능한 STO 상품으로 확장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는 전통 금융과 디지털 자산 금융이 만나는 대표적인 접점 모델로, 향후 농업·에너지·콘텐츠·벤처 사업 등 다양한 산업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크다.

 

하나증권 전략: ‘AI·디지털 IB’ 실험장

 

조대헌 하나증권 AI디지털전략본부장은 “이번 한돈 투자계약증권은 하나증권이 발행자문을 제공해 공모까지 이어진 첫 사례”라며 “토큰증권 시장을 중장기적으로 준비해온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사례를 바탕으로 투자계약증권 발행에 어려움을 겪는 벤처·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발행자문을 확대하고, 향후 토큰증권 상품 발행까지 사업 영역을 넓혀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하나증권이 전통 IPO·채권 중심 IB에서 벗어나, 디지털 자산·실물자산 증권화·대체금융 중심의 ‘신형 IB 모델’로 전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시장 의미: ‘증권의 정의가 바뀌고 있다’

 

이번 한돈 투자계약증권은 단순히 특이한 상품 하나가 아니다. 그 의미는 훨씬 구조적이다.

 

과거 증권은 → 주식, 채권, 펀드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돼지, 태양광, 데이터, 콘텐츠, 특허, 스타트업 프로젝트까지 모든 현금흐름 자산이 증권이 되는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례는 한국 자본시장이 실물경제의 거의 모든 영역을 금융화하는 단계로 진입했음을 보여준다”며 “STO 법제화 이후 이런 형태의 상품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국 ‘돼지가 증권이 된 사건’은 웃지 못할 해프닝이 아니라, 증권의 정의 자체가 바뀌는 시대의 출발점에 가깝다.